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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104회]
104. 환골탈태(換骨奪胎)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6/09 [21:07]

 

104. 환골탈태(換骨奪胎)

 

준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초인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의 기운이 아무리 약해졌어도 평범한 인간의 사념에 먹힐 수는 없었다.

분노와 공포 그리고 범인을 빨리 잡아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은 정신적으로 매우 취약한 환경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 자칫 영혼까지 잠식될 위기에 처하자, 그것을 막기 위해 준수의 뇌는 본능적으로 강력한 방어기제(防禦機制)를 발동했다.

 

그러자 준수에게 가해졌던 기억의 봉인 중 일부가 강제로 해제되고, 능력을 억제해왔던 제약도 상당히 약해졌다.

이순간 갑자기 어떤 주문소리 같은 것이 머릿속을 울리기 시작했고, 익숙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이 들자 그는 무의식 중에 그것을 따라 암송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세를 크게 확장한 사념이 준수의 영혼을 넘보고 막 먹어 치우려는 순간이었다.

사념이 두정(頭頂)주변에서 울려 나오는 주문소리에 영향을 받았는지 갑자기 움츠리더니, 가슴 쪽으로 내려가면서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런 사념을 주문소리에 의해 만들어진 어떤 파동에너지 같은 것이 뒤쫓기 시작했다.

 

파동에너지와 사념간에 쫓고 쫓기는 경주가 시작되었다. 사념은 일종의 관문이나 정거장 같은 역할을 하는 혈(穴)에 잠깐씩 머물면서, 뒤따라 오는 파동에 저항을 해보려 했다.

하지만 준수가 주문암송을 계속하자 파동에너지는 점점 힘이 강해졌고, 그 강해진 힘으로 공격을 하니 견디지 못한 사념은 계속 쫓겨가다가 가슴의 단중혈을 장악해서 머물렀다.

 

단중혈은 분노하거나 공포를 느낄 때 잘 막히는 곳으로, 화병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준수가 이번에 크게 분노하고 공포심을 가졌기 때문에, 어두운 기운이 단중혈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사념은 그 단중혈을 거점 삼아 그곳에 있는 기운을 흡수해서 힘을 키우려는 듯했다.

 

공격해오는 파동의 힘이 커지는 것 못지않게 어두운 기운을 많이 흡수한 사념은 이제 사기(邪氣)로 바뀌면서 힘도 강해졌고, 그 사기가 단중혈 관문을 두텁게 감쌌다.

이 때부터 뚫고 막으려는 두 힘은 관문을 사이에 두고 강하게 맞부딪쳤다.

 

공방은 한동안 계속 되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에너지를 보충 받고 있는 파동이 강해졌고, 마침내 단중혈의 관문은 깨져버렸다.

이때부터 쫓고 쫓김이 다시 시작되어 단전까지 이어졌다.

 

약육강식의 법칙은 자연계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데, 서로 상반되는 기운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 그런 일이 준수의 단전에서도 벌어졌다.

 

준수의 단전이 평소와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면, 사기가 아무리 어둠의 기운을 많이 흡수해서 강해졌다 할지라도 그토록 쉽게 사기에 점령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운이 많이 고갈되어 남아있는 기운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단전의 약해진 기운을 사기가 먹어버리고 말았고, 사기의 힘은 그만큼 더 강해졌다.

 

그렇게 해서 이제 힘이 강해진 사기는 파동의 기운에 충분히 대항할만하다고 여겼던지, 뒤쫓아온 파동에너지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단전의 기운을 흡수한 사기의 저항은 강력했다. 거의 메말라 버리다시피 한 단전이지만 그곳은 기운의 원천인 까닭에, 조금씩이라도 계속해서 생성되는 기운을 사기가 흡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밝음과 어둠의 두 기운이 공방과 추격전을 벌이면서 지나간 곳은, 경락이 확장되어 8차선 고속도로처럼 넓어졌기에, 그 길로 빠르게 전달된 에너지가 파동의 힘을 점점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세를 보이던 사기의 기세가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적으로 약세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제 더 이상 도망치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곳에서 극렬히 저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에너지가 공급되는 파동의 힘을 이기지 못해 사기는 완전히 소멸되고 말았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행운도 따랐다. 정과 사, 양과 음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기운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단전이 크게 넓어진 것이다.

그렇게 넓어진 단전으로 파동의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그 덕에 거의 메말라있던 단전에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종전의 단전이 조금 큰 저수지라고 한다면 이번에 형성된 단전은 넓은 호수라고나 할 만큼 전보다 훨씬 커다란 단전이 형성되어 갔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단전이 완전히 차 올라서 기운이 넘치기 시작했고, 넘쳐난 대부분의 기운은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이라는 큰 순환로를 따라서 흘러갔는데, 일부는 그 기운을 필요로 하는 십이경락(十二經絡)과 기경팔맥(奇經八脈), 그리고 모세혈관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으로 흘러갔다.

 

기가 인체를 순환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설들이 많지만, 선도수련에서는 기운이 순환하는 양상에 따라 일반적으로 소주천(小周天)과 대주천(大周天)으로 구분한다.

