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판타지소설 Mr. Nobody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판타지소설 Mr. Nobody [107회]
107. Mr. Nobody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6/20 [18:22]

 

107. Mr. Nobody

 

목욕을 하고 난 준수의 모습은 크게 변해 있어서, 이 사람이 과연 준수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환골탈태과정에서 몸에 있는 모든 털이 다 타버렸기 때문에 민머리에 눈썹도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골격도 상당히 많이 달라져서 준수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얼굴의 균형이 보다 완벽해져서 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인상이 되었으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찾아낼 수 있는 미세하게 휘어진 콧대도 완전히 바로 섰다. 그리고 눈이 조금 더 커졌으며 구강구조도 조금 변했다. 키가 조금 더 커졌고 근육이 조화를 이루어 비록 남자이지만, 누가 보더라도 아름다운 몸이 되었다.

 .

또한 변신전의 목소리는 약간 허스키가 섞인 목소리였는데, 이제는 성악가가 노래할 때나 내는 미성의 바리톤 소리로 바뀌었다.

골격이 바뀌고 구강구조에 변화가 오니 목소리가 변하고 성문자체가 달라진 듯 했다.

 

따라서 약간의 변장을 하고 다니면 그가 준수라는 것을 알아볼 사람은 없는 듯했지만, 그래도 만전을 기하기 위해 식당에도 가지 않고 고영호가 밖에서 사온 음식을 먹으면서 방안에서만 지내기로 했다.

하지만 준수는 식사마저 거른 채 계속해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명상에 돌입했기 때문에, 음식들은 장노사와 고영호의 차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울려 나오는…… 이 뜻을 알 수 없는 무슨 주문과도 같은 음파들은 무엇인가?

나도 모르게 이것을 계속 따라 암송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하는 동안 몸의 기운이 조금씩 증가하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 있다……’

 

준수의 명상은 꼬박 사흘 동안이나 계속되었는데, 이틀째 되는 날부터 그의 몸에서 악취가 풍겨 나오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사흘 째 되는 날에는 시커먼 분비물이 땀과 함께 그의 몸에서 흘러나와 옷을 적셨고, 거기서 나는 냄새는 족히 몇 달은 삭혔음직한 홍어냄새 못지 않았다.

 

그는 그 상태에서도 거의 하루가 지난 다음에 눈을 떴는데, 함께 있는 두 사람은 도저히 악취를 참을 수 없어서,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두어야 했다.

 

‘이제 드디어 나 자신에 관한 비밀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구나…… 그 긴박한 상황에서 내가 각성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고, 이번에도 기억을 되찾도록 해준 주문 같은 것이 바로 태을선공이었어…… 아직 완전히 각성하지 못해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영(靈)의 상태로 선계에 갔었고, 거기서 스승인 태을선인을 만나서 태을선공을 전수받았다.

 

스승님께서는 태을선공을 궁극의 경지까지 수련하면 사람들이 상상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의 능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나쁜 마음을 가진 자에게 전해져서 악용될 경우에는 인간세상의 조화와 질서가 깨질 수도 있다고 염려 하셨다.

 

또 그 자체가 선계의 것이니 선계와 인연이 닿지 않는 사람이라면, 가족들이라도 함부로 전수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고, 오직 나와 배우자의 연이 되는 한 여인에게만 그 기운을 온전히 나누어 주어서, 그녀와 함께 세상을 위해 사용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혹시 다른 사람들 중에 수련법을 전해 주어야 할 사람이 있을 때는, 태을선공의 공능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인간계에 이미 전해진 것들이 몇 가지 있으니, 그것들을 적절히 이용하면 될 거라고 말씀하셨어.’

 

준수가 기억을 되찾았다는 소식은 서정도를 통해 곧 민지에게 전해졌다. 민지는 너무 기뻐서 하마터면 환호를 지를 뻔 했으나 겨우 마음을 진정한 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역시 서정도의 전화기를 이용해서 고영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서 준수를 바꾸게 했다.

 

“오빠! 흐흐흑…… 나는 오빠가 곧 기억을 되찾을 거라는 것을 믿었어. 아니, 설사 오랫동안 기억을 못 찾거나 영영 못 찾는다고 해도 오빠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어……”

비록 전화상이지만 준수에게 그녀의 절절한 마음이 와 닿아서 그의 가슴 또한 찡해졌다.

