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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칼럼]북한의 비핵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의 한계
 
김성윤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9/10/08 [22:24]
▲ 김성윤 논설위원, 단국대 전 법정대학장    

사족(蛇足)이란 무엇인가? 뱀의 다리다. 만약 뱀에게 다리가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뱀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편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을 줄 것이다. 뱀은 다리가 없어도 생활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뱀의 다리란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낫다. 이처럼 불필요한 것을 떼어내 효율을 높이는 것이 제거의 핵심이다.

 

또 하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간단명료한 것을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한 것이 더 잘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절약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 같은 원칙은 무엇보다도 사람은 인지적 자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싫어하는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만큼만 머리를 쓴다.

 

일이 코앞에 닥쳐야 움직인다. 그 사례의 하나가 시험 치기 전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 이유 또한 최소의 인지적 자원만 쓰려고 하는 습성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런 성향 때문에 사람들에게 세상을 간명하게 이해시키는 방법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그중 한 가지가 세상을 둘로 나누어 기억시키는 방법이다. 사람은 대개 '남자와 여자. 아군과 적군,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와 같이 두 가지로 명확히 분리되는 것을 잘 기억한다. 이런 습성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 양극화이다.

 

또 있다.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비결도 있다.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있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제거하는 데 있다. 우리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아놓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좋은 것 같고, 저것도 좋은 것 같아서 무엇 하나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의사결정의 비결은 좋은 점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덜 좋은 것을 잘 버리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부터 버리므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가 대북정책이다. 대북정책 중의 핵심이 한반도 비핵화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책이 한반도 비핵화인지 북한의 비핵화인지 명확하지가 않았다.

 

오직 있었다면 비핵화를 간절히 바라는 '희망적 사고(思考)'가 있었을 뿐이다. 이 경우 '북한의 핵무장화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막연한 한반도 비핵화란 희망적 사고(思考)'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하지 못하였다.

 

 북한은 2019년 9월 말까지 11차례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하여 "작년 9.19 군사합의 이후 단 한 건도 위반이 없었다"고 말했다.

 

백번을 양보하여 NLL 인근의 함박도가 우리의 영토냐? 북한의 영토냐를 떠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위치한 섬 함박도에 북한의 군사시설들이 2017년 중순부터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건설돼 온 정황이 미국의 민간위성에 포착되었다.

 

 남․북은 물론 미․북이 대화하는 도중에도 계속 확장되어왔다. 이것이 위반이 아니라면 무엇이 위반이란 말인가? 함박도에서 인천공항까지의 거리는 불과 45km밖에 안 된다. 이곳에 감시초소와 레이더 타워는 2018년에도 계속 건설 중이었고 2019년에야 완공되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함박도 감시시설은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전인 2017년 5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만큼 합의 위반이 아니며 유사시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비무장 지대에 있던 초소도 없애야 한다며 폭파한 일이 엊그제 일 같다. 그런데 하던 공사를 했으니 합의 위반이 아니란 말을 국방부장관이 해야 할 말인지 묻고 싶다.

 

오죽해야 신원식 전 장군을 비롯한 예비역 장군들이 송영무.정경두 전.현직 국방장관을 여적죄로 고발까지 했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굴종은 희망적 사고에 빠져 정책의 명확화나 단순화보다 막연히 기다리겠다는 정책에 문제가 있다.

 

 미․북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지도부는 적대시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그만하라"고 하였는가 하면 "겁먹은 개", "경축사에서 남북한 평화경제라니 삻은 소대가리도 양천대소(仰天大笑)", "바보", "맞을 짓말라"는 등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남조선에 보내는 경고"라며 탄도미사일을 11차례나 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독일 일간지에 "한반도의 봄이 성큼 왔다"고 썼고,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회동 직후에는 "사실상 적대 관계 종식을 선언했다.",  "남·북 경협으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라고도 했다.

 

현실을 못 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딴 세상에 사는 것 같다. 10월 6일 스톡홀름 외곽의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에서 열렸던 미․북 실무회담이 결렬되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희망적 사고는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김정은은 핵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아니라고 한다. 그 근거 역시 부질없는 기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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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08 [22:24]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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