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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105회]
105. 기적과 우연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6/12 [18:13]

 

105. 기적과 우연

 

이 순간 준수는 수련의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잘못되면 주화입마가 되어,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불구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준수에게 큰 위기가 닥치고 있었다.

 

갑자기 준수의 몸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극도로 활성화된 뇌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감지하고 흐름을 막고 있던 벽들을 강제로 부숴버렸다. 그 상황에서 가능한 최상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준수의 몸이 강한 빛에 휩싸임과 동시에 창고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창고가 있는 그 지역은 원래 상당히 큰 연못이었던 곳으로, 바닥에서 지하수가 솟아오르면서 옛날부터 생겨난 것이며, 연못 주변은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던 곳이다.

 

그런데 수도권에 위치해 있으니 개발 붐으로 인근 지역의 땅값이 상승하자, 연못의 소유주는 연탄재와 쓰레기들을 퍼붓고 그 위에 흙을 덮은 상태로 메워서 연못과 그 주위의 땅을 이용하기로 결정했고, 콘크리트패널로 시공한 상당히 큰 규모의 물류창고를 지어서 물류유통업에 진출을 했다.

 

그렇지만 사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워낙 연약지반에 건립한 까닭에 창고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습기가 많이 찼기 때문이다.

보관물품에 계속 문제가 생기자 배상액이 급증했다. 결국 그의 사업은 부도가 났고 창고는 여러 채권자들의 공동소유가 되었는데, 공동소유부동산에서 흔히 보는 바와 같이 갑론을박만 벌어지는 가운데, 그 창고는 오랜 기간 방치되었다.

 

그러다가 한 건설업자가 여러 채권자들을 설득해서 그것을 장기 임대한 후, 건축자재 보관창고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기가 나쁜 탓인지 아니면 건설경기의 불황 탓인지 그 업자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업이 어려워졌고, 그는 쓸만한 물건들은 헐값에 처분한 후 얼마 전에 고의로 부도를 낸 후 도망쳐 버렸다.

그래서 현재 창고에는 처리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 처치가 곤란한 폐자재들만 방치되다시피 쌓여있었다.

 

아무튼 창고아래의 지층은 지하수에 의해 끊임없이 침식이 진행되는 중이었는데, 준수의 몸이 강제적으로 환골탈태를 하면서 엄청난 기운을 발산하자, 그렇지 않아도 연약지반인 창고바닥이 밑으로 푹 꺼지는 싱크홀 현상이 생겼고, 준수의 몸은 당연히 그 아래로 추락했다.

 

 

세 아가씨들을 헬기에 태워서 박병원으로 날아왔던 서정도는, 수지등 세 아가씨들을 미리 병원에 도착해있던 가족들에게 인계하고, 인질구출 상황을 짧게 설명 해주었다. 그런 다음 준수와 장노사가 공범들을 찾기 위해 아직 현장에 남아있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그렇게 가족들 모두가 세 아가씨의 병실로 간 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장노사에게서 당황스러움과 울먹임이 섞인 듯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이 보게 정도 아우! 크 큰일 났네! 회장님께서 그만…… 폭탄 테러를 당해서 현재 생사가 불분명하네.”

 

서정도는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며 반문했다.

“아 아니, 대형!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회장님께서 폭탄테러를 당하시다니요?”

 

“여기에 있는 나도 도무지 실감이 안 나지만 사실이라네. 현장에 뛰어들어가서 땅이라도 파헤쳐보고 싶은데…… 열기가 너무 강해서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네.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생기나……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네!”

 

“대형! 제가 준비가 되는대로 곧 그곳으로 출발할 테니, 조금만 더 현장에 머무르면서 회장님 생사를 살펴주세요.

저는 우리 회장님을 믿습니다…… 하늘이 우리회장님 같은 신인을 세상에 내보내셨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게 내버려두었을 리 없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십시다.”

 

그들은 모두 준수의 인품에 반해서 그의 사람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고, 민지를 제외한 누구보다도 준수의 능력을 잘 알며, 준수에 대해서는 거의 신앙에 가까울 만큼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그들은 무인이며 중국출신이라 언어 등 모든 면에서 통하는 점이 많기 때문에,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거기에 구애 받지 않고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 그래서 장노사가 대형이 되고 전직 삼합회 원로들이 나이 순으로 중형, 마지막으로 나이가 한참 어린 서정도가 막내가 되기로 했다.

