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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칼럼]대한민국은 지금 중세 체험 중이다
익숙함의 함정. 관행, 관례라는 된장독 근성과 민중주의
 
신성대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9/01/24 [09:25]
▲신성대 논설위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포토라인 패싱을 계기로 검찰이 피의자를 소환할 때 포토라인에 세워 죄인 아닌 죄인 낙인을 찍는 관행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관예우와 마찬가지로 법에도 없는 이상한 관행이지만 너무 익숙하다 보니 오히려 포토라인을 피하는 피의자를 성토한다. 언론에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어차피 전 국민들이 다 아는 유명인사에게만 제공(?)되는 포토라인인데 사진 찍고 망신 주는 것 외엔 알고말고 할 것도 없다.

 

결국 기자들 취재편의 봐주고 국민적 관심을 부풀려 실적을 생색내기 위한 억지 관행으로 쉽게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그나저나 양승태씨는 이 불합리한 관행을 그가 막강한 대법원장 현직에 있을 때 왜 없애지 않았을까? 포토라인 세우기가 비인권‧비인격적 처사임을 이제야 깨우쳤나? 그의 포토라인 패싱이 그리 떳떳해 보이지만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때 프롬프터를 이용해 기자들의 질문과 답변요령을 컨닝했다고 해서 SNS에서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질문요지만 올렸을 뿐이라며 작년에도 사용해서 논란이 있었지만 그냥 지나간 일인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했다.
 
그동안 해외순방 중 기자회견에서 엉뚱한 답변을 하는 바람에 수차례 망신당했었는데, 아무튼 문대통령이 기자들의 한국말 질문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것만은 분명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정초 국민 앞에 바로 서지도 않고 가림막 있는 책상에 뒤에 앉아 A4지 늘어놓고 프롬프터 보고 답변하는 모양새가 진성성도 매너도 없어 보였다.
 
흡사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해외순방 동행기자들 모아놓고 신년하례회하는 듯한 분위기에 질문다운 질문도 없었다. 어쨌거나 세계 초유의 프롬프터 기자회견이라는 훼괴한 관행 하나를 세웠다.

 

▲  신년기자회견하는 문재인 대통령. 두 대의 프롬프터를 통해 기자들의 질문요지와 답변요령을 조언받고 있다. 차라리 해드폰을 끼고 하는 것이 낳을 듯하다.© 사진 연합뉴스  


관행이 많은 건 노비근성 때문
 
예전에 서울시향이 내부 갈등을 빚었을 때, 언론에서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출장 때 퍼스트클래스석을 타고 다녔다며 꼬집었었다. 무슨 일이 불거지면 꼭 그런 걸 찾아내 서민들의 심사를 긁어 여론재판시키는 게 언론의 사명인 줄 안다. 그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지휘자가 이코노미석에 앉아 다니면 그 꼴이 뭐가 되겠는가? 아직도 한국은 후진국인가? 그런 게 자랑인가? 만약 한국대통령이 전용기 없애고 국적기 이코노미석 타고 다니면 성군 났다고 할 판이다.
 
정명훈 정도 되는 글로벌 신사라면 공적인 출장이든 사적인 여행이든 이코노미석이나 비즈니스석에 타는 게 한국을 욕 먹이는 일이고 눈총 받을 일이다. 신사 대접 제대로 못할 거면 애초에 모시지를 말았어야 했다.
 
작년엔 어느 탐사취재전문언론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내부 비리를 고발한다며 서대원 사무총장의 전횡(?)을 수차례 톱기사로 올렸었다. 내용인즉슨 해고한 직원 한 명이 시시콜콜 고자질한 모양새다.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 무슨 전횡인가? 해고할 만하니까 해고한 것이겠지. 역시나 모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의 사무총장이 출장 때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것을 파렴치한 행위로 몰아붙였다.
 
전 세계 유니세프 친선대사나 사무총장들은 신사중의 신사들이다. 세계적인 부자나 그 나라 최상위층들을 상대로 우아하게 돈을 뜯어내야 하는 직분이다. 당연히 그들과 같이 놀아줘야 한다. 그런 사람이 이코노미석을 타고 다닌다? 모금은 고사하고 자존심 상해서라도 못해먹겠다. 비즈니스석이 아니라 퍼스트클래스석이 정격이다. 그래야 큰돈 뜯어내는 품격경영을 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냄비 걸어놓고 모금하는 것이 아니다. 만년 사무직원이나 홍위병 기자가 그런 세계를 알 리가 없겠다. 아무려나 한국인으론 드물게 보는 그 국제신사는 미련 없이 떠났다.
 
