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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의 혼백론 11] 사도세자는 왜 미쳐 죽었을까?
 
신성대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0/11/20 [14:53]
▲ 신성대 논설위원    

 사도세자는 왜 미쳐 죽었을까?

 

요즘 열리는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에선 반드시 금지약물 복용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몸을 사용하는 선수들에겐 강한 체력을 지니는 것은 최고의 열망이겠다. 하여 이들 약물 대부분은 근육강화제나 흥분제와 같은 성분들인데 장기간 섭취하면 인체에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적극 감시하고 있다.
 
가령 근육강화제의 경우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여성의 남성화를 유도하는가 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위험이 있다. 인체에서 가장 부드러운 기관이 심장인데 그 심장은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다른 근육은 중간에 쉴 수 있지만 이 심장근육은 죽을 때까지 멈추지 못한다. 그러니까 근육강화제가 심장의 근육까지 강화시키다가 자칫 마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고대의 도교의 수많은 도사들이 황금이나 주사(수은)을 가지고 영생불사약을 만드는 동안 무가(武家)에서는 강한 근골과 초능력적인 힘을 지니기 위해 도사들 못지않은 노력을 기울여 온갖 단약들을 연구했었다. 더구나 목숨을 걸고 전투에 나서는 무인들로서는 강한 신체와 체력을 지닌다는 건 그만큼 생명을 지키고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니 필사적으로 단약 연구에 매달리게 마련. 무협지의 대부분이 천년 묵은 산삼이나 하수오 등 공력을 몇 갑자 증진시키는 효능을 지녔다고 하는 신비한 영약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이 주 소제였다.
 
비단 그런 영약이 아니더라도 근골을 튼튼하게 하는 장원단(壯元丹) 등 처방이 적지 않았고, 또 무예를 하다보면 다치기 일쑤여서 그 방면에 대한 치료약 연구가 일반한의학계보다 특별난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그동안 접해보고 직접 만들기도 해본 경험에 의하면, 무협지에 나오는 몇 백 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그런 명약재들은 구경한 적이 없지만, 그 방면의 웬만큼 귀한 약재들은 얼추 구경은 한 셈이다. 일반 한의학에서는 그다지 다루지 않는 광물이나 호랑이 앞발 뼈, 무슨 이상한 도마뱀이나 벌레 등 별스런 약재들을 무가에서는 귀하게 취급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그런 처방들에 광물질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인체는 동식물로부터 얻는 온갖 영양소로 구성되지만 소량의 각종 금속 및 중금속도 반드시 필요한 구성 성분에 들어간다. 특히나 근골을 강하게 키우는 데에는 이들 광물질들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동(), 즉 구리이다.
 
물론 예전엔 자연동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순동을 초산에다 부식시켜 사용한다. 그러니까 주사처럼 산화된 동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수은과는 달리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적당량이라면 인체에 순기능을 한다. 그렇지만 고대에는 제련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자연동에 납()이나 니켈 등 다른 중금속들을 완전히 걸러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불순물이 미량이라 해도 장기간 복용하다보면 중금속에 중독될 것은 피할 수 없었겠다.
 
 그 외에도 중국 후한시대부터 널리 상용되어온 오석산(五石散)이 있다. 종유석, 유황, 백석영, 자석영, 적성지라는 다섯 가지 돌가루로 만드는데 허약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오석산을 복용하면 피부가 민감해지고 몸이 따뜻해지는데 이를 산발(散發)이라고 한다. 그렇게 산발시키지 않으면 약기운이 몸 안에 머물러 중독을 일으킨다고 한다.

 

산발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했는데 이를 두고 행산(行散)이라고 하는데 요즘 쓰는 산책의 어원이라고도 한다. 부지런히 단련해야 하는 무예인들이 좋아할만한 성질을 지녔다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역시나 중독, 그것도 그 광물들 속에 섞인 다른 종류의 중금속에 의한 독성 때문에 장기 복용한 사람은 필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영화 <사도> 홍보포스터. [인터넷]    


