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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102회]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6/02 [20:15]

 

102. 미사일 테러

 

준수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납치범의 의식을 붙들어서, 공범들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기운소모를 무릅쓰고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타인의 의식에 접속을 한다는 것은 너와 나를 구분 짓는 일체의 관념을 버리고, 영기(靈氣)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물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평온한 마음과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당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운이 없을 때 매우 신경질적이 되고 불안감을 크게 느끼며, 집중력이 저하되어 판단력이 흐려지기 까지 하는 것을 보면, 몸의 기운과 심리상태는 불가분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귀신들렸다고 하는 사람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만약 기운이 약한 상태라면, 사령이나 사기에 먹혀서 크게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으므로, 상대의 의식에 함부로 접속해서는 안되거니와 접속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집착이라든가 번뇌를 떨쳐버리고 완전한 무심상태에 이르자면, 강한 기운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준수의 몸에 남아있는 기운은 완전히 바닥수준이었다.

그러니 꼭 공범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그렇지 않아도 바닥을 보이는 기운을 쥐어짜듯 투입해서, 가까스로 죽어가는 자의 의식에 접속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영기를 통해 접속을 하고 보니 납치범의 의식은 사악함 그 자체였다.

그는 살인이나 강간 등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는 어둠의 영혼을 지닌 자로 보였으며,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중에도,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움을 지닌 수지를 어떻게 하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는 사념이 가득했다.      

 

그러자 또다시 분노가 치밀면서 억지로 유지해왔던 준수의 평정심이 무너져버렸고, 그대신 만약 지금 공범들을 잡지 못하면 다음에는 민지가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들었다.

공포감은 인간 내면의 기저에 있는 가장 강한 어둠으로, 탐욕도 그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성되었을 지 모르며, 인간이 저지른 악의 상당부분은 거기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끄억!”

준수의 입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흘러 나왔다.

준수의 마음에 공포감이 생기자, 숨이 끊어져 가고 있는 자의 사념이 준수와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상태인 까닭에, 그것을 흡수해서 급격히 세를 확장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준수의 약해진 영혼을 삼키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피해 도망을 치는 동안 준수의 공포심은 점점 더 커졌고, 그 공포심을 자양분으로 하는 사념 또한 더욱 강해졌다.

 

“끄으어억!”

갑자기 준수의 몸이 펄펄 끓는가 싶더니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은 괴상한 비명을 질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비명소리는 더욱 커지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비비 꼬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훌쩍훌쩍 뛰기까지 했다.

 

“으응? 저놈이 왜 갑자기 지랄발광을 하지? 저게 혹시 기수련 좀 한다는 자들이 말하는 주화입마(走火入魔)라는 건가?

그렇다면 저놈은 지금 감지능력이 평소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진 상태라고 봐야 하잖아…… 이거야말로 생각지도 않은 최고의 찬스다!”

 

“조장님, 그럼 지금 미사일을 발사하라고 할까요?”

“아니, 조금만 더 기다려봐. 저놈은 지금 머리가 이상해져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보이잖아? 그러니 조금 더 있으면 완전히 고꾸라질 것 같아. 그리고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저런 신기한 현상을 구경할 수 있겠어.”

 

“한준수가 기를 수련해서 특별한 걸까요? 기라는 게 있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지만, 정말 신기하기가 짝이 없는 것 같군요.

우리 보통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지금 저 사람 몸에서 벌어지는데…… 저게 무슨 현상일 까요?

어머! 지금은 더워서 참을 수가 없는 모양 이예요. 한준수가 자기 손으로 입고 있는 옷을 다 찢어버리는걸 보세요.”

 

“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데…… 어이, 요시꼬! 발사 대기하고 있는 놈들에게 지금 바로 연락해서, 내가 말하는 소리를 세 곳에서 다같이 들을 수 있도록 하라고 해.

그리고 셋을 셀 테니까…… 내가 발하는 신호에 맞춰서 세 곳에서 동시에 미사일을 발사하라고 해.”

