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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91회]
91. 일본의 경제위기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5/01 [21:55]

 

91. 일본의 경제위기

 

루블랑 펀드에 인수된 두 개의 투자은행은 각각의 소유권 100%가 펀드에 귀속된 상태이므로, 신속한 합병절차를 거쳐서 총 수탁자산이 2조 달러에 육박하는 하나의 거대한 투자은행으로 재 탄생했다.

또한 이 은행은 무액면 주식 30억주를 서류상으로 발행해서 총자본을 표시하기로 했다. 

 

얼마 전 엄청난 투자손실로 인해 완전히 자본잠식 되어버린 은행들이었지만, 합병절차를 마치고 루블랑 펀드가 완전히 소유해서 경영을 책임지는 자회사가 되자, 순전히 그 이유로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투자등급을 A등급으로 부여해 주었고, 향후에 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는 긍정적 관찰대상에 편입시켰다.

 

인수한 투자은행들의 합병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스위스에 계속 머물고 있던 루블랑은, 야마모토(山本) 일본 관방장관의 면담요청을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스위스정부의 간곡한 요청에 마지못해서 그를 만나주기는 했다.

 

하지만 면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일본정부의 태도와 역사관을 듣고는 더욱 실망했다는 짧은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런 언급을 했다.

 

“제가 만난 일본의 장관은 자기들이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그것에 대한 반성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교묘한 말솜씨로 상대방을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는 그를 대하면서 마치 나치독일의 선전상 괴벨스의 화신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고, 그와 대화하는 동안 일본의 정 관계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 사람처럼 아직도 군국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무리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일본이라면, 그들이 자기들의 잘못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겠다는 각오를 더욱 강하게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증권시장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고, 일본의 일부 매스컴들은 무능한 각료인 야마모토를 경질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회를 해산한 후 다시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아직 일본국민들의 여론은 현재의 자민당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으니, 당분간은 현 내각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에 사태를 주시해오던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일본 국내의 여론과는 상관없이 일제히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몇 단계씩 낮춰서, A등급이 아닌 BBB등급을 부여했다.

일본이 보유한 달러가 풍부하고 대외채권이 많으므로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향후 예상되는 경제상황이 너무나 암울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는 쓰레기 또는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정크본드(junk bond)를 겨우 면한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국가부도위기를 겨우 벗어나서 IMF 관리하에 있던 시절에 받았던 신용등급과 비슷한 수준이며, 일본이 선진국에 진입한 이후 한번도 경험한 바 없었던 최악의 사태였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자 일본국채에 대해, 국제금융거래에서 기준금리에다 위험요소에 따라 할증되는 가산금리(spread라고 한다)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 투자가들이 일본의 주식과 함께 국채와 회사채 등 일본의 채권들을 앞다퉈서 내다팔기 시작했다.

 

그러자 실질적으로 제로금리 수준이었던 일본의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채권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시중에서 거래되는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권가격이 높아진 탓에, 낮은 금리로 발행한 국채들이 전혀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이니, 어쩔 수 없이 할인해서 싼 가격으로라도 팔아야 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컸던 일본의 재정적자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고, 재정적자의 심화는 일본경제의 불안요인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 상황을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발행금리 1%인 만원짜리 채권을 가진 외국인들이 시중금리가 10%로 오르자, 그만큼 할인해서 9,000원에 팔게 된다. 그러자 일본 정부에서도 할 수 없이 9,000원이나 그 이하로 할인해서 팔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적자폭이 더욱 커졌다는 뜻이다.

 

또한 채권 수익률을 비롯해서 시중 이자율이 급등하자, 낮은 금리로 대출을 많이 했던 은행들은 역마진을 감당하지 못해서 대출이자를 크게 높이는 한편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서 여신관리에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

 

“하나코상, 제 펀드를 해지해주시고 예금 전부를 인출해서 금이나 달러를 사주세요. 이제는 일본경제 자체를 믿지 못하겠어요.”

“아! 리에상, 너무나 죄송한 말씀이지만…… 리에상이 가입한 펀드는 중도해지가 불가능하고 만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답니다. 물론 예금에 대해서는 인출해서 달러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왜 펀드 중도해지가 안 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중도해지가 가능한 펀드를 권했어야지, 지금 와서 안 된다고 하면 나는 어떡하라 구요……”

 

일본 경제에 이상조짐이 보이자 은행이나 증권회사 영업장에는, 이런 사람들이 쉴새 없이 밀려들어서 직원들의 진땀을 빼게 만들었고, 각 금융기관들은 높은 예금이율을 제시하며 어떻게든 자금이탈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고객들의 외면으로 그것이 잘 안되자, 은행들은 지불준비금 부족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서게 만들었고, 이에 중소기업들이나 일부 부채가 많은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던 기업들도, 심각한 재무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기업들의 재무상황 악화는 은행들로 하여금 더욱 경쟁적인 대출금 회수를 부추겼으며, 그로 인해 자금시장은 점점 더 경색되어서, 부실기업들의 자금 구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져 버렸고, 나중에는 보다 양호한 기업들에게까지 그 불똥이 튀어서 시중 금리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금리정책이나 공개시장조작 같은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정부의 재정정책과 더불어서 양날의 칼이다. 그래서 조심하지 않으면 자신의 칼에 자신이 당한다. 달리 말하면 통화정책을 잘못 쓰면, 자기나라의 경제를 수렁 속으로 밀어 넣어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제조업 기반이 강해서 웬만한 공산품은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외화가 풍부한 데다 국민들의 소비성향 또한 워낙 낮아서, 항상 인플레보다는 디플레를 염려해온 나라다.

   

그래서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돈을 마구 찍어내서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이 그런대로 잘 먹혀 들어갔고, 이에 일본은 경제의 부활을 뽐내면서 국제사회에서 마음껏 거드름을 피웠다.

