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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94회]
94. 별에서 온 당신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5/09 [18:06]

 

94. 별에서 온 당신

 

“강달구씨, 당신을 살인교사, 마약거래, 총포류 불법소지, 범죄단체구성, 부녀자납치 및 성폭행과 인신매매, 공갈협박, 사기, 밀수, 외환관리법위반, 공문서 및 사문서 위조, 불법 대부업 운영, 공무원 및 정치인에 대한 뇌물공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아울러 오늘부터 시작하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여기에 탈세혐의가 추가될 수 있으며, 수사의 진행에 따라 밝혀지는 그 밖의 혐의도 추가될 수 있음을 아울러 밝힙니다.

또한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당신에게 불리한 사항에 대한 진술 거부권과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도 밝힙니다.”

 

조현기가 상하이에서 왕유라는 삼합회 인물을 만난 다음날 아침, 일광그룹 본사에는 느닷없이 검 경과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쳐서 회사의 모든 업무를 일시 중지시켰고, 강달구를 비롯한 핵심관계자들 전체를 연행해갔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스위스와 라부안 등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강달구의 비밀계좌에 들어있는 예금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다른 계좌로 옮겨져서 모두 인출되어 버렸다.

 

“조선생, 선생이 알려준 정보를 이용해서 우리의 해커기술자들이 작업한 결과, 1억달러가 넘는 돈을 빼낼 수 있었소이다.

선생이 말한 대로 한국의 공권력이 일광그룹에 들이닥쳐 있는 동안 손을 쓰니, 그쪽에서는 돈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오직 목전에 닥친 일에만 허둥지둥 하고 있었다고 하오.

 

선생께서는 그 돈 중에서 10%만 원했지만 나는 50%를 넘겨주겠소.

그리고 이제야 선생에게 사실을 밝히는 바이지만, 그 정도의 자금은 나에게 그리 큰 의미가 없소이다……

내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자금만 해도 10억달러는 넘기 때문이오.

 

내가 진정으로 얻기를 원하는 바는, 그 까짓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이 아니라 선생 자신이오.

나는 선생과 자주 접촉했던 측근을 통해 선생을 알게 되었고, 그에게서…… 대붕의 날개에 천하를 굽어볼 능력을 가진 선생이, 어울리지도 않는 썩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트는 바람에, 제대로 된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소이다.

 

이처럼 그가 선생의 경륜과 혜안에 감탄을 금치 못하자, 어떻게든 선생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랐소이다.

그러니 이번에 선생의 요청으로 한국의 일광그룹에 대한 일을 맡은 것도…… 실은 선생을 얻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소이다.

 

지금까지 선생은 내가 단순히 삼합회의 고위 관계자중 한 사람인 것으로만 알고 있겠지만, 사실 나의 신분은 대륙 총회의 3장로요.

우리 삼합회는 공식적인 조직원만해도 수백만인데, 나는 그들의 맨 상층부에 있다는 뜻이오.

 

나는 선생과 함께 원대한 꿈을 꾸고 싶소이다.  우리 회의 총 회장은 지난번 후계자 싸움 과정에서 얻은 지병으로 인해,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이다. 그래서 자신의 다음 후계자가 장로들 네 사람 중에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소이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내가 그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생의 도움이 절실하오.  

나는 유비가 제갈량을 대하듯…… 아니 선생이 좋아하는 조조가 사마의를 대하듯 선생을 대할 것이요. 그러니 부디 내 곁에서 나를 좀 도와주시오.”

 

세상 일이란 이렇듯 여러 가지 일들이 얽히고 설키어서, 참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매국노 범죄자 강달구가 조현기의 도움으로 가딘사를 도모하려 들었다가, 법정 구속됨과 동시에 쫄딱 망해버렸고, 조현기는 이번에는 넓은 중국 땅에서 자기의 재주를 마음껏 구사하게 생겼다.

 

 

준수네 집은 준수가 꼭 한국 최고의 부자라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거의 요새나 성처럼 지어졌다.

 

두꺼운 철근콘크리트 벽면과 방탄 유리창은 로켓포 공격에도 끄덕 없을 정도고, 산 바로 아래 넓은 땅을 매입해서 저택 본채와 경호원 들을 비롯한 일하는 사람들의 숙소까지 지었는데, 그 모두를 합한 대지면적은 웬만한 고등학교 넓이와 비슷한 3천평이나 된다.

 

하지만 준수는 이 넓은 집을 지어 놓고도 얼마 전 일주일 동안 밤낮없이 수련했을 때 외에는, 거기서 잠을 자는 날은 많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하겠지만 항상 민지와 같이 지내니, 거기는 그의 집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본가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상황이기 때문이다.

 

준수와 민지의 결혼 날짜는, 양가 어머니들이 이리저리 알아보더니 9월에 하기로 결정했다.

한시도 떨어져있기 싫어하는 두 사람의 결혼을 그처럼 늦추어서 하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정 재계와 언론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 최고의 역술가라고 평하며, 신기(神氣)가 있다고도 알려진 B선생이 말하기를……

둘의 사주와 궁합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려서 언제 하더라도 큰 상관은 없지만, 특별히 그 시기를 택해서 결혼할 경우에는, 그냥 오랫동안 같이 산다는 일반적인 의미를 넘어서, 문자 그대로 백년해로(百年偕老)할 것이고 어쩌면 그 이상을 같이 산다고 했다는 것이다.

