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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칼럼]철학이 비굴하면 ‘평화’만 먹고도 산다?
동방성인 문정인 대통령특보의 아름다운 상상력
 
신성대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8/12/21 [01:49]
▲  신성대 논설위원

어리석은 송양지인(宋襄之仁)의 교훈

춘추시대에 송(宋)나라는 꽤 강력한 제후국이었다. 특히 양공의 치세 무렵 송나라는 융성했는데, 그는 내친 김에 패자(覇者)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였지만 초나라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결국 두 나라는 전면전을 벌이게 되었다.

 

홍수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가 대치할 때, 송나라가 먼저 진을 치고 기다릴 무렵 초나라 군사가 뒤늦게 강을 건너기 시작하였다. 이때다 싶어 공자 목이가 즉시 공격할 것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양공은 “상대가 미처 준비를 하기 전에 기습하는 것은 인(仁)의 군대가 할일이 아니다.” 라며 공격을 반대하였다.

 

얼마 후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 진을 치기 시작하자 다시 공자 목이가 공격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때도 양공은 같은 이유로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윽고 초나라 군대가 전열을 다 갖추자 그때서야 공격 명령을 하달했고, 병력이 약한 송나라는 대패하고 말았으며 양공 또한 부상당한 후 악화되어 죽고 말았다.

 

이때부터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도 모르면서 베푸는 어짊을 가리켜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고 부르며 비웃었다. 그러나 후에 맹자는 이러한 양공의 자세야말로 진정 어진 이의 표상이라며 회맹을 이루지도 못한 양공을 춘추오패에 끼워 넣기까지 하였다.

 

자고로 전쟁에서 반드시 무력이 강한 쪽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경우가 더 많다. 스스로 강한 자는 대개 정공법을 택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자는 반드시 달리 꾀를 내게 마련이다. 그래서 육도삼략이 생겨난 것이겠다. 그리고 잘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적이 실수해서 이기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아군의 용감한 장수나 뛰어난 참모보다 적군의 어리석은 장수나 멍청한 참모 하나가 승리를 넘겨줄 때도 많다. 

 

문공지인(文公之仁)의 문덕(文德)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을 호언장담하던 청와대는 말 할 것도 없고, 김정은을 모시기 위한 팬클럽들의 오매불망이 무망해지자 결국 문정인 대통령 특보가 나서 “김정은 위원장 답방 시점이 중요한 것은 아니야!”라고 역성들고 나왔다. 내친 김에 그는 남북평화를 이루기 위한 ‘8가지 평화의 규칙’을 제시하였다. 그동안의 행적으로 보건데 특보라기보다는 국사(國師)라고 해야 마땅할 것 같은 분의 말씀이니 그냥 흘려듣고 넘길 수는 없겠다.

 

우선 김 위원장이 답방 성과가 시원찮을 것 같아 못 오는 것이란다. 위대한 분을 모실 준비가 미흡함을 책하는 말씀이겠다. 이어 평화를 위한 첫 번째 원칙으로 “평화를 원하면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준비하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동안 사람들이 이 간단한 이치를 왜 몰랐던가? 너무 그럴듯해서 잘하면 세계사에 남을 만한 위대한 금언이 될 수도 있겠다만, 혹시 전쟁 ‘대비’와 ‘준비’를 혼동하고 하신 말씀은 아닌지 좀 의아스럽다. 어떻게 개발한 핵무기인데? 암, 북핵만한 평화가 어딨겠어? 북핵을 우리가 껴안아야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시지!

 

두 번째로 “역지사지! 북한을 ‘악마화’ 시각으로 보지 말고, 헤아림을 통해 공감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설마 국민들더러 모두 등신이 되든지 아니면 성인이 되라고 하신 말씀은 아닐 터. 같은 동포라는 것 빼고는 공감할 ‘꺼리’가 없으니 대략 거북하다.

 

아무려나 북한 동포들을 악마라고 여기는 사람이 세상에 있으랴! 혹여 남한이나 세계 사람들이 북한 정권, 그러니까 김씨 세습왕조와 불쌍한 북한 인민들을 싸잡아 악마로 여긴다고 단정하고 하시는 말씀인지?

 

세 번째로 “평화가 경제! 1차 대전 후 유럽이 독일을 과도하게 핍박해서 2차 대전으로 이어졌다. 북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핵 개발 하기 전, 제재가 아니라 퍼주기 했던 것을 잊어버리고 하는 말씀인지? 네 번째로 마중물? 아무렴 그러길 바라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던가? 그 마중물로 또 다시는 핵개발 안하겠다는 확답 받으려고 지금 세계가 북한을 핍박하며 달래고 하지 않는가?