엊그제 또 예의 그 신문에선 카이스트 병역특례자들의 가짜출근, 대리출근을 다루면서 병역특례자들에 대한 관리의 난맥상을 고발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자 일부 시민들이 분개하고 담당 관청에선 철저한 관리를 약속하며 부산을 떨었다. 그들 특례자는 박사과정 중인 전문연구요원들이라고 한다. 관공서 방위병도 아니고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출석부 체크? 전자발찌 채우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되겠다. 이제 연구도 주 52시간 지켜야 할 판이다. 며칠 밤 세워 연구하다가 병역특례 박탈당하는 일도 곧 생기겠다. 아무렴, 학 다리든 부리든 날개든 꼬리든 길다하면 그 즉시 자르고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신사에겐 지옥인 나라
 
한민족을 순수백의민족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상당히 폭력적인 민족 같다. 해방 후 자유당 정권시절엔 건달주먹들이 마치 애국투사인양 행세한 적이 있었고, 동네마다 양아치들이 있어 선량한 서민들을 뜯어먹고 살았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그런 주먹들도 조직적으로 활동을 했는데 이른바 조폭이다. 그리고 병영폭력, 학교폭력, 연예계 체육계 등에서도 알게 모르게 폭력이 자행되어왔다. 요즘은 조폭이 시들해지고 새로운 폭력조직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바로 ‘노폭’이다. 그러니까 허가받은 조폭! 감히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니 기업이나 시민들이야 입도 벙긋 못한다. 다행히 폭력에 익숙한 민족인지라 잘도 참고 지낸다.
 
몇 년 전 어느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는 조선시대 어떤 인물을 폄훼(?)하는 글을 발표했다가 그 후손 문중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이후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사극드라마에서 실존 인물을 사실(?)과 달리 부정적으로 그렸다며 그 문중으로부터 고소‧항의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같은 성씨라고 해서 다 지들만의 조상인가? 후손이면 그런 천부의 권한이 부여되는가? 한국에서만 있는 별난 현상이지만 더 황당한 건 그런 걸 법에서도 받아준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그 시절 그 양반네한테 모함을 당했거나 노비로 착취당했던 조상을 둔 후손들은 문중에다 손해배상 청구할까?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유력인사 자식들의 망나니짓 때문에 그 부모가 나서서 눈물까지 보이고 백배사죄하는 광경이 한국에선 낯선 일이 아니다. 당연히 그래야하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그럴 때 “부끄럽지만 자식은 자식이고, 부모는 부모다. 미성년자도 아니니 부모가 간섭할 수도 없다. 법을 어겼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겠지!”하고 냉정하게 선을 긋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요즘은 부모의 빚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연예인들이 잇달아 ‘빚투’ 붐을 일으키기도 한다. 제 자식이라고 제 마음대로 죽이는 부모, 제 부모라고 제 마음대로 때려죽이는 자식도 그래서 나오는가보다. 이런 걸 연좌제라고 해야 하나, 달리 뭐라고 해야 하나?
 
청문회 도입 초기엔 국무총리 지명자도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논문표절 중 하나만 걸려도 낙마했었다. 그러던 것이 슬슬 풀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헌법재판관, 대법관조차도 그딴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친숙해졌다. 국회에서는 이제 청문회를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국회 포토라인! 그저 망신주기 통과의례일 뿐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논문표절한 사람은 공직에 임명될 수 없다는 법을 만들든지, 아니면 그런 것들이 죄가 된다는 법조항을 없애서 양심적이고 힘없는 사람들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전에 국회의원들부터 해마다 전수조사해서 손혜원 의원처럼 한꺼번에 터져 민폐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지난 연말,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세월호 보도개입’을 했다 해서 이정현 의원에게 1심 유죄가 선고됐다. 정치적 재판 성격이 강해서인지 뒤집어 보면 좀 어이가 없다. 그 혼돈의 와중에 충분히 항의도 하고 의견도 제시할 수 있는 일이고, 또 KBS 보도국장은 스스로 판단해서 들어주지 않았으면 그만인 일이다.
 
더구나 개인사도 아닌 나랏일에 관한 것이었다. 그 일이 아니어도 언론이나 방송사에 대한 항의‧협박‧회유‧청탁은 일상사다. 그랬다 해서 어떤 물리적인 압력을 가해 그 국장에게 불이익을 준 것도 아니다. 헌데 정권 바뀌자 적폐청산에 일조하겠다는 듯 방송편성의 자유‧독립에 간섭했다며 고발을 했다. 격한 말투에서 위협을 느꼈다고도 했다.
 
신참 기자도 아니고 보도국장 쯤 되는 사람이? 하긴 성추행도 당사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면 성립된다고 하니! 그 정도도 못하게 하면 정치를 어떻게 하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에서라면 종신형을 피할 수 없겠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짐승은 울타리 안이라야 자유롭다. 법이 있어 자유가 생긴 것이 아니다. 언론의 자유든 방송의 자유든 법으로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풍찬노숙하며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때로는 목숨까지 내놓고! 그런 게 진짜 자유다!
 