 

“정도 아우! 사모님께 회장님 소식을 알리는 것은 잠시 미뤄주게나.

자네 말마따나 회장님은 하늘이 내린 신인이신데…… 아직까지는 그분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동생 문제 때문에 놀란 가슴인 사모님을, 그 일로 더 놀라게 만들어드리면…… 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되네.”

장노사는 역시 나이든 사람답게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했다.

 

“예, 알았습니다 대형. 회장님 소식을 사모님께 전하는 일은 잠시 미룰 테니, 대형께서 계속 지켜보시다가 무슨 변화가 있으면 바로 전화 주세요.”

“어어엇! 끊지 말고 잠시 기다리게! 창고자리에서 돌덩어리가 튀어 오르고 있네…… 아! 시커먼 형체가 날아 오르고 있어……!

이만 끊게나. 내 이따가 다시 전화 하겠네.”

 

 

지하수가 고여서 물웅덩이가 생긴 싱크홀은 제법 깊었는데, 다행이 거기에 고여있는 물의 저항을 받기 때문에, 준수와 같은 초인이 아닌 보통사람이 떨어지더라도 바로 죽지는 않을 만큼 충격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준수는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으로 순간적으로 몸을 웅크려서 낙법을 행했다.

 

또한 환골탈태로 경지가 높아지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무의식 중에도 발현되어, 그의 몸 주위에는 방어막 같은 것이 형성 되었다. 이것이 초 고수들이나 가능한 강기 막이라는 것이다.

 

이 순간 세 방향에서 거의 동시에 들이닥친 미사일들이 폭발했다. 휴대용이라 작기는 하지만 그 것들은 엄청난 위력으로 창고 전체를 날려 버렸는데, 이 때 지극히 드문 현상이 발생했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터진 폭발력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뤄버린 것인데, 물리학에서 말하는 벡터 값이 순간적으로 0에 수렴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그 순간 준수가 원래 있었던 창고 안은 토네이도의 눈과도 같은 진공상태가 되어서, 열기의 성질상 엄청난 상승기류를 형성했다.

그러자 아래쪽으로 가는 열기와 압력이 현저히 감소되고 상승압력은 훨씬 더 커져서, 창고지붕 전체를 뜯어내듯이 들어 올려서는 산산조각 내버렸다.

 

힘의 균형이라는 것은 묘한 것이다. 최신 탱크들은 장갑 방호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장갑판의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 뿐 아니라, 상대방이 쏜 포탄이 장갑판에 명중하는 순간, 장갑판 내부에 장착된 폭약이 폭발하게끔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면 양쪽 힘이 균형을 이루면서 벡터 값을 0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탱크 내부를 보호하는 기능이 커진다고 한다.

 

테러범들은 준수가 빠져나갈 만한 빈틈을 주지 않고 폭발력을 키우기 위해서 세 곳을 동시에 노렸는데, 이 때문에 시간차가 거의 없이 미사일이 폭발해서 힘의 균형을 만들어 내면서 압력을 공중으로 향하게 했고, 때마침 준수는 싱크홀에 빠지는 바람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다.

 

만약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무리 준수가 싱크홀에 빠져서 강기 막을 형성했어도 신체가 무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세발의 미사일 폭발력은 대단했으므로 그 강한 힘이 밀려 오는데, 아무리 강기막이라도 그보다는 못한 방호능력을 가졌을 테니, 그 힘을 버티기 어려웠을 테니까.

 

준수는 큰 폭발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전혀 타격이 없을 수는 없어서, 뇌 쪽에 다소 문제가 생기고 몸에는 상처를 입었다.

준수의 모든 힘을 끌어내서 폭발로부터 자신을 방호 하게끔 만들고 나니, 기운의 소진으로 인해 뇌가 잠시 휴면상태에 들어갔고, 따라서 의지의 발현이 없으니 그에 따라서 강기 막도 사라져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콘크리트와 같은 폭발 잔해 물들이 준수를 덮쳤으니, 머리와 몸에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태였지만 환골탈태를 거친 육체의 회복력은 경이적인 것이라서, 몸의 상처들은 빠르게 아물어갔다.