 

그들에게 발사를 명한 휴대용 소형 미사일은 이치바시(一橋) 중공업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것이다. 이 미사일은 비록 소형이기는 하지만, C4보다도 훨씬 강력한 고농축 폭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웬만한 건물 하나쯤은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더구나 탄두 전면에 인조 다이아몬드로 만든 고속회전 칼 장치가 있는 벙커버스터 형태이고, 폭발 시에 발생하는 고온은 30센티 두께의 철판도 녹여버릴 수 있을 정도여서, 일본은 이 무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최고의 동맹국이라는 미국에도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특별히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요시다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 1분이 조금 지났을 무렵, 준수가 있는 창고에서 3km 정도 떨어져서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세 곳에서 동시에 소형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창고 벽면 전체가 박살 나고 불길이 솟았으며, 창고 지붕이 터지면서 생긴 파편이 하늘로 솟아 올랐다가 다시 땅에 떨어지면서, 주변이 완전히 초토화 되어버렸다.

 

“임무는 성공이다! 바로 출발 하겠다.”

서로 멀리 떨어져있는 세 대의 트럭에서 창고가 박살나는 광경을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자들은, 요시꼬에게 그렇게 성공소식을 전한 후 급히 차를 몰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어어엇! 저게 뭐야!”

창고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까지 은밀히 수색해가던 장노사는, 갑작스런 화광(火光)과 굉음에 놀라서 창고 쪽을 바라보았고, 준수의 신변에 크게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전력으로 창고를 향해 질주해봤지만, 이미 그곳 주변은 완전히 부서진 창고의 잔해와 폐자재들을 태우는 커다란 화마,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시커먼 연기가 뒤덮고 있어서 도저히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곤한 잠을 자는 시간인 새벽 4시 무렵에, 엄청난 소식이 TV와 라디오 전파를 타고 대한민국 방방곡곡과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자다 말고 일어나서 뉴스를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밤중에 미사일에 피격을 당해서 준수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는 2001년 미국이 9.11테러를 당한 것과 같은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그렇지 않아도 그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미국인들을 비롯한 세계 사람들은 또 다른 테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며, 초인인 준수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테러소식이 전해지고 불과 몇 분이 안되어, 준수의 부모가 와있는 민지의 집에는 철통 같은 경계가 펼쳐졌으며, 잠시 후 이제는 대규모 종합병원으로 변신한 박병원 의료진들이 구급차를 타고 찾아왔다. 그리고 준수의 부모는 잠시 진료를 받은 후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박병원에는 수지와 처참한 일을 겪은 두 여자가, 특별한 보안을 요한다는 점을 감안한 병원 측의 배려로, VIP병실 전체를 제공받아서 입원 중이었다. 그래서 민지를 비롯한 가족들 모두가 철저한 경호를 받으면서 그곳에 있었는데, 다시 준수의 부모가 그곳으로 온 것이다.

 

병원에는 가딘그룹 김명식 부회장을 비롯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소식을 듣자마자 찾아왔는데, 최 고위 임원들 다섯 명만 안으로 들어갔고 다른 사람들은 밖에서 경호인력의 통제를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정차장을 비롯한 국정원 관계자들이 병원을 찾아왔고, 또다시 특별 보안점검이 이루어졌으며 중무장한 경찰특공대가 병원 전체를 통제하고 검문검색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병원은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아무리 경계를 잘해도 보안상 취약점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준수의 장례는 가딘그룹 김명식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아서 추진했고, 박관희 사장이 회사 직원들을 진두 지휘하여 모든 일에 차질 없도록 완벽하게 진행했다.

 

장례식장은 수 없이 많은 조화들이 안을 가득 채웠고, 더 이상 둘 곳이 없자 장례식장 밖까지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조화를 실은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서고 있었다.

 

조화 중에는 대통령의 것도 있었고 행정, 입법, 사법부의 수장들과   장관, 국정원장, 국회의원, 군 고위장성 등 높은 요직에 있는 사람들 것만해도 헤아릴 수가 없을 만큼 많았다.

 

여기에 외교사절들과 재계 회장들 것까지 더하니, 강남 오성 병원 장례식장을 통째로 빌렸는데도, 길게 주차장까지 늘어 세워야 했다.

경호인력들이 장례식장 주차장 입구를 철저히 통제하면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조화들만 통과시켰는데도 그랬다.

