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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의 혼백론 25] 구마(驅魔)란 무엇인가?
 
신성대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1/04/05 [22:44]
▲ 신성대 논설위원, 동문선출판사 대표     ©신성대 논설위원

구마(驅魔)란 무엇인가?

 

얼마 전 구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중국 분위기 연출에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켜 곧바로 폐지되고 말았다. 과학의 시대라 귀신(마귀, 악귀)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음을 모를 리 없건만 나약한 인간은 여전히 귀신이 있다고 믿고, 약은 인간은 그에 편승해 끊임없이 새로운 귀신을 만들어 팔아먹고 있다. 그리하여 이 과학시대에 귀신들린 정신병자들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이를 정신병리 현상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문화병리 현상으로 봐야 할지 헷갈릴 정도다.

 

‘구마(Exorcismus)’란 귀신을 쫓아내는 일을 일컫는 것으로 우리나라엔 1990년대에 나온 《퇴마록》이란 소설 덕분에 ‘퇴마’란 용어로 많이 알려져 있다. 고대에는 주술사들의 주 업무가 귀신 좇는 일이었으니 구마사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전문직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의 영혼을 관장하는 종교인들이 전통적으로 이 구마를 도맡아 왔는데 제 아무리 영성이 뛰어난 종교인이라 해도 이 구마 퍼포먼스는 여간 만만찮은 일이다. 하여 웬만큼 강단을 지닌 자가 아니면 해낼 수가 없었다. 

 

요즘 생겨나는 신(新)귀신은 사악하고 무시무시하기가 상상을 초월해서 염라대왕과 제우스가 손잡고 졸개들까지 다 데리고 덤벼도 못 당한다. 가히 울트라수퍼귀신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런 선도적 예술작품을 따라 인간들도 갖가지 형태로 미쳐가고 있다. 왜냐하면 미치는데도 모델폼(정보, 기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치는 데도 유행이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미친 환자를 치료하려면 그 사전 정보를 알아내야 효율적이겠다. 그러다보니 옛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마의식을 하던 무당들이 신세대 구마사(퇴마사)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하겠다.

 

다행히(?) 늘어나는 귀신만큼 귀신 씌운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구마사들이 사력을 다해 이들 귀신과 싸우지만 도무지 역부족, 급기야 교황에게까지 구원병을 요청하게 되었다. 교황청은 2018년 4월 16일~21일 로마에서 엑소시즘과 악마로부터 해방되는 기도 등을 가르치는 구마훈련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교황청은 이미 2014년에 교황청 대표 퇴마사인 가브리엘레 아모스가 1991년에 설립한 국제구마사협회를 정식으로 승인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무당이 굿을 하며 귀신을 쫓았는데 요즘도 이 구마의식이 널리 행해지고 있다. 극성 종교인들이 구마의식을 하다가 환자를 사망케 하는 사고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구마하는 방법이야 이미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데, 고대의 주술사나 현대의 무당이 하는 굿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각 종교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하다. 칼, 부적, 굿판, 십자가, 부적, 성수, 독초, 때리기, 기도, 최면, 염력 등등 수단 방법 안 가리고 귀신을 달래거나 윽박질러 내쫓아야 했다.

 

구마(驅魔), 퇴마(退魔)의 원리

 

기실 귀신이 없는데 무슨 훼괴한 망발? 아무려나 귀신이 있기야 하랴마는 본인이 귀신에 씐(정신 나간) 짓을 하니 귀신에 씌었다고 인정해주고(믿어주고) 그 귀신을 달래서 내쫓는 퍼포먼스(사이코드라마)를 해주는 것뿐이다. 귀신이 들었다는 건 누가 뭐래도 과학(의학)적으로 정신이상, 그 중 이중인격 혹은 다중인격에서 비롯된 이상행동(해리현상)에 다름 아니다.

