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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101회]
101. 충천하는 분노(2)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5/30 [22:04]

 

101. 충천하는 분노(2)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끔찍한 일들을, 현실에서 생전 처음으로 목격한 까닭에 거의 혼이 나가있던 수지는, 그들 중 대장으로 짐작되는 자가 자기에게 다가오자, 정신이 혼란한 중에도 위험을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눈에 봐도 잔인한 인상인 그 남자의 얼굴은 욕정으로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더불어서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가질 수 있게 된듯한 희열이 넘치고 있었다.

“아악! 가까이 오지 말아요!”

그녀가 마지막 기력을 짜내서 소리를 쳤지만, 다가오는 사내의 음심만 부추긴 듯 했다. 수지의 비명 섞인 고함에 더욱 짜릿한 흥분을 느끼는 듯, 그의 얼굴에서 음침한 미소가 더욱 짙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 아……”

그녀는 완전히 절망하고 말았다.

징그러운 손이 마치 고귀한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수지의 몸을 더듬으면서, 그녀의 옷을 조금씩 찢고 있었기 때문이다.

 

찌지직! 하고 블라우스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수지가 그의 우악스런 손길을 피하기 위해 발악하듯이 몸부림치는 모습은, 그의 뇌신경까지 활활 태워버린 듯 그의 입에서는 침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헬기에 올라탄 준수는 영기를 통해 본 지형을 찾기 위해 안산부근 상공에서 야간 투시경으로 아래쪽을 두리번거렸고, 마침내 목표장소를 찾아냈다.

그곳은 평소에도 밤낮없이 수많은 여객기와 헬기들이 지나가는 곳이라, 프로펠러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납치범들이 크게 이상히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해서, 고도를 비교적 낮게 잡은 것도 장소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무튼 납치범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헬기는 수지가 있다고 믿어지는 곳에서 2km 정도 떨어진 언덕 뒤편 공터에 착륙했고, 그들은 거기서부터 도보로 이동했다. 

그 정도 거리는 무술의 달인인 세 사람이 잠깐 사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기에, 잠시 후에는 창고 뒤편에 도착해서 조그만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폐자재들이 쌓여있어서 실내 전경을 볼 수 없었으므로, 부득이 준수가 그들의 기운을 읽어내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납치범들로 짐작되는 다섯은 욕망이 들끓는 상태에서 보일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여자들로 생각되는 세 사람은 죽음을 앞둔 절망적인 상태에서나 보일 미약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초조한 준수의 마음이 더욱 다급해졌다. 그는 납치범들이 총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인질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범인들을 한꺼번에 제압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서 서정도와 장노사에게 여자들 가까이 있는 자들 둘을 지정해주고, 그들을 정밀타격을 해줄 것을 주문했으며, 나머지 셋을 자기가 처리하기로 했다.

 

준수가 낮은 소리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잠시 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창고 문이 열어젖혀지고, 그와 동시에 세 자루의 대검과 두 알의 쇠구슬이 안쪽의 남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장노사와 서정도 두 사람은 모두 오랫동안 무술을 수련한 고수들로, 총보다는 칼이나 주먹을 사용하는 것에 훨씬 익숙한 사람들이라, 제법 떨어진 곳에서 칼로 개미까지 맞출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준수는 수련기간이 짧아서 정밀도는 앞의 두 사람보다 다소 떨어질지 모르지만, 감각이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까닭에 이제는 눈을 감고도 감각만으로 목표를 맞출 수 있게 되었고, 타격강도에 있어서는 두 사람을 크게 능가할 정도다.

 

그래서 두 사람은 여자들과 가까이 있는 자들 둘에게 특수부대원들이 사용하는 군용대검을 던졌고, 준수는 문에서 가까운 곳에 모여있는 셋에게 왼손으로 대검을 던지고, 오른손으로는 쇠구슬 두 알을 뿌렸다.

 

“끄억!”

