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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93회]
93. 버림받기 전에 먼저 버린다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5/07 [20:24]

 

93. 버림받기 전에 먼저 버린다

  

M펀드가 투자한 일본 기업들의 주가가 거의 수직 상승하면서, 투자 후 한 달이 지나자 자산 평가 액이 거의 1조달러에 달했다.

뿐만 아니다. 펀드 산하의 기업들간에 막강한 정보와 기술 등의 네트워크가 구축되면서 시너지가 극대화될 조짐이 보이자, 애널리스트들은 추가적인 주가상승 가능성을 전망했다.

 

한편 G투자은행의 거의 모든 펀드가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서 일본의 주식과 채권 비중을 크게 높였는데, 그게 대박을 내버렸다.

따라서 다른 투자은행들에 비해 펀드의 수익률이 월등해졌고, 이는 다른 은행들에서 이탈한 자금들이 G투자은행으로 집중화 되는 현상을 불러왔다.    

 

이로써 G투자은행은 M펀드의 투자자산을 포함한 총자산이 5조달러에 육박하는 초거대 공룡은행이 되어, 2위 은행과의 격차를 크게 벌려버렸다.

아직 은행 측에서 공식발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에는 은행의 당기 순익이 거의 8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서 월가의 금융담당 유명 애널리스트 핀세트는, 만약 G투자은행이 상장회사라면 주가가 1주당 200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므로, 시가총액이 6천억달러에 이르러서 오렌지사에 이어 세계2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장사가 아닌 점에 크게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런 일들로 전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강달구와 조선생은, 가딘사에 대한 미련을 여전히 못 버리고 조용히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회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최근에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중국은 거의 모든 면에서 세계최대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치고 중국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 없다시피 하고 있고, 가딘사 역시 중국시장진출에 크게 공을 드리고 있는 실정인데…… 우리는 여기에서 허점을 노릴 수 있습니다.”

 

“그래요?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예, 전에 이미 한번 써먹었다가 실패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크게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농담 삼아 오가는 말로 중국은 삼합회의 조직원들만 해도 수천만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워낙 허풍이 세니 확인할 길이 없기는 합니다만…… 아마도 동네 양아치들까지 합하면 별로 틀린 숫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합니다. 마침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상하이에서 삼합회의 큰 계파에 관계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에게 부탁하면 가딘사 중국현지법인의 운송기사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해서, 중국 대도시 여러 곳에서 표가 안 나게 동시다발적으로, 나날미를 실은 트럭 바꿔치기를 행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에게 해로운 가짜 나날미가 대량으로 유통될 것이고, 가딘사는 세계최대인 중국시장에서 한동안 정상영업을 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이야 워낙 CCTV가 발달하고 치안이 잘되어 있어서, 지난번에 우리가 강남파를 부추겨서 행한 일이 금방 마무리되고 말았지만, 중국은 여기 한국과는 모든 면에서 아예 차원이 다릅니다.

 

그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가 행해지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그런 일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중국공안들도 대충 넘겨버린다고 합니다.

 

만약 중국에서 이번 작업이 통할 경우에는, 역시 비만인구가 많으면서도 치안상태가 더 나쁜 러시아를 비롯해서,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니, 가딘사는 세계 주요시장에서 엄청난 애로사항에 봉착할 것입니다.

 

그 밖에 다른 문제점은 없는데…… 다만 이번에는 지난번 국내하고 스케일이 다르니,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제법 크게 들어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니 회장님께서 자금담당 임전무에게 미리 언질을 주셨으면 합니다.” 

 

“조선생! 이번에는 믿어도 되겠소? 다른 일에서는 전혀 실수가 없던 조선생이 가딘사에 관련된 일에서는 여러 번 차질을 빚으니 나도 많이 속상하구먼…… 그럼 이번에도 자금집행부터 해서 모든 일을 조선생에게 일임할 테니, 선생이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서 꼭 성공하도록 하시오.”

 

조선생은 강달구의 비정함을 잘 아는 사람이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그가 어떻게 나올 지 몰라서, 보고를 할까 말까 망설이며 크게 조심하고 있었는데, 강달구가 독촉하자 일단 보고는 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듣자 이게 마지막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기회이며, 앞으로의 실패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관용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사실 이번에도 자신이 없었다. 그럴듯하게 보고는 했지만, 가딘사는 이제 자신이 무언가를 꾸미기에는 너무나 거대해져 버렸다. 하지만 강달구에게는 차마 자신 없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강달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가 자신의 실패를 여러 번 용납할 리 없으니, 이제는 자기 스스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버려지기 전에 내가 버린다’

그는 이런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으며, 권모술수에 능한 조조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사람이 조조이기도 하다.

 

삼국지를 보면 조조는 동탁을 피해 정신 없이 도망갈 때, 자기를 숨겨주었던 은인이 자기를 해치려 든다고 오해해서, 그의 가족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그런 다음 다시 도망치다가 길에서 그 은인을 만났고, 그가 자기를 배신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복수가 염려되어 은혜를 입은 그 사람마저 다시 죽이고는,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되려 큰소리친다.