 필자의 짐작으로 우리 역사에서도 조선 영조 때 사도세자가 오석산이나 그와 비슷한 광물성 단약에 중독되어 광기를 억제하지 못해 비운을 맞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일찍부터 무예에 관심이 많아 직접 수련을 했었고, 잠시 섭정을 할 때 조선의 국기인 십팔기를 직접 완성하여 무예신보(武藝新譜)를 편찬해놓고 죽었다. 효종처럼 직접 무예를 익혀 상당한 수준에 이렀는데, 짐작컨대 그 과정에서 필시 그런 광물성 단약을 상시 복용했던 것 같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그의 증세가 전형적으로 중금속 중독에 의한 광기 및 조울증세로 여겨진다. 아무튼 효종, 사도세자, 정조의 죽음에 독약에 의한 암살설 내지는 음모론이 따라다니는데, 재미있는 것은 쫓겨난 광해군을 포함한 이들이 모두 무예 십팔기 만드는 일에 직접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설사 그런 뛰어난 단약을 만들 수 있다하더라도 이제는 굳이 그런 약에 의존할 필요가 없겠다. 과거와 달리 현대 보통의 사람이 창칼 들고 몸으로 싸우는 전투에 나갈 일도 없다. 게다가 필자의 경험으로 봐서 설사 어떤 수련비법이나 단약으로 특이공능이나 남달리 강건한 근골을 만들었다한들 현실적으로 그다지 쓸모가 없을뿐더러 무림 고수라 소문난 그런 사람들이 대체로 오래 살지 못하고 60전후에 생을 마치더란 사실이다.
 
겉으로는 강건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다 들었는데도 명색이 무예 고수라 몸이 아무리 아파도 내색도 못하고 상당히 고통스런 말년을 보내다 간 사람들이 꽤 많다. 몸을 함부로 다루거나 특이공능을 수련한다고 특정 기능만을 너무 사용한 까닭에 균형이 깨어진 때문이리라. 벽을 타고 다니고 공중을 날 수 있다한들 요즘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절대 그런 특이공능을 탐하면 안 된다. 그 공능 성취만큼 반드시 망가지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 십팔기 중 일기인 <예도>     © 신성대 논설위원


중금속, ()이냐 독()이냐?
 
 널리 알려진 자료에 의하면 사람의 인체는 몸무게 70킬로그램 기준으로 물이 2/3를 차지하고 나머지 23킬로그램은 글루시드(당분), 지방질, 단백질, 그리고 한 스푼 정도의 미네랄염이라 한다. 원자로는 산소 45.5, 탄소 12.6, 수소 7.0, 질소 2.1, 칼슘 1.5, 860, 300, 칼륨 210, 나트륨 100, 염소 70이며 그 외에 몇 그램의 마그네슘, , 불소, 아연, 구리와 몇 밀리그램의 요오드, 코발트, 망간, 수은, 크롬, 셀렌, 발라디움, 니켈, 그리고 몇 마이크로그램 정도의 알루미늄, , 주석, 티탄, 취소, 붕소, 비소, 규소, 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 희토류 등등 희귀물질 없이는 IT산업 불가하듯, 우리 인체도 진즉에 지구상의 온갖 물질 거의 대부분을 사용해온 셈이다.
 
 그 중 철분은 두뇌능력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부족하면 빈혈, 산소운반능력부족, 쉽게 피로, 두통, 숨이 참, 심장기능 약화 등을 초래한다. 다량의 비타민C는 철분 흡수를 촉진해서 편두통 또는 고혈압, 관절통, 적대감, 공격적 행동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칼슘은 뼈와 치아, 혈액응고, 인슐린 분비, 산과 염기의 균형을 유지해서 신경의 정상적인 기능을 책임지는데, 부족하면 골다공증, 근육경련, 불안, 고혈압, 어린이 주의력 결핍을, 과다할 땐 피로, 식욕감퇴, 체중감소, 불면증 등을 초래한다. 그럴 땐 마그네슘 섭취로 완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마그네슘은 세포의 에너지 대사에 주요 작용을 하며 수백 가지 효소의 작용을 돕는다. 부족하면 혈압 상승, 근육통, 빈뇨, 변비를 유발하는데 과도한 스트레스와 음주가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개나 굴 등 어패류에 풍부한 아연은 발육과 성()발달에 필수적으로 성호로몬을 생산하고 면역력 유지, 항산화작용을 한다. 아연은 스트레스나 감염질환에 의해 소실 결핍되기도 하는데 부족하면 거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끼쳐 피부질환이나 상처치유 지연, 성장장애, 성기능 장애, 원형탈모 등을 유발한다.
 
