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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128]
덧없음이여 덧없음이여(無常兮 無常兮)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11/19 [08:54]

 

▲     ©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덧없음이여, 덧없음이여(無常兮 無常兮)
 
 
의여파랑 意如波浪
시기불망 時期不忘
일성천안 一聲天雁
아향세상 我香世喪
낙엽부막 落葉扶莫
결론무상 結論無常
 
뜻은 물결처럼 일렁이는데
때를 잊지 않으려 하지만
외마디 소리 하늘 기러기여
나의 향기는 세상 밖인가
떨어지는 잎새 붙들지 못해
결론은 덧없음이어라.
 
일찍이 서산대사(西山大師)는 그의 시 관동행(關東行)에서 세월은 흐르는 물 같고/ 흥망은 가버린 기러기 같구나./ 천지 밖 소리 높여 읊나니/ 산과 바다가 가슴에 일렁이네. (歲月如流水 興亡若去鴻 高音天地外 山海動胸中)


서산 스님께서는 흐르는 세월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했고, 또한 자신의 가슴속 포부가 산과 바다에 비유하면서 소리 높여 읊조렸는지도 모른다.


화가는 화폭에서 인생을 그리고, 시인은 시를 통해 인생을 읊는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인생이라는 큰 바다에 마치 노를 젓는 것과 같아서 그 무엇 하나 인간극장이 아님이 없다.


만약 인생의 계절이 있다면 청춘은 봄과 같고, 노년은 가을이 된다. 사람이 태어나 지구상 그 어느 동물보다 더 깊고 더 험한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한다. 이것이긴 수명과 긴 영화, 긴 고난을 암시하지 않을까?
 
그러나 인생이란 때가 있어서 그 때를 놓치면 다시 찾기 어렵다. 이것이 예전 서당에서 훈장이 학생들에게 남긴 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때를 잡아 놓치지 말라”(時乎時乎不再來 勿入期時) 했다.


법구경(法句經)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은 멀다하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답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 말에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음은 이성이 발달한 인간이기에 웃어도 웃지 않음을 알고 울어도 울지 않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 개개인에게 주어진 환경이다.
 
나는 흐르는 강물을 사랑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싫어한다. 출가한 사문(沙門)이기 때문이다. 어려서 낙동강 강변에 앉아 꿈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기에 수행의 문에서는 인간의 욕정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꿈속에서라도 강물이 마르길 바란다. 강물처럼 흐르는 애욕은 세속적인 것만 아니다. 출가해서 부모 형제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두 강물이 된다. 이 강물이 마르고 닳아야 비로소 진정 출가자라 할 수 있다.


깊어가는 이 가을 때론 한 마리 하늘 높이 날으는 기러기가 되고 싶다.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철새처럼, 기러기는 철새다. 목적지를 향해 리더는 있지만, 일반적인 동물 세계와 다르게 보스가 있진 않다. 먹이를 찾아 4만km까지 나르는 그 여정이 아름답기도 슬프기도 할 뿐이다.
 
 

 


제운스님/시인 선화가

해인사 출가, 동화 법주 범어 통도사 등 수행
문인화가, 평론가 석도륜 선생 사사
개인전 : 서울경인미술관, 양평친환경박물관 등 4회

저서 :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달마산책, 오가밥상,
그대 안에 수미산도 다 놓아버려라, 채근담, 산사의 주련,
내 마음의 이야기,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산문의 향기,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시선일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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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19 [08:54]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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