 

화폐발행을 늘리면 이론적으로는 자기가 가진 돈의 가치가 그 비율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가만히 앉아서 자기재산을 강탈당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지출이 증가하면서 자기들에게 돌아오는 혜택 또한 상당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별로 손실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한편 중앙은행이 화폐를 증액 발행하는 것에는, 국제수지 흑자에 의한 외화유입이 당연하면서도 큰 이유이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 추가로 화폐발행을 늘리려면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 대부분은 정부의 재정지출이 목적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에 빚을 진다는 것이며, 세수를 늘리지 않는 이상 그만큼 국가부채가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즉 일본의 양적 완화는 정부의 재정적자를 심화시키게 된다.

 

2014년 말 기준 일본의 국가채무는 GDP대비 거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며, 지금까지는 거의 매년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현재 최악의 상태인 그리스가 처음 재정위기를 겪을 때의 GDP 대비 1.5배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위기의 국가로 보지 않는 까닭은, 일본의 대외자산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암묵적으로 동의해주었고, 그에 따라 국제사회가 협조해주었기 때문에 아베노믹스가 잘 먹혀 들었는데, 일본 국민들은 언제 부작용이 나타날까를 불안해 하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 정책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미국과 유럽이 일본을 거세게 비판하는 루블랑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거품은 언젠가는 붕괴되기 마련이고 거품이 꺼질 때의 후유증은 심각한 법인데, 시중의 이자율이 높아지고 채권수익률이 급등하자 낮은 금리의 국채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니, 일본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꿀 길이 없었다.

 

결국 더 이상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된 일본정부는, 어쩔 수 없이 일본은행에다 실세금리에 맞춰서 금리를 인상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행은 실세금리와의 지나친 괴리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시점이었으므로 당연히 금리를 인상했고, 그러자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일본의 재정적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잘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일본경제가 톱니바퀴 하나에 이상이 생기자, 갑자기 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온 사방에서 삐꺽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생계에 큰 위협을 느끼자 그 동안 매우 순종적이었던 일본 노동자들은, 과거 춘투 시절을 연상시킬 만큼 극렬한 노조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생기고 있는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일본경제를 보는 시각을 더욱 나쁘게 만들었고,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마침내 BB급의 정크본드로 격하되어, 회복난망의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그리스가 위기국면 초반에 받았던 등급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와 같은 일본의 급작스런 추락을 주의 깊게 지켜본 한국의 세계적인 경제전문가 정 헌배 박사는, 루블랑의 말 한마디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폐허로 만들었던 원폭에 맞먹는다는 평을 했다.

그 말은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일 것이다. 일본 경제가 원폭을 맞은 것처럼 점점 황폐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박사는 지난번 일본의 G대학에서 열렸던 초빙강연에서도, 일본경제가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듯 비춰지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처럼 위태롭다고 하면서, 지금이라도 교만함과 아집을 버리고, 주위 여러 나라들과 협력하면서 공생을 꾀하라고 충고했었다.

 

일본경제는 지금 더 이상 나빠질 데가 있을까 싶을 만큼 나빠지고 있어서, 일본의 경제 전문가들은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는, 정박사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평을 하면서, 일본은 지금이라도 그의 충고를 따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와 함께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서 데모를 하면서 내각은 총사퇴 하라는 구호를 외치자, 정부 여당은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했으며, 선거 결과는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야당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소한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루블랑이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나쁜 감정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고, 또 그 일이 잘 되면 나락에 빠진 일본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서 조각준비에 바쁜 일본 야당의 당수는, 선거승리의 첫 소감으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나는 우리당에서 차기 일본 총리로 내정을 받은 사람으로서, 내각이 자리를 잡는 대로 주변국 순방에 나서서, 과거 일본의 잘못에 대해 정중히 사과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여건이 허락된다면, 조만간 스위스를 방문해서 루블랑 사장님과도 면담을 갖겠습니다.”

 

루블랑은 일본의 선거결과에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지인이 전하는 바로는 어느 정도 관심을 표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간단한 언급을 했다고 한다.

 

앙드레 지드(이상민)는 일본의 선거 결과가 나오고 거기서 승리한 총리 예정자가 주변국들에 사과하겠다고 하자, 피식 웃으면서 루블랑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일본인들은 강자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굽히면서 살살거리고, 약자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짓밟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사도하고는 정 반대되는 저질 사무라이 정신이죠.

이번에 저들이 세가 불리하니 굽히고 들어오기는 하지만…… 그 상황을 언제 뒤집을지 몰라서 신뢰가 참 안 갑니다.”

 

한편 루블랑 펀드는 일본 정부와 거래 허가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 귀찮아서, 이번에 인수 후 합병해서 자회사로 편입한 G투자은행이 만든 사모펀드에 7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소식이 뉴욕 증권시장에 퍼지자, 족집게로 소문난 해밀턴이라는 애널리스트는 만약 G투자은행이 현재 상장폐지가 된 상태만 아니라면, 주가가 적어도 30달러 이상을 기록할 만큼 엄청난 호재라는 견해를 보였다.

 

G투자은행의 모든 펀드는 도쿄증시의 등록절차가 완료된 상태이므로, 언제든지 일본의 증권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G은행에서 새로 설정한 사모펀드는, Morality 펀드(약칭으로 줄여서 M펀드)라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이름을 붙였다.

 

도쿄증시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나빠지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은 물론이고 국내 투자자들도 등을 돌려버렸고, 이번에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큰 폭으로 반등은 했지만, 아직도 최고점 대비 니케이 주가지수가 1/3 토막이 나있는 상태다.

 

M펀드는 도쿄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주식들 중에서, 거의 1/10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기술주와 금융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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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5/01 [21:55]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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