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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 [136]
나래를 펴자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04/26 [17:56]

 

▲     ©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나래를 펴자 
  
향송매학인 香松昧學人
첨익중생신 添益衆生呻
진토휴휴헐 塵土休休歇
신광일일신 神光日日新
 
솔향기에 학인은 정(禪定)에 드는데
중생들의 아픔은 더하고
험한 세상 쉬고 쉬어서
마음자리 날로 새로워지네.
 
속세를 떠난 수행자(學人)는 솔향기 나는 곳에서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드니 무위자이(無位自怡) 해서 세속적 관념은 멀어졌지만 험난한 세상(塵土)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유행에 경제난까지 겹쳐 몸과 마음이 움츠려 들었다. 이러한 세상살이를 극복하는 길은 한 생각을 쉬는 것이 극복한다고 본다. 한 생각을 쉬면 일체가 고요하다. 그렇게 될 때 마음자리(神光)가 날로 새로워진다.
 
해마다 어김없이 꽃피고 물 흐르는 봄이 찾아왔지만 이번 봄은 정말 봄 같지 않은 봄을 맞았고 그렇게 봄은 가고 있다. 자연의 변화는 기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염병이 도는 것 또한 자연의 변화이자 법칙이다. 전 세계가 탄소(carbon)를 줄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탄소는 문명의 이기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문명이 파괴되지 않는 한, 탄소를 줄이기는 어렵다.


지금도 동토의 땅 러시아의 깊은 얼음 층 속에서는 병들어 죽은 동물들의 사체가 바이러스와 함께 공존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바이러스가 창궐한다고 한다. 지난 2016년 여름 러시아 서부 야말 툰드라에서 기온이 급격히 상승해 시베리아 동토가 해빙되자 휴면 중이던 탄저균이 돌았다. 탄저균은 약 75년 전 죽은 사슴의 시체에서 순록을 통해 현지 유목민에게 옮겨졌고 그 지역은 비상상태까지 선포됐다.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라는 스페인 독감바이러스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사라졌다가 지난 2005년 미국령 알레스카 영구 동토 층에 묻혔던 여성의 사체 속에서 다시 발견 되었다. 이것은 사체 속에 잠들어 있던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동토 층이 녹으면서 사체가 밖으로 들어날 경우 다시 창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본래 지금의 문명열기가 식지 않는 한 우리에게 언제든 다시 찾아온다. 불가의 말을 빌리면 사자는 외부의 침입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속 세균에 의해서 죽는다.” 한다. 생각하면 슬픈 일이긴 하지만 어쩌겠나. 만약 모든 생명체가 병들어 죽지 않고 영원하다면 그야말로 콩 시루가 되어 폭발해버릴는지도 모른다. 마치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생노병사는 자연의 순리이자 법칙이고 불변의 진리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엇을 탐착하고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가? 한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므로 해서 그 자리에 또 다른 중생의 삶이 영위된다는 것을.
 
올봄은 많이들 움추렸다. 이젠 털털 털고 나래를 펴자! 70년 아니 1001000년을 동토에서 숨죽이며 살았던 세균도 크게 보면 중생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이 다 불성을 가지고 있다.” (一切衆生實有佛性) 했듯이 준동(蠢動)하는 함령(含靈)은 모두 부처의 실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있다. 최악의 경제상화에다 코로나19 전염병까지 겹쳐 지난 IMF 때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임진란으로 7년간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지만 그것을 견뎌냈고, 36년간 나라를 빼앗겨서도 참아오다가 해방을 맞아 다시 동족의 피를 흘리게 한 6.25라는 전쟁을 치르고도 다시 번영을 가져온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그토록 좌우가 대립하는 속에서 총선을 치렀지만, 일본의 우익인사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같은 비극은 나오지 않았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를 증명하듯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4대 종교가 다 들어와 있지만 종교 간 충돌은 없다. 이것이 한민족의 저력이 아니고 무엇이랴.
 
* 무위자위 : 차별 없는 스스로의 즐거움
*미시마유키오 : 1925~1970 도쿄대학에서 법학을 전공. 가와바다야스나리의 후계자로 차기 노벨문학상을 바라보던 소설가로 2차세계대전 후 평화헌법을 뒤엎으라 외치며 할복자살했다.
 
 

 


제운스님/시인 선화가

해인사 출가, 동화 법주 범어 통도사 등 수행
문인화가, 평론가 석도륜 선생 사사
개인전 : 서울경인미술관, 양평친환경박물관 등 4회

저서 :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달마산책, 오가밥상,
그대 안에 수미산도 다 놓아버려라, 채근담, 산사의 주련,
내 마음의 이야기,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산문의 향기,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시선일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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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26 [17:56]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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