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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 [142]
인생은 기다림이다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09/12 [21:29]

 

▲     ©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인생은 기다림이다
 
난지사세다 難知事世多
풍우질여파 風雨疾如波
궁본태공대 宮本太公待
시래무애가 時來無碍歌
 
알지 못할 일 세상엔 많아
비바람 질병이 물결이루고
궁본과 태공은 때를 기다려
시절이 오면 기쁨 노래 부르리.
 
요즘 같아서는 시절이 하도 수상(殊常)해서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제도 오늘도 소상공인이 생활고를 비관해서 죽었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인생의 길에 무엇이 정답이고 무엇이 오답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닌가 한다. 오늘은 내일을 기다리고 언제 올지도 모를 임도 그렇게 기다린다.

 

다소 역설적일지 몰라도 기다림이야말로 인생의 미학이 아닐까 한다. 기다림 이것은 막연할 수도 있고 기쁨으로 성큼 다가설 수도 있다. 아무튼 기다림이 있어 인생은 행복한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에게 많은 시련이 다가왔다. 작년 말부터 다가온 코로나 19가 아직도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데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반갑지 않게 찾아와 우리의 전 국토를 할퀴고 갔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보면 다시 좋은 시절이 오리라 믿는다.

 

우리말에 바쁠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지금같이 각박하고 힘들지라도 한 템포(tempo) 쉬어가면 어떨까? 불가에서는 불타오를 때 한 생각 쉬라한다. 어차피 인생이란 온다는 소식 없이 왔다가 가는 줄도 모르고 간다.
 
인생길의 한계는 스스로가 만든다. 십년을 살아도 한 인생이요, 백년을 살아도 한 인생이다. 중국 은나라 주왕시대에 강태공(呂尙)은 학문과 식견이 뛰어났으나 여든이 다 되도록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았다. 생활은 늘 빈곤했고 그 아내의 품팔이로 연명하던 어느 날 집을 나가 강가에서 미끼 없는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주나라 문왕이 강태공을 찾아 만났다. 주왕은 그의 학문과 식견에 스승처럼 태공(太公)이라는 이름으로 제상의 자리를 내렸다. 그렇게 제상이 되었고 얼마 안가서 주문왕이 죽고 그의 후계자 무왕을 도와 천하를 제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중국에 강태공이 있다면 일본에는 미야모토무사시(宮本武藏)가 있다. 17세기 일본 막부시대 수묵화를 그렸는데 달마, 야생마, 두견새, 포대화상 등 여러 가지를 그렸는데 그 중에서 새 그림은 대단한 평가를 받았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일본의 대표적 사무라이, 쌍칼(二刀類)의 시원이니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훗날 오륜서(五輪書, 1645 병법 처세술)를 남길 정도로 병법에 관심을 뒀었다.

 

당시 일본은 왕조는 있어도 성주(城主)의 장군이 중심이 되는 막부시대다. 이 시대는 칼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무관도 되고 벼슬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고쿠라성(小倉城)의 무술 사범으로 일본 최고의 무사로 명망이 드높던 사사키 고지로와 대결을 하고 싶었다. 그를 꺾어서 일본 최고의 무사로 평가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 위해 미야모토 무사시는 조금도 게으름 없이 무술을 연마했다. 그렇게 스스로의 목적을 향하여 가는 중에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연인 오쑤우가 있었지만 그는 마음을 쓰지 않고 오직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한 걸음뿐이었다. 마음속엔 늘 사사키 고지로와의 대결만을 생각하던 중 어느 포구에 이르러서는 무가(無可 내세울 것 없다.)라는 가명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렇게 인내하면서 기다리던 사사키 고지로와 결전의 때가 왔다. 장소는 시모노세키 앞바다의 무인도 섬 간류지마에서 목숨을 건 대결을 하기로 했다. 섬까지 가는데 배는 아버지 친구가 대주었다. 그는 배로 약속장소에 가면서 삿대를 깎아 목검을 만들어 사사키 고지로와 대결했고 그를 이겼다. 사사키 고지로는 목검으로 머리에 맞아 출혈로 사망했다.


비록 지금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우리 모두가 힘들게 살아갈지라도 우리는 내일을 기약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며 기다려야 한다.

 

근세 대한민국의 최고의 선승 성철(性徹)도 파계사 성전암에서 철조망에 스스로 갇혀 10년을 기다렸고, 중국불교의 한 법계제자 선자화상(船子和尙)도 강가의 나루터에서 낚시 않은 낚시를 하며 후계자를 기다렸다. 기다린다면 반드시 좋은 시절이 온다.
 

 


제운스님/시인 선화가

해인사 출가, 동화 법주 범어 통도사 등 수행
문인화가, 평론가 석도륜 선생 사사
개인전 : 서울경인미술관, 양평친환경박물관 등 4회

저서 :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달마산책, 오가밥상,
그대 안에 수미산도 다 놓아버려라, 채근담, 산사의 주련,
내 마음의 이야기,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산문의 향기,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시선일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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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12 [21:29]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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