 

또, “상식과 순리! 상대는 군사훈련 못하게 하면서 우리는 하겠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북한 정권을 두고 상식 운운 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설사 그렇다 한들, 힘으로 적을 핍박하는 것이 어찌 비상식적인 일인가?

 

이어서 “우리 운명을 우리가 결정한다는 상상력이 필요”하단 말씀? 아무렴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능력이 뒷받침되는 상상력이라면야 백번 지당한 일! 등등. 마지막으로 “상대방에 대한 칭찬”을 요청했다 한다.

 

나랏말씀이 북한에 다르지 않으니 이 8가지 금과옥조를 북한인민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긴장된 긴 세월을 사느라 너무 지치셨나? 오죽 평화가 그리웠으면 저리도 아름다운 말씀을 생각(?)없이 하실까? 기실 든든한 미국의 보호가 없다면 과연 저런 엽기적인 앙탈을 부릴 수 있을까?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어차피 미국은 한국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양심과 상식을 아무리 동원해 봐도 북한정권을 칭찬할 걸 찾아내지 못하는 무지한 백성을 일깨울만한 지식이나 지성을 보여주셨으면, 공산당이 왜 좋은지, 북한 유일의 고도비만 독재자를 왜 좋아해야만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 좀 해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왕 그 뛰어난 상상력으로 북한 인민들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권하고픈 별도의 ‘8가지 평화의 규칙’도 제시해보심 어떨까? 미국과 유엔이, 세계가 공감할만한 평화의 규칙을!

 

▲     © 신성대 논설위원
▲  문정인 특보, 남북평화를 이루기 위한 '8가지 평화의 규칙' 제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지난 13일 오후 전북겨레하나의 초청으로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정인 "김정은 위원장 답방 시점이 중요한 것은 아냐"

https://www.yna.co.kr/view/AKR20181213168100055?section=politics/all&site=major_news02

 

문덕(文德)과 무덕(武德)

춘추시대 초(楚)의 왕손려(王孫襄)가 문왕(文王)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서(徐)의 언왕(偃王)은 인의지도(仁義之道)를 행하기를 좋아하여 한수(漢水) 동쪽의 32개국이 모두 그에게 복종하고 있습니다. 임금께서 만약 쳐부수지 않으면 우리 초나라도 언젠가는 그 서나라를 섬겨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문왕은 “진실로 도(道)가 있는 나라라면 칠 수가 없소!”라며 반대하였다.

 

그러나 왕손려의 의견은 달랐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치는 것,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치는 것은 마치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삼키는 것과 같고, 호랑이가 멧돼지를 잡아먹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 그런 일에 이치가 맞지 않을까를 걱정하십니까?” 이에 문왕은 군대를 일으켜 서나라를 쳐서 잔폐시키고 말았다.

 

서 언왕은 죽음에 이르러 이렇게 한탄하였다. “나는 문덕(文德)만 있으면 되는 줄 믿고 무비(武備)를 소홀히 하였다. 인의지도를 행하면 될 줄 알았지. 사람을 속이는 마음을 가진 자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러니 옛 왕 노릇을 하는 자가 어찌 무비가 없을 수 있겠는가!                                                - 유향(劉向)의 《설원(說苑)》

 

한반도 평화유지군?

지난 5일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미군을 작전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정권의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얼핏 “주한미군을 작전통제해서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도록”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것 같은 섬뜩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국군의 존재이유에 대해 발상을 전환해야 할 때가 온 건가?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역할이 뒤바뀌는 건가? 분명 김정은의 생각(전략)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옛말에 “평탄한 길이라고 수레가 넘어지지 않던가? 거친 파도 속이라도 배가 건널 수 있는 법이다. 별 탈 없을 거라 짐작하면 반드시 변고가 생길 것이요, 변고가 생길까 걱정하며 대비하면 아무 탈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남북한이 휴전선 GP를 철거하고 오솔길을 만드는가 하면 끊긴 철도를 연결한다고 야단이다. 남으로 숭숭 뚫린 구멍 두고 과연 잠이 편히 오는가? 혹여 그 길로 북한 주민이나 군인들이 떼 지어 남으로 내려오면? 과연 이 정부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증명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 비굴한 평화는 없다. 갑자기 《정감록(鄭鑑錄)》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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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21 [01:49]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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