 

준수나 민지 둘 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양가 어머니들의 뜻을 잘 거스르지 않는 편인데다, 그리하면 훨씬 좋다는데 굳이 거기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도 사실상 부부처럼 살고 있으니, 몇 달 더 기다린들 크게 불편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준수와 민지는 이제 한국 최고의 유명인사들에 속하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 예전처럼 함부로 호텔을 드나들기는 어렵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준수는 사생활의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둘 만의 공간을 위해, 패러팰리스 라는 한국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꼭대기 2개층 전체를 다 쓰는 펜트하우스를 민지 이름으로 사서, 결혼 전에는 물론이고 결혼 후에도 둘이 사용하기로 했다.

 

그 아파트는 최근에 신축한 70층짜리 120평형 아파트인데, 한 채에 보통 70~80억씩에 분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사자들이 모두 쉬쉬하는데다 매물이 없어서 거래 없이 사자호가만 90억에 나와 있고,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당사들 외에는 아예 알 수가 없는데, 퇴사한 건설회사 직원 말로는 650억에 분양되었다고 했다.

 

이 후 둘은 그곳에서 부부처럼 생활했다.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는 재계 상류층들의 관점에서는 다소 유별나기는 하지만, 그들은 양가 어머니들의 동의 하에 이미 동거를 시작한 것이다.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민지는 오래 전부터 피임약을 먹지 않았는데, 자기가 너무나 사랑하는 준수의 아이를 빨리 갖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녀는 준수를 위하는 일이라면, 자기의 자유로운 생활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요트에서부터 그런 결단을 내렸었고 지금까지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요트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 피임하지 않고 제법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 왔지만 임신 조짐이 없었다.

아직 미혼 상태인 그녀로서는 상당히 발칙한 생각이지만, 그녀는 이제 아이가 안 생겨서 초조한 마음까지 들기 시작했다.

 

준수의 왕성한 정력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임신이 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준수는 현재 연정화기의 수련단계로, 그 경지가 높아지자 정(精)의 거의 대부분이 기(氣)로 바뀌는 까닭에, 준수의 정액은 씨 없는 수박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리 없는 그녀는 혹시라도 자기의 임신능력에 문제가 있는가 걱정을 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준수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았기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검사를 위해서 병원이라도 찾거나 엄마와 의논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괜히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일 만은 일단 결혼 후로 미루기로 했다.

 

    

민지와 함께 주말에 본가를 찾은 준수는 부모님과 하루 저녁을 보내기로 하고, 서정도와 장 노사를 따로 불러서 대련을 겸한 무술 지도를 해주었다. 그리고 요 근래 어떤 특별한 것을 느꼈는지 그들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몇 가지 당부를 했다.

 

“장 노사님, 그리고 서 아우님 잘 들으세요. 어쩌면 제가 너무 민감해 있거나 괜한 기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느낌에는 머지 않아 저 아니면 제 주변에 큰 위험이 닥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이나 제 약혼녀인 민지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제 부모님에게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저와 가딘 그룹은 따로 떼내어 생각하기 어려우니, 어쩌면 가딘 그룹에 닥치는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가딘 그룹의 위상이 커질수록 그것을 시기하는 사람이나 무리가 많아질 것이고…… 그래서 테러단체나 특정 국가가 우리 가딘을 넘보고 일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누가 감히 회장님께…… 저는 이 세상에서 신과 같은 능력을 갖고 계신 회장님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은 전혀 없으니, 사모님과 부모님의 경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고, 가딘 그룹에 대한 방비도 더욱 철저를 기하도록 당부하겠습니다.”

 

장 노사가 이 같은 각오를 내비쳤고 이어서 서정도도 한마디 했다.

“저 또한 회장님의 특별한 능력을 결코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어떤 위험을 느끼셨다면 머지않아 분명히 위험이 닥칠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오늘 회장님께서 지도해주신 바를 완전히 익혀서, 제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부모님의 경호만큼은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처럼 두 사람에게 몇 가지를 당부한 다음, 준수는 민지를 차에 태우고 송파구에 위치한 놀이시설 L월드를 향해서 그 자신이 직접 차를 몰았다.

전에 민지가 놀이 시설에 같이 가보고 싶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둘 다 선글라스에 챙 넓은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는, 눈에 별로 띄지 않는 캐주얼한 복장으로 지금 그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일요일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길이 상당히 한산했으므로, 방탄기능이 크게 보강된 대형 외제 SUV차이지만 외관은 그냥 평범하게 보이는 차를 신나게 몰고 가면서, 그들은 시시껄렁한 농담도 주고 받는 등 오랜만에 해방감을 맛보고 있었다.

 

L월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점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준수의 감각에 아주 나쁜 느낌이 와 닿았다.

마치 ‘스타워즈’ 영화에서 제다이 기사들의 ‘포스’에 감지되듯이, 약 1킬로미터 앞에서 칙칙한 어둠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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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5/09 [18:06]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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