 

조문객들은 철저한 신원확인 절차를 거쳤고, 그 중 일부만 빈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빈소를 다녀갔는데, 특히 관직과 상관없는 민간기업 회장의 장례에 정부 주요인사들 대부분이 조문을 했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시신이 완전히 녹아버렸기 때문에 관도 없이 준수의 영정만 있는 빈소 안에는, 먼저 간 불효자식을 두고 조문객을 맞이할 수 없는 준수 아버지가 무표정한 얼굴로 빈소 한 쪽에 앉아 있었는데, 어머니는 아직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서 식장에 오지 못하고 이모가 곁에서 간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민지는 검정색 상복을 입은 채 초췌한 얼굴로, 아무런 표정이 없이 준수의 외사촌들과 함께 문상객들을 맞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준수와 결혼은 안 했지만 아내의 자격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문상객들이 모두 한마디씩 했다. 그 중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쯧쯧, 참 안됐어! 화장을 전혀 안 한 것으로 생각되는데도 저토록 아름다운데, 저 얼굴에 화장을 한다면 얼마나 예쁠까? 저런 아가씨가 아직 예식도 치러보지도 못하고 청상이 되어버리다니……”

 

다른 사람도 한마디 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좀 오바 아닌가? 요즘 세상에 혼전 동거가 뭐 그리 큰 흠이 된다고…… 아직 식도 안 올린 처녀가 저렇게 유부녀 행세를 하니까 굉장히 어색해 보이지?”

 

빈소에 입장한 사람들은 보안상 어쩔 수 없이 자격기준을 엄격히 적용했기 때문에, 다들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호기심이 높은 것은 여느 사람들과 다름이 없고, 남의 일에 입방아 찧는 것을 즐기는 모양이었다.

 

옆에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또 다른 사람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니, 흠이 된다고 해도 그렇지…… 저 인물이면 이미 아이를 서넛 나서 키우고 있는 미망인 일지라도, 돈과 능력 있는 숫총각들이 결혼하자고 줄을 서지 않겠습니까? 당장 나만해도 자격만 된다면 얼마든지 프러포즈 하겠습니다. 허허”

 

이런 식으로 수군거리는 남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면서 저런 미인을 두고 가는 준수는 저 세상에 가서도 미련이 많이 남을 것이라고들 말했다. 또 어떤 이들은 저 아름다운 처자가 얼마나 깊이 준수를 사랑했으면, 아직 식도 올리지 않았으면서 아내를 자처해서 저러고 있는지, 진짜 순애보가 따로 없다고 칭찬했다.

 

이들은 주로 아들을 가진 사모님들이었고, 민지가 자기 며느리가 되지 못하는 것을 무척이나 아쉬워하면서, 예쁘고 돈 많은 처자니 다소 흠이 있더라도 며느리로 맞았으면 하는 마음들이었다.

일부 사모님들은 실제로 그럴 생각이 있어서, 장례가 마무리되고 민지의 슬픔이 가시는 대로 시도해보기로 마음을 정한 듯했다.

 

“어머! 저기 상주 가족들 방을 보니, 민지양의 부모도 상복차림으로 장례식장에 와있네요.

어쩜…… 딸의 장래를 생각해야지…… 아직 결혼도 안 한 처녀가 유부녀 행세를 하는데도 그걸 허락해?”

 

“그럴 리가 있나요. 부모는 반대 했는데 민지양이 워낙 완강해서 할 수 없었겠죠……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이잖아요?

결국 민지양의 뜻대로 되었을 것이고, 저 사람들은 장인장모 자격으로 장례에 참석했겠죠.”

 

“아니에요! 한준수씨는 세계에서 제일 부자였잖아요…… 그 중에 일부만 물려 받아도 우리나라에서 1,2위를 다투겠네. 당연히 자기가 처라는 것을 내세워야죠……”

옆에 앉아 있다가 수다스런 여자들의 대화에 슬쩍 끼어든 그녀는, 평소에 교양 있기로 소문난 사모님이었는데, 엉겁결에 자기의 속마음을 내보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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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02 [20:15]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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