소주천은 인체의 정 중앙선을 따라 흐르는 임맥과 독맥을 기운이 순환하는 것을 말하고, 대주천은 거기에 더해서 십이경락과 기경팔맥 전체를 막힘 없이 순환하는 형태라고 알려져 있다.

 

단전에서 나온 기운은 점점 강해지더니 대홍수 때 큰 물이 둑을 무너뜨리듯, 단숨에 회음혈(會陰穴)을 뚫어버리고는 척추를 타고 뒷머리로 올라갔다가, 뇌호혈(腦戶穴)에 이르자 무언가에 저항을 받고 뒤로 밀려났다.

 

한자로 호(戶)라는 글자는 집, 지게, 구멍, 출입구, 지키다 등 여러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 글자 자체가 복잡한 뜻을 가지고 있음을 반영하듯, 뇌호혈은 뇌를 지키는 집(관문)이 될 수도 있고, 침 같은 것으로 뇌의 잘못된 부분을 치료하는 구멍이나 출입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곳을 잘못 건드리면 자칫 백치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 매우 조심해야 하는 곳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장벽의 구실만을 하는 듯, 밀고 올라오는 기운이 계속해서 두드리고 돌파하려 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완전히 요지부동이었다. 그곳은 뇌를 보호하는 관문과 같은 곳이니, 금성철벽처럼 굳건히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파동의 기운은 준수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계속 읊고 있는, 주문이 만들어내는 후속의 파동에너지와 합해지더니, 다시 올라갔다가 뇌호혈에서 저항을 받고 밀려나곤 했는데, 그런 일이 몇 번이나 계속되었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동안 이번에는 온 몸이 녹아버리는 듯한 고통이 뒤따랐다. 아니 실제로 준수의 피부가 녹아 내리고 있었다.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모조리 타서 재가 되어 버렸고, 피부는 흐물흐물 녹아서 벗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준수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준수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영혼의 울림과 같은 주문이 아무리 멈추려고 해도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로 인해서 파동이 만들어지니 이런 상황은 계속 되었다.

그런데 고통의 와중에도 급작스럽게 크나큰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것을, 이제 크게 활성화되기 시작한 뇌가 감지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누가 가르쳐주는 것처럼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는데, 뇌는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인지 뇌호혈 뿐만 아니라 특별한 기운으로 봉인되어 있던 대우주와 통하는 문호인 백회혈을 스스로 활짝 열어 버렸다.

 

그와 함께 모든 기혈과 경락들이 열리고 활성화 되었으며, 산이라도 들어올릴 수 있을 만한 엄청난 기운이 전신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치 수만 볼트의 고압전류에 감전된 듯한 엄청난 고통이 온 몸을 관통하는가 싶더니, 곧 이어서 모든 것이 녹아 내리는 듯한 시원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모공을 통해서는 진득한 액체가 빠져 나왔고 거기에서는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다음에는 몸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 진동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온 몸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잠시 후에는 뼈마디가 모두 분해되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고, 준수는 그만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

 

하지만 뇌의 방어기제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내 정신이 깨어났기에 준수는 모든 고통을 꼼짝없이 감내해야 했다.

몸이 뒤틀리고 뼈마디가 분해되는 고통이 계속되는 동안, 용광로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뜨거운 열기와 함께 엄청난 기운이 하 단전으로 몰려들더니 모든 경락을 거침없이 휘돌았고, 정신적으로는 점차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엇! 저놈의 몸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창고에 설치된 몰카에서 보내오는 준수의 행동을 모니터를 통해 계속 지켜보던 요시다는, 준수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자 처음에는 흥미롭게 지켜봤지만 차츰 긴장의 눈으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구경을 하는 동안에도 준수의 발광은 계속되었으며, 어느 순간이 되자 몸에서 나오는 열기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지 그는 옷을 잡아뜯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의 피부가 쩍쩍 갈라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 한준수가 자기 손으로 입고 있는 옷을 다 찢어버리는걸 보세요.”

이와 같은 요시꼬의 놀란 소리는 요시다의 경각심을 일깨었지만, 그렇다고 미사일 발사시기를 앞당기자니, 준수에게서 일어나는 변화가 너무나 신비스러워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미사일을 발사하라고 명령할까요?”

“아니야! 지금 날려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구경거리야. 조금만 더 지켜보자 구.”

요시꼬와 이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 잠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준수의 몸에서 불이 났을 때나 있을 법한 강한 빛이 방출 되더니 준수가 온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요시다는 저런 현상이 기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잘못 수련할 경우에 경험할 수도 있다는 주화입마(走火入魔)가 확실하다고 생각했고, 지금이 준수를 죽일 수 있는 최적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자기 인생에서 다시는 못 볼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조금만 더 보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이, 그로 하여금 결행시기를 조금 더 늦추게 만들었다.

 

준수 몸의 뒤틀림이 점점 커지더니 이번에는 더 큰 빛의 방출이 있었다. 그러자 준수는 거의 실신지경에 이른 듯 했다.

어느 정도 구경을 했으니 자기의 호기심을 제법 충족시켰고, 더 기다리다가는 준수의 특별한 능력을 감안할 때 자칫 최고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요시다는 각 조에 동시에 발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1분 후 세 곳에서 동시에 휴대용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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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09 [21:07]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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