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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126]
가을 산천을 바라보며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10/20 [15:55]

 

▲     ©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가을 산천을 바라보며 
  
만목홍산몰운현 滿目紅山沒韻絃
민심소분기충천 民心所憤氣衝天
삼간비실제운식 三間卑室堤雲息
명월청풍부자연 明月淸風不自然
 
붉은 산은 눈에 가득한데 운 가락이 없어
성난 민심은 거리에서 하늘을 찌르고
누추한 삼간집은 제운의 안식처요
명월청풍이 그 답지 않구려.
 
계절이 계절인 만큼 산천은 온갖 색깔로 곱게 단장을 했다. 어찌 붉은 단풍뿐이랴 산등성이에 부는 바람에 억새가 출렁이고 산을 찾은 연인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춤을 추는가하면 들녘은 황금빛으로 농부의 땀을 씻어주니 참 좋은 계절 아닌가?


하지만 시류가 좋지 않으니 마치 빛 좋은 개살구 같게 여겨진다. 거리엔 성난 민심이 구속하라, 바꾸라, 끌어내려라!”라는 구호가 하늘을 찌르듯이 그렇게 혼란할 수 없다. 여기 중국의 한 고승(神贊)의 일화다.


법당은 좋고 좋은데 부처가 영험이 없네.”(好好法堂 而不佛靈) 이 말은 신찬(神贊)이라는 상좌스님이 목욕탕에서 스승인 계현(戒賢)의 등을 밀다가 한 말이다. 등판은 좋은데 든 것이 없다는 것으로 빗댄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스승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찌푸린 얼굴로 상좌를 쳐다보는데 다시 상좌가 말한다. “부처가 영험이 없는 것 같으나 방광은 하는구나.”(不雖佛靈 也能放光)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 후 스승 계현이 창문에 앉아 경을 보고 있을 때 상좌가 말하길 열린 문을 놔두고 창에 부딪히니 어리석구나. 백년 묶은 종이를 뚫으려하지만 어느 세월에 기약하리요” (空門不肯出 投窓也大痴 百年鑽古紙 何日出頭期) 이 말 또한 상좌가 스승을 빗댄 말로써 비록 스승이라지만 아직 공부가 멀었으니 좀 더 공부를 하라는 말로 스승 계현이 상좌의 공부가 수승하다는 것을 알고서 법상을 차려 제자 앞에서 법문을 듣게 되었다.


불가에서는 오직 깨달음뿐이다.(釋氏之門以悟爲則) 깨달지 못하면 아무리 오래 수행을 했어도 별로 인정받지 못한다. 가령 20살의 젊은 스님일지라도 그가 깨달았다면 바로 상석에 앉고 지위도 방장 조실의 위치가 된다.


오늘 이 정부는 앞서 제자와 스승의 위치가 바뀌게 되었듯이 그간 지난 정부를 적폐청산으로 몰아갔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지난 정부보다 못함이 깨달지 못한 사람이 스승의 노릇을 하다가 끝내 제자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야마는 그런 현상이 지금 도래하고 있다.

 

세상에는 내로남불이니 조국스럽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정부나 여당은 세상의 민심을 귀 닫고 눈 감은 채 백색집회를 통해 그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들이 얼마나 한심한지 모른다.
 
그동안 세상에 알려진 의혹만 가지고도 석고대죄를 청해야 함에도 온갖 혀의 놀림으로 그것을 무력화 하려 한다. 검찰개혁을 왜 외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도 고치고 있고 또한 고쳐나가면 될 것을 굳이 다수 국민들이 우려하는 옥상옥과 같은 공수처가 필요한가?


법무부 장관 자리가 고위 공직자리임에도 그에 따른 수사를 방해하는 현 정부가 공수처를 만들어서 뭐 어쩌겠단 말인가? 그렇게 여론을 내세우는 정부가 자신들의 불리한 여론은 왜 무시하는지 이 또한 괴이한 일이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일에 있어 그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자신들부터 솔선수범해야하거늘 자신들의 죄가 만천하에 들어나면 그것은 아니라고 잡아떼고 비켜나가려 하니 이 또한 소가 웃을 일이다.

 

현재 여당의원들 중에서도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라는 생각에, 내년 총선을 앞 둔 이 시점에 오죽하면 공수처 설치 반대를 외칠까?

 


제운스님/시인 선화가

해인사 출가, 동화 법주 범어 통도사 등 수행
문인화가, 평론가 석도륜 선생 사사
개인전 : 서울경인미술관, 양평친환경박물관 등 4회

저서 :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달마산책, 오가밥상,
그대 안에 수미산도 다 놓아버려라, 채근담, 산사의 주련,
내 마음의 이야기,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산문의 향기,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시선일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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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0 [15:55]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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