 

그럼 동물도 인간처럼 이중인(동물)격을 가지게 될까? 그럴 리 없다. 스트레스나 강박증, 트라우마로 인한 자아분리인 이중인격은 인간만이 가질 수가 있다. 대뇌가 지금처럼 남아돌 정도로 커지지 않았다면 그런 현상이 생길 수가 없다. 신피질이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대뇌 각 부분들의 연결망이 복잡해지면서 생긴 질병 아닌 질병이라 할 수 있겠다. 백(魄)이 원하는 본능적인 욕구와 혼(魂)이 만들어내는 상상적인 욕망이 상충되면서 일어나는 혼란이라 하겠다.

 

쉽게 더듬어 보자. 동물들 중에 거짓(말)을 행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 바로 인간이다. 물론 처음에는 다른 일부 동물들처럼 위기 상황이나 사냥을 위해 죽은 척 하거나 몸을 숨기는 데서 가장(거짓)을 학습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는 인간은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하면서부터겠다. 꾸미는 것은 곧 가식이다. 그러다가 탈(가면)을 쓰고 귀신 흉내를 내면서부터 이중적 인격을 연출하는 법을 익히고 거짓말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을 거다. 이후 유혹과 속임수를 구사하며 문화를 발전시켜 온 것이리라. 그러니 문화란 원초적으로 야바위라 할 수 있겠다. 당연히 구마의식(굿)은 인류 최초의 연극이라 할 수 있겠다.

 

해서 인간은 가식의 동물이고, 모든 인간은 이중(다중)인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이중인격적인 사유가 평소 혼(대뇌신피질)의 영역에서 이성적 판단과 분별심으로 통제가 잘 될 적엔 문제가 없는데, 이게 자칫 변연계(대뇌피질과 시상하부 사이의 경계 부위에 위치한 일련의 구조물들로 해마, 편도체, 시상앞핵, 변연엽 등으로 이루어지며 분노, 두려움, 즐거움, 행복 등의 감정과 행동, 욕망 등의 조절, 기억에 관여함)에까지 각인되고 나면 통제가 어려워진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정상을 이탈해 건강을 해치게 된다. 

 

동서양의 귀신 모습이 다르듯 환자들의 ‘귀신들린 짓’도 다르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학습 정보(기억)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은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그 ‘짓’도 글로벌하게 서로 뒤섞여가고 있다.

 

기실 구마의식이나 정신과 치료로 나을 수 있는 정도는 완전한 이중(다중)인격이 아니라 일시적인 증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환자의 귀신들린 듯한 비정상적인 행동은 자기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짓이다. 진정한 이중인격은 매우 드물고 그들은 귀신들린 이상행동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치료도 되지 않고 치료해달라고 앓지도 않는다. 

 

극단적인 범죄인들 중에 간혹 이중(다중)인격자가 있다. 이들은 대뇌의 공포(두려움, 수치심)를 담당하는 기억세포 부분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거나 그에 따른 호르몬 분비 등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인간은 공포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면 억제(절제)심이 길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상인이라면 대뇌 변연계에서는 끊임없이 백(魄)으로부터 올라오는 본능적인 욕구와 그것을 그대로 실행했을 때에 감당해야할 결과(喜怒哀樂恐恥)를 예상․비교해가며 감정을 통제하기 때문에 이중성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     © 신성대 논설위원

 

구마사(퇴마사)가 되려면?

 

귀신들림은 가식이라 했다. 당연히 그 귀신을 쫓아내는 구마의식도 가식(굿, 사이코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구마의식 자체가 완전 쑈일 수는 없다. 적어도 환자와 구마사에게는 진실이다. 정신과 의사라면 마땅히 상담이나 최면을 통해 무의식, 잠재의식을 뒤져 원인을 찾아내어 그걸 풀어주는 방법을 택하겠지만 구마사나 무당이라면 전통적인 퍼포먼스로 환자를 이끌어 연극을 완벽하게 연출해내야 한다.