 

“그래, 민지야! 많이 놀랐고, 걱정도 많았지? 이제 다시는 너에게 이런 걱정을 안기지 않을게…… 아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도 없을 거야.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이 되어서 내가 전보다 엄청 강해졌거든.

거기에 대해 자세한 것은 만나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이제 어머니 아버지 상태 좀 알려줘. 이번 일로 크게 놀라셨을 텐데 조금 진정이 되셨어? 그리고 수지처제는? ”

 

“응, 오빠. 처음에는 두분 다 엄청 놀라셔서 큰일날 뻔 했지만…… 다행이 내가 잘 말씀 드렸기 때문에 아버님은 비교적 빨리 안정을 되찾으셨고, 어머님은 너무 크게 충격을 받으셨는지 한동안 안절부절 하셨지만 진정제 주사를 맞고 많이 안정을 찾으셨어.

그리고 수지는 아직 사람을 무서워하고 있어.”

 

“그래, 민지 네가 수고 많았다. 수지처제도 크게 걱정하지는 마…… 내게 좋은 방법이 있으니 처제하고 두 아가씨들도 내가 가서 손을 쓰면 곧 안정을 찾게 될 거야.”

 

그들은 하마터면 영영 이별을 할 뻔 했다가 서로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어, 그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기에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고, 나중에는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예비 배터리로 갈아 끼우면서 까지 대화를 계속했다.

 

골프장을 출발한지 한 시간쯤 후에는 박병원에 도착했는데, 병원건물 곳곳에는 경찰들이 배치되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장노사는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오는 도중 중간에 내렸고, 준수는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고영호가 병원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경호원에게서 출입증을 받아오자 그것을 패용하니, 일일이 검문을 받지 않고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병원에 들어선 준수는 다시 화장실에서 출입비표가 있는 의사로 변장을 했고, 그런 다음 고영호의 안내를 받아 이번에 임시로 설치한 특수 병실을 찾았는데, 준수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미리 연락을 받은 서정도가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맞이해서 부모님이 입원하고 있는 병실로 안내했다.

 

임시 특수병실은 병원과 국정원의 협조로 한층 전체를 외부와 격리한 채 준수와 관련된 사람들만 입원하고 있는 곳으로, 엘리베이터 입구와 비상계단에는 무장한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병실 복도에는 서정도가 지휘하는 최정예 경호원들이 물샐틈없이 경호하고 있었다.

 

준수는 우선 부모님 병실을 찾아서 눈물의 상봉을 한 다음, 민지를 만나서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그들은 병실 밖에 있는 경찰들을 의식한 나머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할 일들에 관해 몇 가지만 상의하고 민지가 퇴원한 후 민지네 집으로 준수가 몰래 찾아가기로 했다.

 

그는 민지에게 비밀유지를 위해 당분간은 이모나 사촌들에게도 자신에 관한 것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으며, 또 서정도를 병실 안으로 불러들여서 여러 가지 일들을 당부했다.

 

민지의 병실을 나온 준수는 여전히 의사로 분장한 채로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수지의 입원실을 찾았는데, 거기에는 예비 장모인 정윤희여사가 수지를 간호 있다가 준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수지는 아직도 그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인지, 낯선 모습의 준수가 들어오자 몸을 움츠리면서 심하게 떨었다.

준수는 순간적으로 입술이 새파랗게 변한 수지를 잠시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그녀의 수혈을 짚어서 잠들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준수는 그녀의 손을 잡아서 손바닥의 노궁혈(勞宮穴)로 기운을 보냈는데, 십이정경(十二正經)의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의 경로상에 있는 그곳을 통해 그의 따뜻한 기운이 들어가서, 공포 때문에 얼어붙다시피 한 심장을 어루만지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얼굴에 다소 화색이 돌고 편안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공포심에서 벗어나고 의식 속에서 트라우마까지 완전히 몰아내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기에, 보다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차후에 강구하기로 하고, 우선은 그녀가 정신을 차릴 수 있을 정도까지만이라도 기운을 북돋아 주기로 했다.

