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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103회]
103. 전국의 떡갈나무에는 다시 노란 리본이……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6/04 [21:45]

 

103. 전국의 떡갈나무에는 다시 노란 리본이……

 

각국은 정부 성명으로 애도를 표명했고, 덧붙여서 테러는 반드시 근절 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테러가 의심되는 나라나 단체 중에서, 북한은 제일 먼저 이번 테러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성명을 조선 중앙TV에서 인민군 총사령관 명의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지구상에서 테러행위가 빈발하는 것에는, 선량한 나라들에 대해 ‘불량국가’라는 오명을 씌어 괜히 적대시하고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 나라와 대치상태에 있는 도당이나 나라들에 무분별하게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원인이 어디에 있든 테러는 없어져야 하며,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테러방지를 위해 항상 앞장서왔다는 것을,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와 인민들에게 천명하는 바이다.”

 

그밖에 알카에다 등 중동의 여러 테러 단체들도, 이번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다만 중동지역 최대의 극렬 테러단체인 IS만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테러사태와 관련해서 뉴스 보도뿐 아니라 수많은 토론프로가 편성되었고, 뉴스 해설자와 정부 관계자 그리고 패널들이 함께한 토론들이 많았는데, 주로 정부의 책임론이 단골 메뉴로 도마에 올랐고, 수많은 참가자들로부터 무능한 정부라는 질타를 받았다.

 

“이번 미사일 테러사태로 국민들은 지금 거의 공황상태이고, 어떤 사람들은 이민이라도 가야지 더 이상 한국에서 못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오늘 제가 지하철에서 만나본 많은 시민들이, 테러로부터 안전한 나라라고 입버릇처럼 자랑하던 당국자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렸냐고 비아냥대고 있었습니다.

 

테러라든지 전염병 같은 범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일에 대해서는, 정부의 선제적 예방조치가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까지 그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할 거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건가요?”

 

이처럼 대학에서 국제정치를 강의하는 여성패널 한 사람이 맨 처음포문을 열면서, 정부 관계자에게 삿대질 하듯이 대들었다.

 

“아무리 변명한들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수가 없어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희 국정원을 중심으로 사전에 많은 대비를 했었다는 점만은 꼭 밝히고 싶습니다.

다만 결과가 너무 나쁜 탓에 그 모든 일이 다 허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저희들로서는 참으로 유감입니다.”

 

“그 말씀 잘하셨습니다. 그러면 국정원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서 사전에 대비를 했었다는 건가요?”

 

“그건 국가 기밀이라서…… 그래도 국민 여러분이 느끼고 있을 불안을 생각해서 밝힐 수 있는데 까지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는 정부의 대표로 나와서 추궁을 당하는 입장이라 목이 타는지 연신 물을 들이키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한준수회장님이 이른바 ‘별춤신’ 주인공이라는 것을…… 저희 국정원에서는 동영상이 유포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곧바로 알아냈고, 그 분이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 또한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이 그 사실을 알고 나면 무슨 일을 꾸미지 않을까 염려되어, 미리부터 많은 대비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신분이 특별한데다 워낙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서…… 준비를 하는데 만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한준수회장이 비록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친인척 등 다수의 민간인들에 대한 특별경호는 법규에도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경호예산이 편성되어있지 않은 까닭에, 그들에 대한 경호는 어쩔 수없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부터 한회장 집과 김민지씨 집 주변은 가용인력들을 동원해서 국가에서 보호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한회장의 친인척 개인들에 대해서는 정부로서도 일일이 경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대단히 죄송스런 일이기는 합니다만, 한준수회장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사설경호업체에서 그들의 경호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다만 사설경호업체 직원들은 법적으로 총기소지가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취약점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몇몇 민간인들에게만 총기 소지를 허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했다가는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될 것이니 다들 거기에는 반대하시죠?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테러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김수지양의 경호원들이, 총을 쏘는 테러범들에게 변변히 대항도 못해보고 제압당했기 때문에 김수지양은 납치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그걸 알고 김수지양을 구하러 갔던 한준수회장이,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인질들을 구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그 자신이 인질범의 일행들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에 피격을 당해서 사망한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인질범들의 정체라든가 그들을 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추궁이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현재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두루뭉술한 답변만 있자, 또 한번 격앙된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정부측 대표는 연신 땀을 훔치면서 해명과 사과의 말을 전하기 바빴다.

 

그 후에도 정부 관계자와 패널들간에는 한참 동안 날 선 논쟁이 지속되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이번에 테러를 가한 범인들의 국적은 여러 정황상 북한이 가장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제는 더 이상 참지만 말고 응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도 나왔다.

 

한편 준수가 테러를 당해서 폭사를 당했다는 TV뉴스를 열심히 시청하는 사람 중에는, 머리가 하얗게 샜고 흰 수염이 관운장 수염처럼 길게 늘어진 도사도 있었다.

 

그가 제자들에게 말한 바에 따르면 자기는 원래 선계에서 사는 신선이었는데, 인간세상이 워낙 혼탁해서 옥황상제의 명으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인간으로 환생해서 지상에 내려와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를 비웃고 외면했지만, 그를 믿고 따르는 제자들도 제법 있는데,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 그의 제자였던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 양반이 말하는 것을 나중에 생각해보면 사실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워낙 말발이 좋기 때문인지, 그 양반이 하는 말을 듣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사람은 또 도사가 이런 말을 자주했다고 했다.