▲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포토라인 패싱, 취재진 질문에 대답 없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동방의 등불!
 
얼마 전 국민은행이 1일 파업을 했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선 여론이라며 “평균연봉이 9천만 원이 넘는 은행원들이 배부른 파업을? 최저임금에도 일자리를 못 구해서 난리인데!”라는 기사들을 올렸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서 파업을 할 때면 항상 빠지지 않는 상투적인 기사다.
 
아무려나 그걸 누가 모르랴만 일부 시민들은 그런 상식 아닌 관행 기사에 선동되어 분개를 했다. 연봉을 많이 받는 직장인은 파업할 이유도 권리도 없나? 그럴 거면 아예 최저임금제처럼 일정 연봉 이상은 파업을 못하게 법으로 정하면 되겠다. 예전엔 ‘정도언론’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는데 요즘은 언론인들도 이 말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중심이 확고해야 균형 잡기도 쉽다!
 
뜸할 때면 심심풀이 땅콩처럼 나오는 것이 교수들의 논문표절이다. 연간 몇 편씩 강제된 숙제다보니 표절 않고는 다 채우기 쉽지 않다. 이번에 재수없이(?) 걸린 서울대 교수는 그동안 인기 있는 저서도 많이 내고 방송이나 언론에도 나가 인문학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일을 많이 했으니 흠도 많을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인지 매도 심하게 맞는 것 같다. 누군가가 배교수의 표절에 대해 분개하기에 한 마디 거들어주었다. “아무렴 잘못했지! 하지만 그나마 열심히 한 사람이잖어? 다른 교수들은 그럼 뭘 했지? 조용히 공부만 했나? 세계적인 논문이라도 발표했나? 표절을 못해서 쓰나마나 한 논문으로 겨우겨우 연명만 했나? 그 동안 뭐하다가 왜 이제야 문제가 터졌지?” 이참에 해방 후 나온 논문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 어떨까? 금융감독원처럼 논문감독원을 만들든지? 논감원표절심사통과논문! 그럴듯하지 않은가?
 
관공서, 은행, 병원 등 민원 창구에서 늘상 듣는 소리가 있다. “왜 안 되죠? 전에는 그냥 해줬는데…!” “다른 데서는 해줬는데, 여기서는 왜 안 해줘요?” 교통순경에게 걸리면 “앞 차가 가길래 나도 갔다. 왜 나만 잡느냐?”라고 항의하면 그냥 보내주기도 한다. 도심이나 시골 사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다가 제지를 당하면 “이전부터 계속 다녔는데, 이제 와서 왜 못 다니게 하느냐?”고 생떼 아닌 생떼를 쓴다. 물론 하나같이 자기 편하자고 할 때만 내미는 궁색한 논리다.
 
관행대로라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게 하인이다. 이전과 똑같이, 남들과 똑같이 대해주면 불만이 없다. 전 국민에게 최저임금 대신 기본수당을 보장해주면 태평천국이 될까? 노비가 기댈 건 주인 밖에 없다. 해방된 노비가 기댈 건 관행과 법 밖에 없다. 법으로 안 되는 일은 떼를 지어 생떼를 쓰면 되더라는 것도 관행이다. 해서 법 만능주의, 정치권력 만능주의, 민중주의가 판을 치는 것이다.
 
합리적 사고에 기반한 판단력, 도덕심, 책임의식? 그런 건 주인의 것이지 노비의 것이 아니다. 진보란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하인은 그게 싫다. 신사가 되기 싫다. 익숙함이란 자기 함정이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전 주한 외신기자클럽 회장 마이클 브린은 최근에 펴낸 《한국, 한국인》이란 책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비판하면서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민심(民心)이 곧 민주주의라는 강한 믿음’이라고 하였다. 기실 ‘믿음’이 아니라 ‘착각’이겠다.
 
민심은 천심! 민중의 민심으로 대통령까지 끌어내려 감방에 보냈으니 이 확고한 착각은 강박증으로 굳어져 만법(萬法) 위에 군림할 것이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은 프랑스를 방문해 광화문시위를 촛불혁명이라 우겨 프랑스대혁명과 비교하며 자랑했다.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에 따른 대통령 교체를 혁명이라니? 한국은 아직 중세인가? 프랑스 사람들이 너무 어이없어 웃지도 못했겠다.
 
광화문광장 바닥에 촛불문양을 깔겠단다. 이순신상, 세종상 대신 촛불상을 세우고 청와대 뒤 북악 암벽에도 크게 새겨 넣지? <세월호>를 끌어다 놓겠다고 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교과서 개편도 서둘러야겠다. 대한민국은 민중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촛불공화국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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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24 [09:25]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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