 

준수는 다른 두 아가씨에게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는데, 그것으로 그녀들의 몸 건강은 곧 회복되겠지만,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그녀들이 혹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크게 염려되었다.

그래서 그녀들에게 정신과의사의 진료는 계속 받게 하되 그와는 별도로, 윤소정에게 그녀들을 집중상담해줄 것을 부탁하기로 했다.

 

윤소정은 화류계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남자들이 행하는 온갖 짓거리를 다 경험한 여자다. 거기에다 그녀는 심리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심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처럼 그녀 자신이 많은 아픔을 겪어본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번에 참담한 일을 당한 아가씨들의 정신적 고통을 완화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준수는 확신했다.

 

준수는 또 급한 일들을 처리하는 대로, 수지와 큰 피해를 당한 여자 경호원 그리고 고영호까지 문외제자로 삼아서 자신이 이번에 새로 창안한 태극진결을 전수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준수가 문주로 있는 태극선문은, 역시 피해자이면서 현재 문외제자인 선미와 정여사의 개인 경호를 담당하는 또 다른 문외제자 예진이, 그리고 그들의 대사형이 되는 서정도까지 총 6명의 문외제자를 두게 된다.

 

태극진결은 흔히들 건강체조 정도로 알고 있는 기존의 태극권에다 이번에 얻은 깨달음 더해 크게 보완해서 만든 것으로, 전혀 다른 무술이라 할 만큼 위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실상 창안한 것으로 봐야 한다.

 

준수의 생각대로라면 수지와 두 아가씨가 이 태극진결을 어느 정도 수련할 경우, 그들의 무술실력이 크게 높아질 뿐 아니라 마음도 크게 강화되어서, 현재 겪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들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했다.

 

병원에서 급한 볼일을 마친 준수는 민지가 알려준 대로 국정원 정차장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원 뜻 그대로 영어로 옮겨서 이제부터는 Mr. Nobody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해서 맨 앞에서 언급한 Mr. Nobody와는 상당히 다른 의미지만, 어찌되었든 Mr. Nobody가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렇게 Mr. Nobody가 된 준수는 자기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테러를 가한 자들을 찾아서 응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는 납치범의 사념과 접속했다가 영혼이 먹혀버릴 뻔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일본 내각정보조작실의 특임대라는 것을 알았다.

또 그들의 조장은 요시다라는 자인데 아주 사악하고, 부조장은 요시꼬라는 여자인데 그녀는 요염하면서 머리가 아주 뛰어나다는 것도 알아냈다.

 

 

준수의 가짜 장례식은 미사일 테러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나서 회사장으로 진행되었다.

준수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어머니에게 혼절한 척 병원에 계속 누워 지내고, 아버지는 그냥 무표정하게 조문객들을 맞이하라고 말씀 드렸다.

 

준수는 한국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추앙하는 영웅이었던 까닭에, 문상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고 병원주변은 온통 조화로 장식 되었다.

준수는 변장한 모습으로 자신의 장례식장을 찾아서 장례상황을 잠시 동안 지켜보다가, 그 자리를 벗어나서 어디론가로 차를 몰았다.

 

차 안의 라디오 대부분은 계속해서 며칠 전에 일어난 테러에 관련된 소식과 세계 각 국의 반응 들을 보도하고 있었고, 다른 방송에서는 이번 테러에 대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은 두 패로 갈라져서 갑론을박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세력인 IS의 소행으로 봅니다.”

“글쎄요, 그 의견은 수용하기 어렵군요. 한국에 특별히 거점도 없는 그들의 소행이라고 보기에는 왠지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지 않나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북한 쪽이 훨씬 의심스럽습니다.

 

저들이 아무리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지휘부가 발사 명령을 내리는 것은 자신들도 공멸을 각오해야만 가능한 일이 됩니다.

하지만 한준수회장 같은 초인이 치고 빠지기 식으로 저들 지휘부의 경비병력을 궤멸시키려 들면 그들로서는 막기가 힘들어질 것이고, 한준수회장의 존재 유무는 결국 지휘부 자신들 목숨이 걸린 문제가 된 겁니다. 이 때문에 저는 북쪽을 유력한 용의자로 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기사입력: 2015/06/20 [18:22]  최종편집: ⓒ ggdaily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