갑자기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수지에게 수작 질을 하던 남자의 허리가 활처럼 뒤로 휘어졌고, 이어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뒷머리가 바닥에 세게 부딪쳤다. 그 순간 그의 엉치에는 칼자루가 보이지 않을 만큼 대검이 깊숙이 박혀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가 쓰러짐과 거의 동시에, 주위에 있던 다른 남자들도 연달아서 모두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끄억!” “윽!” “으으!”

이런 여러 가지 비명이 뒤섞인 가운데 범인들 제압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들이 미처 상황을 눈치채기도 전에 대검이 그들의 등판과 뒷목 그리고 엉치에 깊숙이 박혀버렸고, 쇠구슬 두 알은 나머지 두 사람의 척추와 관자놀이를 꿰뚫어버린 결과였다.

 

남자들 다섯은 모두 벌거벗은 채로 있었는데, 특히 엉치에 칼을 맞은 자의 경우를 보면, 장노사가 던진 칼의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칼자루의 일부까지 살을 뚫고 들어가서 엉치뼈를 박살내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쓰러지는 짧은 순간에 준수와 두 사람은 납치범들 앞에 이르렀다.

아직 죽지 않은 자가 혹시라도 반항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장노사와 서정도는 그 다급한 상황에서 빠르게 범인들 상태를 확인했고,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둘을 붙잡아 일으켰다. 

 

납치범들을 두 사람에게 맡긴 준수는 비로소 여자들의 상태를 살필 수 있었다. 여자들 셋 모두가 책상에 눕혀진 채 양팔과 다리를 벌려서 밧줄에 묶여 있었고, 수지를 제외한 두 사람은 짐승 같은 자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든지, 그녀들의 하체에서 처참한 난행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으앙!”

수지는 상의가 반쯤 찢겨진 채로 누워있었는데, 그녀는 거의 실신 상태로 있다가 준수를 보고는 반가움과 설움이 뒤섞인 울음을 터뜨렸고, 나머지 두 여자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가 되어 준수를 보고도 멍한 표정이었다.

 

앞으로 그녀들 모두는 어쩌면 정상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만큼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고, 그로 인해 혹시 자살을 감행하지 않을까 해서 주위 사람들이 항상 노심초사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들의 상태를 본 준수는 극도의 분노로 인해 이성을 잃을 뻔 했다.

 

하지만 우선 시급하게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그녀들 몸에 옷가지를 대충 덮은 다음 손발에 묶인 줄을 끊어 주었고, 곧 이어 자기들이 타고 온 헬기를 불렀다.

또한 준수는 여자들의 상태가 너무 심각하자, 그녀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는 헬기를 타고 오는 동안에도 약간의 수련을 한 까닭에 일부라도 기운을 보충한 상태지만, 평소에 비해서는 기운이 턱없이 모자랐다.

하지만 그는 헬기에 태워서 병원까지 가는 동안에, 혹시 그녀들 중 누구라도 정신이 붕괴되어버리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자기의 기운소모를 무릅쓰고 그녀들을 보살핀 것이다.

 

기운을 넣어준 효과가 나타나는지, 멍한 채로 눈물까지 말라있던 두 여자의 눈에서 조금씩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기운을 전해주는 동안에도, 준수의 허리를 뒤에서 꼭 껴안은 채 계속해서 오돌오돌 떨고 있던 수지는, 역시 준수가 기운을 불어넣자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아직 숨이 붙어있던 납치범들은 얼마나 지독한 교육을 받았던지, 잡히자마자 이빨로 스스로의 혀를 끊어버렸다.

그들은 어차피 곱게 살기는 틀렸다고 보고, 자기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목숨을 버릴 각오였던 모양이었다.

