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 [143]
동지를 앞두고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12/02 [14:33]
▲     ©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동지를 앞두고
 
청춘종고향 靑春從苦香
노세애무상 老歲碍無常
예력불영원 譽力不永遠
시래동지량 時來冬至量
 
청춘은 고통이 따라도 향기 나고
늙어서는 덧없음을 꺼리네
권력도 명예도 영원하지 못해
때는 동짓달 왔음을 헤아린다.
 
요즘 유행하는 노랫말에 세상이 왜 이래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세상 그 무엇도 변화하지 않음이 없음을 모르지는 않지만 요즘같이 큰 변화를 누가 짐작했을까? 코로나로 온 나라가 이토록 얼어붙을 줄 어느 의사가 어느 술사가 예언할 수 있었겠나? 부산 범어사 일주문에 들어서면 이 문에 들어서면 안다는 것 버려라”(入此門內莫存知解)는 말이 요즘 같아서는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우리는 지금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지금 힘들어해도 어느 때가 되면 지금보다 더 힘든 날도 올 수 있다. 다행하게도 인간은 적응의 영물로서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을 하면서도 견뎌냈고 전쟁의 화마가 온 나라를 태워도 이겨냈다.   


이러한 어려움이 닥칠 때 젊음은 그것을 잘 이겨내지만 노쇠하면 이겨내기 힘들다. 권위주의가 노쇠라면 자유민주주의는 젊음이다. 그런데 이 민주주의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질병으로 국민들의 삶은 어렵고 국가의 부채는 늘어 가는데 권력의 다툼이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예전 신라시대 고승 자장(慈藏)은 왕으로부터 대보(大輔. 재상과 같은 업무)의 직위를 부여받지만 그는 거절했다. 아마 그때의 말이 계를 가지고 하루를 살지언정 계를 파하고 백년 살기 원치 않노라그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데 큰 공을 세웠으며 대국통(大國統)이자 대율사(大律師).

 

조선시대도 수행자의 본분 안목이 돋보이는 일화가 있다. 임진왜란 때 승병의 우두머리로 왜구와 싸웠고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의 포로 3000명을 구해 본국으로 돌아온 그의 공에 선조임금은 벼슬을 내렸지만 그의 스승 서산스님이 제자 사명(泗溟)을 만나 깨끗한 바랑을 내리면서 이 깨끗한 바랑(베낭)을 물들이지 말라고 했다. 만약 신라의 자장스님이 국가 권력을 받아 수행하고 사명스님이 그렇게 했다면 오늘의 역사에서 그들이 추앙받을 수 있었을까?


 이 글을 쓰는 오늘 법무부 차관이 검찰수장의 징계회부 참여를 앞두고 돌연 사표를 냈다. 권력이란 10년을 못 넘긴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 같은 스피드한 정보시대라면 10년은커녕 돌아서면 바로 그의 행각이 들어난다. 그러해서 공직자가 순간의 이익에 취해 일을 그르친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거리에는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상여행렬이 이어지고 우리나라 최고 대학교에서는 전직 대통령께 미안하다는 대자보가 나붙는 현실이다. 내용은 전 정부를 비판했는데 지금 정부는 그보다 더하기에 차라리 전 정부가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젊음의 꽃이라는 상아탑에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른 삶이라 할 수 있다. 본분이란 스스로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다만 욕심은 필요치 않다. 설사 당신이 옳은 일을 하다 그 자리에서 쫓겨 내려온다 해도 당신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후회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의지를 구기지 말고 살자. 이 의지는 공자의 논어에서 삼군 원수의 목은 벨 수 있어도 필부라도 의지는 뺏기 어렵다”(三軍元帥可脫首 匹夫不可脫志) 했다.
 


제운스님/시인 선화가

해인사 출가, 동화 법주 범어 통도사 등 수행
문인화가, 평론가 석도륜 선생 사사
개인전 : 서울경인미술관, 양평친환경박물관 등 4회

저서 :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달마산책, 오가밥상,
그대 안에 수미산도 다 놓아버려라, 채근담, 산사의 주련,
내 마음의 이야기,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산문의 향기,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시선일여 등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기사입력: 2020/12/02 [14:33]  최종편집: ⓒ ggdaily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