“내가 능력이 있는데도 이능(異能)을 발휘하지 않는 까닭을 아느냐? 그것은 특별한 능력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할 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함부로 사용하면, 그 일로 옥황상제님이 노해서 벌을 내리기 때문이니라.”

 

그를 따르는 사람들 대부분은 세뇌된 까닭에 그 말을 믿고 있으며, 그 자신 워낙 그런 말을 자주하다 보니 자기 스스로도 헷갈리기 시작해서, 이제는 실제로 자신이 능력이 있는데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그가 TV화면을 가리키며 제자들에게 말했다.

 

“제자들아! 저게 보이느냐. 저 자는 자기가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함부로 드러냈다가 저런 일을 당한 것이다.

그걸 잘 알기에 나는 너희들에게 나의 이능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내가 그것을 드러내는 날은 세상이 큰 위기에 처해있는 날일 것이니, 그때는 너희 모두 나와 함께 있어야 안전할 것이다.”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해서 말썽이 되었던 경기도 용인시의 한 기도원에서도, 이상한 복장의 한 목회자가 그 뉴스를 보면서 설교를 하고 있었다.

 

“성도 님들 저 뉴스를 보세요! 저 한준수라는 자는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은 힘을 함부로 사용하다가, 아버지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것입니다.

특별한 능력을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아버지 하나님의 허락을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자식으로 이 자리에 선 나는, 여러분이 그분의 허락을 얻어서 특별한 능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저는 여러분들을 천국의 길로 인도하려고 하다가, 사탄의 모함을 받아서 억울한 옥살이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도 다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성도님들께서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이는 그 옛날 예수님이 모함을 받은 일과 같은 것입니다.”

 

준수가 당한 사건은 이처럼 사기꾼들의 돈벌이 수단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었다.

 

박장호는 남한강변의 호텔에서 준수에게 크게 망신을 당한 후 복수를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그 일로 인해 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 되었다가 풀려난 까닭에, 한동안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는 준수가 곁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민지에게 접근할 꿈도 못 꾸었고, 그냥 준수 생각만 해도 등에서 식은 땀이 났다. 준수는 그야말로 자기가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언터처블(Untouchable)이고, 마왕과 같은 공포스런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당시 호텔에서 준수를 자세히 본 순간, 그가 내뿜는 포스에 주눅이 들어서 오줌을 지릴 뻔 했던 수치스런 기억은, 장호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서 벗어나기 힘든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준수 비슷한 사람만 봐도 깜짝 놀라서 저절로 식은 땀이 솟고 마음이 얼어붙고는 했다. 또 어느 날은 잠을 잘 때 꿈에 준수가 다가오자 놀란 나머지 고함을 치다가, 자기 소리에 놀라서 잠을 깬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무섭던 한준수가 폭사를 당해서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고 한다. 그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고, 평소 연예뉴스 외에는 거의 보지 않던 정치 경제 사회뉴스를 몇 번씩이나 보고 또 봤다.

혹시 꿈은 아닌가 해서 꼬집어도 보았다. 결코 꿈이 아니었다.

 

그는 그제서야 기쁜 마음으로 만세를 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밖에 있는 여비서가 깜짝 놀라서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봤을 정도다.

그녀는 상무가 TV를 시청하면서 지른 소리인 것을 알고는 다시 문을 닫았다. 그 때 그녀는 화면내용을 얼핏 봤는데, 박상무가 준수의 사망소식을 보고 기뻐서 내지른 소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내색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상무가 준수에게 느끼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로 인해 괜히 자기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김민지! 이제 너는 내 거야……”

장호는 이제 더 이상 누구를 의식하지 않고 민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 이유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뛰고 흥분이 되었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기어코 그녀를 자기가 차지하고 말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녀가 준수의 품을 거쳤다는 것은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참 쿨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각 방송국들은 한준수 추모특집을 긴급 편성해서 내보냈는데, 그 중에는 싱크홀 관련보도를 해서 전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앵커가, ‘우리의 다정한 이웃, 초인 한준수를 기다리며’ 라는 추모사를 낭독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한준수회장님 우리는 초인인 당신이 이 땅에 없다는 것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꼭 살아서 다시 우리 곁으로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아서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묶겠습니다.”

이 추모사가 끝남과 동시에, 팝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가 다소 느린 박자로 울려 퍼지면서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했다.  

 

스타 앵커가 진행하는 프로답게 이 방송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데, 방송이 끝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거리의 떡갈나무 가지마다, ‘초인이여 제발 살아서 돌아와요!’ 등의 문구가 적힌 노란 리본이 묶여서 나부꼈다.

그것은 이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춘 후 그것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다가 자기들도 같이 기도했다. 

 

온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던 그날 새벽, 장노사는 검은 연기와 함께 화광(火光)이 충천하는 테러현장을 망연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돌과 모래 무더기 같은 것이 하늘로 비산(飛散)하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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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04 [21:45]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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