 

그것을 보고 서정도와 장노사는 그들의 입에 재빨리 옷가지를 집어넣어서 지혈을 시도했지만, 다른 상처에서도 출혈이 계속되고 있어서 그들의 목숨은 경각에 달린 상태가 되어버렸고, 결국 그들에게서 어떤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준수는 자면서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수지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여자들을 겨우 깨우고 달래서 그녀들에게 물었지만, 납치범들의 국적이나 신분을 전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준수는 혹시라도 해서 납치범들의 총을 살폈는데, 모두 이스라엘제 우지 기관총이었다.

 

그 총은 워낙 흔한 총이고 구하기도 비교적 쉬운 터라, 총으로 그들의 신분을 알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만 그들의 생김새로 봐서는, 한 중 일 세 나라의 사람들 중에서 찾아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준수는 겨우 그녀들의 마음을 약간 진정시킨 다음, 도착한 헬기를 태워서 서정도와 함께 떠나도록 했고, 자기는 장노사와 함께 현장에 남아서 나머지 공범들을 찾는 데까지 찾아보기로 했다.

 

수지에게만 처음부터 만행을 저지르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야 그녀에게 달려든 것으로 보아, 납치범들 뒤에는 분명히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준 우두머리가 있을 것이고, 어쩌면 자기들이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는 섣불리 경찰을 불러보았자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공범들을 꽁꽁 숨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그들의 윤곽이 잡힐 때 까지는 당분간 자기들 둘이서만 은밀하게 활동하기로 했다.

 

준수는 마지막까지 살아있던 자들 중에서 한 명이 숨지자, 이제 거의 죽어있는 마지막 한 명의 기운을 읽다 보면 무언가 알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그의 인당에 정신을 집중시키는 한편, 장노사에게는 혹시 모르니 창고 반경 1km 주변을 은밀히 살펴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수지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기력을 크게 소모했으므로, 공범을 찾기 위해 다시 영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게다가 기운이 정상적인 상태라 하더라도 분노에 사로잡혀있는 까닭에, 지각능력이 보통 때의 반의 반도 안되었다.

 

 

한편 사건 현장에서 30여 km 떨어진 건축자재 창고 안에서는 열명 이 넘는 사내들이 모여있었는데, 그들 중 몇몇은 무언가를 열심히 조립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잠을 자거나 모니터를 보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체크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고의 한 켠에 있는 사무실에서는, 요시다와 요시꼬가 태블릿으로 납치범들이 있는 창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평소의 그들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심하고 있었다.

 

아마도 준수가 있는 어디엔가에는 몰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창고 안의 광경을 무선으로 송신하고 있고, 요시다 등이 있는 창고에 있는 첨단 통신장비로 그것을 포착해서 사무실에 있는 두 사람에게 보여주는 모양이었다.     

 

“요시꼬! 저놈이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광분을 하는걸 보면, 지금쯤은 감지 능력이 많이 약화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제는 타격 요원들을 서서히 출발시켜도 될 것 같은데……”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조장 님. 그럼 각 조에는 정밀타격이 가능한 C포지션까지 접근해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라고 할게요.”

“그렇게 해! 그리고 출발하기 전에 머물던 곳에서 어떤 흔적도 남지 않도록 모두 없애라고 하고……”

 

요시꼬는 준수가 있는 창고에서 각각 10여 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냉장트럭으로 위장한 차량에 머물고 있는 타격요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들은 세 개조이며 각 조는 목표지점으로부터 3km 거리인 최종지점까지 가서 대기를 할 것이다.

거기라면 소형 트럭에 싣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소형미사일로 정밀 타격 가능한, 유효사거리 내이기 때문이다.

 

목표지점의 좌표는 미리 입력해 두었으므로 발사 명령이 있을 시 버튼만 누르면, 콘크리트 건물일 지라도 반경 10여미터를 초토화시켜버릴 것인데, 폭발 위력을 높이고 어느 방향으로도 절대로 탈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목표로부터 삼각 축에 해당하는 세 방향에서 동시에 발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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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5/30 [22:04]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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