 크롬은 인슐린과 함께 세포에서 당 흡수와 이용에 도움을 준다. 당뇨병 예방을 도우고 근육량을 늘리며 체지방을 낮춘다. 부족하면 인슐린 요구량 증가시키고 사지의 무감각 또는 저림 유발하며 말초신경병, 동맥경화, 콜레스테롤 증가, 비타민C 흡수를 방해한다. 성인 몸에 보통 20mg쯤 들어있는 망간은 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결합조직 효소로 작용하며 성장기 발육촉진과 소화기능 향상에 도움 준다. 모자라면 지구력 부족, 체중감소, 천식, 이명, 청력저하, 머리카락 적갈색을 띠기도 한다.
 
알루미늄은 과다하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을 초래하며, 과소하면 오히려 수은 납 등 다른 중금속의 체내 함유량을 늘리는 기능을 한다. 참치 등 등푸른 물고기에 많은 수은은 신경조직 파괴하고 알츠하이머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황화수은 형태로 존재할 경우에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납이나 비소 성분이 과다할 댄 어린이 주의력 결핍증(ADHD)을 유발하며, 카드늄 과다는 간 손상을 초래한다고 한다.
 
 이들 금속 및 중금속 성분들은 세포의 형성은 물론 인체 내의 각종 화학반응에서 직접 혹은 촉매제 역할을 하여 각각의 세포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들이다. 이들로 인해 온갖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져 소위 생명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이들 미네랄, 금속 혹은 중금속들은 근골(筋骨) 형성에는 필수적인 요소들로서 원 상태로 기능을 하는 것들도 있지만 대개는 산화된 상태(수용성)로 존재하여 물과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어 흡수배출된다.
 
 5백 년 전 이탈리아의 의학자 파라켈수스는 아연에 이름을 부여한 사람으로서 용량이 독을 만든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겨 독성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어떤 물질이 인체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그 용량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모든 물질이 높은 용량에서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적절한(때로는 아주 낮은) 용량에서는 치료제나 예방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로, 기실 파라켈수스 자신도 고질적인 귀 염증을 수은으로 치료하다가 수은중독으로 죽었다고 한다.
 
 중금속 배출은 신장이 그 대부분의 역할을 하는데 만약 그 양이 과다하면 신장 조직이 파괴된다. 신장은 약 1백만 개의 네프론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것이 파괴되면 단백질 등 영양소까지 걸러지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하게 된다. 한번 파괴된 신장 조직은 재생이 불가능하니 다른 어떤 장기보다 아껴야 한다.
 

▲ 신성대 저 혼백론 상·하권, 동문선출판사   © 경기데일리


 한국인들은 채식을 많이 하는데, 야채에는 탄닌 성분이 많아 이런 미네랄, 금속, 중금속의 배출이 잘된다. 따라서 어쩌면 한국인에겐 오히려 위의 여러 가지 성분들이 과한 것보다 부족에서 기인한 질병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요즘은 육식을 많이 하니 그런 걱정 덜 해도 되겠다.
 
 드물지만 한 동네 혹은 한 집에서 유사한 질병 환자가 끊이지 않고 생겨날 경우 풍수쟁이 동원해서 양택이 어쩌니 수맥이 저쩌니 따지기 전에 먼저 우물물의 성분부터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 허용치를 넘는 특정 광물질이 녹아나올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한 집안이나 한 동네 사람들의 기골이 다른 동네 사람들과 비교해서 전체적으로 장대하거나 왜소한 경우 그 집 혹은 그 동네의 공동우물과 관련이 많다.
 
즉 그 동네 지질로 인한 우물물의 광물질 성분이 근골 성장에 영향을 끼쳤을 거란 말이다. 이는 그 동네 사람이 다른 지방으로 이주했을 때 그 후손들의 기골이 예전 같지 않은데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한 동네에 대대로 사는 경우도 드물고 시골동네라 하더라도 대개가 수돗물을 마시기에 그런 마을마다의 특징적인 현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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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20 [14:53]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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