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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 [140]
낮은 데로 임하소서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07/16 [19:45]

 

▲     ©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낮은 데로 임하소서
 
 
산중일야오 山中一夜雨
시가중예쟁 市街衆銳爭
여오춘원약 汝吾春遠約
천말비안성 天末飛雁聲
 
산중엔 밤새 비가 오는데
세상에는 중생들의 다툼이 깊어져
그대와 나의 봄 약속은 멀어져만 가고
기러기 하늘 높이 소리 내어 나르네.
 
세상은 마치 물 흐르듯 흐른다. 다만 늘 흐르는 물이 같지 않다. 한번 흘러간 물은 다시 그 물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영물(靈物)들의 욕심으로 다툼의 역사가 이루어졌다.

 

기원전 700년 진시황제가 최초 6국을 하나 되게 해서 천하가 통일된 황제가 출현했다. 천하통일을 이룬 진시황제지만 황제로서 재위는 고작 9년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죽고난후 그의 자식이 대를 이었지만 곧 붕괴되고 말았다.


기원전 4, 500년경 둔황(敦煌)막고굴에 새겨진 아미타불 그림과 글에서 인간의 지난 역사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끝없는 전쟁에 한번 출전하면 3년이 될지 더 될지 돌아오지 못할지 모르는 그런 시대환경 속에서 처자식을 남겨두고 전장에 나갈 수밖에 없는 남자들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하는 짐작이 막고굴에 고스란히 남아서 우리에게 전해준다.

 

아미타부처 그림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간절히 기도하길 아미타부처님이시여 다음 생에는 처자식을 굶기지 않고 전쟁이 없는 나라에 태어나기를눈물은 떨어져 금세 둥근 접시가 됩니다.
 
인간세상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부처님께서 사바세계는 불붙는 집과 같다.”(猶如火宅) 일체가 괴로움(一切皆苦)이라 했을까? 신라 1400년 전 원효(元曉)대사는 뱀복이와 걸인들을 모아놓고 한날 법문(法門)하기를 살기 싫어져도 죽기는 어렵고 안 죽으려 해도 살기 또한 어렵구나.”(莫生兮其死也苦 莫死兮其生也苦) 했다.


오늘 우리 주변에서 보면 어렸을 때 꿈을 실현하는 그 과정이 흐르는 강물을 보고, 넓은 바다를 보고, 높은 산을 바라보면서 성장하게 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지만 어느 날 이룬 만큼 올라간 만큼 그것을 감내할 수 없어 추락하고 만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도 있지만 인간의 추락은 날개로 인한 추락이 아니고, 자심(自心)이 흐트러져 추락하게 된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
물은 가장 낮은 데로 흐른다. 그 물은 그렇게 흘러 만물을 생성케 한다. 우리도 물처럼 살아간다면 승리하는 인생이 될지언정 후회하지 않으리라.

 

공자도 그의 제자 안연을 향해 물처럼 살라” (水哉水哉)했고,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아라(上善若水) 했다.
결코 낮은 것이 낮은 것이 아니고, 높은 것이 높은 것이 아님을 알 때 인생을 바로 깨달을 수 있다. 이것을 두고 불가에서는 죽착합착(竹着合着 또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 한다. 즉 스스로가 지향하는 바를 흔들림 없이 정진하다보면 어느 시점에 이르면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덧붙이면 진리도 도도 결코 특별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환경에서 가능하다. 이것을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 한다. 그러므로 행복은 멀리서 구하려 말라 가까운 곳 낮은 곳 너와 나의 가까운 곁에 행복은 자라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내세우고 무엇을 이루어야만 완성된 삶은 아니다.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세상 마음에 구김 없이 산다면 그것이 바로 인생의 가치를 바로 실현한 삶이 되리라.
 
불교적으로 이해한다면 우리가 세상에 나온 것은 영원을 향한 정거장이다. 즉 잠시 쉬어가는 정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치 영원을 향하기 위한 징검다리를 걷는 것과 같아서 한 걸음 한걸음 조심조심 건너야 하지 않을까?
 

 


제운스님/시인 선화가

해인사 출가, 동화 법주 범어 통도사 등 수행
문인화가, 평론가 석도륜 선생 사사
개인전 : 서울경인미술관, 양평친환경박물관 등 4회

저서 :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달마산책, 오가밥상,
그대 안에 수미산도 다 놓아버려라, 채근담, 산사의 주련,
내 마음의 이야기,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산문의 향기,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시선일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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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16 [19:45]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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