 

조선생은 마침내 자기도 조조처럼 되기로 결심했다. 가딘사를 상대로 승산이 희박한 싸움을 벌이느니, 차라리 강달구를 배신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훨씬 위험성이 덜하다는 것을,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그는 보고하기 전부터 강달구에게서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전과 다른 것을 감지하고는 배신을 결심했고, 결심이 서자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래서 보고를 하기 이틀 전에 먼저 가족들을 미국으로 여행을 보냈다.

 

그런 다음 그는 강달구에게 가딘사 공략 건을 보고를 했고, 다음날 세부사항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회사의 상하이 지사장과 함께 삼합회 관계자인 왕유라는 사람을 찾아서, 자기들의 계획에 동참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심이 들었는지 강달구는 전과는 달리 조금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하고는, 상하이지사에 있는 또 다른 심복에게 삼합회 관계자중에 그런 자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도록 했고, 사실임을 확인하자 조선생의 계획을 승인했다.

 

조선생은 임전무에게 회장님의 지시를 받았다고 하고는, 중국출장을 가서 사람을 만날 예정이라면서 상하이 지사에 3백만 달러를 송금할 것을 요구했고, 임전무는 미리 강달구의 언질을 받았는지 곧바로 그리하겠다고 했다.

 

 

비행기가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마중 나와있던 상하이 지사장이 조선생을 맞이했다.

“조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평소 흠모해왔던 선생님을 이국 땅인 여기서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가만있자, 작년에 서울에서 보고 나서 오늘이…… 한 10개월쯤 되었나? 지사장 얼굴이 전보다 조금 못한 것 같은데, 그 동안 고생이 많았나 보군.”

“아닙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많이 보살펴주시고 있고, 다른 분들께서도 많이 배려해주신 덕에 저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누군가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서, 조금 과한 반가움을 표한 다음에 준비된 차를 타고 상하이 푸동지구로 들어섰고, 그 뒤에는 운전기사를 회사로 돌려보냈다.

 

“권지사장, 당신 가족들을 포함해서 모든 준비는 빈틈없이 해놨지?”

“예, 선생님. 모든 준비는 차질 없게 해놨습니다.”

“그럼 약속시간까지는 조금 많이 남아있으니, 오랜만에 동방명주에 올라서 상하이 시내구경이나 좀 할까?”

 

그날 저녁 그들은 황푸강 위를 떠다니는 어떤 유람선위에서 점잖게 생긴 노신사를 만났는데, 그 노신사 주위에서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국 전통복장의 중년 인이, 큰 덩치를 가진 험상궂은 인상의 청년들과 함께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고, 배에는 그들 외에 다른 승객들이 전혀 없었다. 

 

“이렇게 배위에서 만나자고 한 것을 이해 하시오, 조선생.

선생께서도 들어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세계는 상당히 언짢은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터라……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 누구에게 당할지 모른다오. 그래서 선생에게 결례되는 일인 줄은 잘 알지만 배에서 보자고 한 것이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대인. 저는 모든 것이 아주 흡족합니다.

대인께서 흔쾌히 저의 제안에 응해주셔서, 저는 한국 내에서 충분한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여기 가방 안에 든 것은 100만 달러하고 일광그룹에 관한 자료들입니다. 대인께서 그 자료들하고 중국 내 해커들을 동원한다면,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당초 대인께 제시한 착수금 명목의 돈보다 200만 달러가 많은 300만 달러를 받아왔습니다만, 그 돈들은 저와 여기 제 수하의 가족들이 도피자금으로 당분간 사용해야 하기에, 여기에는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저의 결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조선생! 나는 조선생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오. 밝히지 않아도 될 일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을 보아도, 조선생은 진정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소이다.

헌데…… 왜 일광에서 벗어날 마음을 먹은 것이오. 그가 친일파 위선자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오만……”

 

“강회장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보니, 그 사람은 월 나라의 구천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고난은 같이하지만 즐거움은 절대로 같이할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조조는 간웅이기는 해도 인재는 참으로 아꼈지요. 그래서 저는 남들이 뭐라 해도 조조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구천과 같은 부류의 인간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상입니다.

 

이번에 가딘사에 대해 작업을 하다 보니, 거기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될 금성철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들면 건들수록 상처를 입는 쪽은 이 쪽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강회장에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말하는 즉시 저는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바뀔 것이고, 토끼사냥이 끝난 사냥개 신세가 될 것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일광의 강회장은 이처럼 구천과 같은 인간으로 확신하기에, 저는 그의 모든 기반을 대인께 바칠 생각을 했고, 이번에 대인을 찾아서 제 수하와 함께 몸을 의탁하려 한 것입니다.

이것이 한때나마 주군으로 모셨던 사람을 배신하고 대인께 온 이유입니다.”

      

교활한 여우는 굴을 팔 때 출입구를 여러 개 만든다고 한다. 조선생이라고 불리고 있는 조현기는, 강달구의 모사로 스카우트 된 이후 그의 최 측근이 되었기에, 3년동안 곁에서 그를 관찰해왔다.

 

그 결과, 강달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파격적이라 할 만큼 아낌없이 베풀지만, 이용가치가 떨어졌다 싶으면 가차없이 버릴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30년이나 자신의 손발이 되어왔던 어릴 적 친구들을, 사고를 가장해서 처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조현기는 그 일에 대해 눈치를 챘어도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았었고, 조문을 가서도 시침을 뚝 떼면서 안타깝다는 듯 애도만을 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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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5/07 [20:24]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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