하지만 뇌는 워낙 민감한 곳이라서 실핏줄 하나만 터져도 큰 이상을 일으키는데, 코로 웅덩이의 물이 들어오자 숨을 쉬기 위해 머리를 쳐드는 순간, 연속으로 무겁고 뾰족한 돌덩이들에 머리를 강타당했으니, 아무리 강화된 육체일지라도 완전히 무사하기는 힘들었다.

 

거기에 미사일 폭발 시 생긴 고열이 주위의 산소를 모조리 태워버려서 공기가 매우 희박했으니, 뇌에 공급할 산소가 거의 없었다.

준수는 결국 많은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잠시 동안 꼼짝 않고 엎드려 있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웅덩이의 물들이 열기에 의해 많이 증발된 상태인데도 아직 물이 많이 남아 있어서 코로 물이 들어왔다. 그러자 준수는 무의식 중에도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강력한 재채기를 했고, 그로 인해 몸이 깨워났다.

 

환골탈태한 육체의 능력은 엄청났다. 소진되었던 기운의 일부가 잠깐 사이에 보충되었고, 그 기운을 시용해서 폭발물 잔해들을 공중으로 밀어 올렸다.  

그렇게 준수는 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아직 불타고 있는 건물 잔해를 헤치고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장노사는 불구덩이 속에서 돌덩이들이 하늘로 비산한 후 시커먼 재와 흙으로 뒤덮인,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분 안 되는 형체가 뒤이어서 날아 오르는 것을 놀라운 눈으로 지켜봤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그 형체는 인간이 분명했는데, 그는 안전지대로 나오자 다시 쓰러져 버렸다. 아마도 불구덩이 속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힘을 다 써버린 모양이었다.

 

장노사는 자기 겉옷을 벗어서 다시 의식을 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는데, 완전히 민머리에 눈썹조차 없는 벌거숭이 모습이었지만 그는 준수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장노사는 준수의 몸에 묻은 재를 대충 닦아준 후 그 옷을 다시 몸에 걸쳐주었으며, 그를 어깨에 들쳐 매고 빠른 속도로 사건 현장을 벗어났다.

 

애앵! 삐뽀삐뽀!

멀리서 소방차와 구급차들이 달려오는 소리를 들리자 전력을 다해 질주를 한 장노사는, 창고로부터 5리정도는 벗어난 산 비탈에 준수를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서정도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정도 아우! 기뻐하시게! 회장님께서 몇 군데 자잘한 상처는 입으셨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몸 상태로 살아 돌아 오셨네.

다만 지금 의식을 잃고 계셔서 경과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네.”

“대형! 헬기가 지금 오고 있으니 제가 곧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그러니 찾기 쉬운 곳에 가 계십시오.”

 

“아니네. 이제부터는 신중해질 필요가 있네. 테러범들이 아직 그대로 있지 않은가…… 그들은 이번 폭탄테러로 우리 회장님께서 돌아가신 것으로 알아야 하네. 그래야 그들이 안심하지 않겠나?

 

자네는 이번 김수지양 납치사건이 회장님을 노리고 저지른 일이고, 그로 인해 큰 사고가 일어났지만 회장님께서는 다행이 무사하시다는 것을 사모님께만 알려드리게.

그리고 다른 가족들에게는 되도록이면 비밀로 하는 것이 좋겠지만, 만약 부모님의 건강이 염려되어 불가피하게 알려야 한다면, 그 분께서 알아서 판단하시라고 말씀 드리게.

 

그런 후에 이곳으로 오더라도 우리를 찾지 말고 현장에서 회장님을 찾는 흉내만 내게. 적을 속이려면 아군을 먼저 속이라는 말을 명심해서, 우리 보안요원들도 회장님께서 살아계시다는 것을 감쪽같이 몰라야 하네.”

 

장노사는 온갖 음모가 판을 치는 암흑가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사람답게, 어둠 속에서 쏘는 화살이야말로 진정 무섭다는 것을 서정도에게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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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12 [18:13]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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