 

이쯤에서 독자분 중 필자더러 ‘그렇게 잘 알면 당신도 직접 구마를 할 수도 있겠네?’라는 주문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못한다. 아니 안 된다. 필자는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구마의식을 해도 소용이 없다. 연기라도 해낼 자신이 없다.

 

구마의식은 먼저 환자와 구마사가 서로 교감해서 귀신들림을 인정하고 공감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연극을 계속할 수가 없다. 당연히 구마사는 환자의 (황당한) 행동(생각, 주장)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환자는 그걸 확인할 때까지는 의심을 풀지 않고 마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확신이 생길(지칠) 때까지 환자는 온갖 변덕을 부리며 구마사와 밀고 당기는 신경전(체력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마사가 환자의 가식적인 변덕에 일말의 의구심을 품고 무시했다간 산통 다 깨고 만다. 이미 환자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 그런 기미를 귀신(?)같이 눈치 챈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무속인이나 종교인들이 구마의식을 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 소통(교감)이 되지 않는다. 환자는 의심이 많아 계속 구마사를 테스트한다. 구마사가 만만해 보일 경우 종일 혹은 며칠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따라서 진심으로 환자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환자를 고칠(이길, 설득할) 수 없다. 결국 누가 이기느냐 시합을 하는 것이다. 먼저 지치는 쪽이 지는 것이다. 환자가 지쳐 항복할 때까지 진심(?)으로 ‘척’하며 싸워야 한다. 따라서 무척 고된 작업이다.

 

귀신을 모르는 사람과는 못 논다!

 

필자와 같이 귀신을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진심으로 남의 귀신을 인정해줄 리가 없겠다. 반대로 귀신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상대의 귀신도 인정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어야만 환자의 신뢰를 얻어 소통할 수가 있다. 환자의 입장에선 귀신(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귀신과는 절대 연극을 같이 할 수가 없다. 쌍방 간의 신뢰가 깨어지면 어떤 무당도 귀신을 쫓아내지 못한다.

 

심리학적으로 설명하자면 환자의 또 다른 인격(무의식, 귀신, 이중인격)을 풀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무당은 일단 그 귀신을 의심 없이 진심으로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환자를 달래거나 협박하면서 그 귀신의 얼토당토않은 하소연과 변명을 들어주고 자기인정(부정)을 하도록 유도해 항복을 받아내거나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줘야 한다.

 

환자가 구마사를 비롯해 주변인들이 자신이 그동안 저질러 온 훼괴한 짓들이 자기가 아닌 자기, 즉 제3의 귀신이 한 짓임을 공인해(믿어)줘야 그 귀신을 버리고 자신이 맨 정신으로 돌아갈 염치(체면, 빌미)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환자가 스스로 뒤집어 쓴 가면[鬼]을 벗고 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이 구마의식이다. 

 

귀신들림(귀신놀음)이라는 이중인격의 뿌리는 자기기만과 수치심이다. 이런 류의 정신이상이 아닌 트라우마나 조현병, 몽유병, 간질, 자폐 등을 구마의식으로 고치려들다간 귀신을 쫓기는커녕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그런가하면 수행(참선, 명상, 집중기도)이 잘못되어 환각의 충격으로 정신이상을 보이는 환자도 꽤 많다. 선병(禪病) 중의 하나로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는 승려들이 종종 걸리는데, 수도원이나 기도원에도 이런 환자가 적지 않다. 

 

수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뭐 그만 일로 사람이 미칠까?’라고 회의를 품을 수도 있겠지만 기실 수행 중 환각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상상 이상으로 강렬해서 여간해서 지워지지도 않고 이성적 판단으로 진정시키기도 어렵다. 이중인격적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구마의식으로는 치료가 안 되며 그대로 두면 조현병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 경우 (한약으로) 혼백이 상호 피드백 못하게 분리(격리)시켜 일단 백(魄, 자율신경)부터 진정케 한 다음 운동이나 노동으로 백(魄)을 강화시켜주면서 혼(魂) 본연의 임무에 집중토록 유도하면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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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05 [22:44]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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