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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칼럼] 우한폐렴 사태와 한국인의 태도적 가치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신성대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0/02/01 [19:56]
▲ 신성대 논설위원

“제임스… 값지게 살아라. 값지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1998년작 전쟁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란 영화에서 밀러 대위가 숨을 거두면서 라이언 일병에게 해주는 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라이언 가문의 4형제가 모두 미군으로 참전했는데, 그중 막내를 제외한 세 명이 태평양 전선과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 각각 전사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라이언 4형제의 어머니는 세 아들이 전사했다는 비보를 동시에 전해 듣게 됩니다. 이제 하나 남은 막내 제임스 라이언도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살아 있다한들 언제 죽게 될지 모를 상황입니다.

 

라이언 4형제의 어머니는 아들 넷을 육군과 해병대에 입대시키고 별 4개가 새겨진 페넌트를 창문에 걸고 지내다, 어느 날 먼 벌판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정복 입은 육군 장교들과 목사가 차에서 내리는걸 보자마자 주저앉고 맙니다.

 

외진 시골에 그런 세단이 온다는 것 자체가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낀 것이지요. 하여 현관으로 나갈 때부터 휘청거렸습니다. 조지 C. 마셜 육군참모총장은 이 사실을 듣고 마지막 남은 막내라도 살려서 집에 보내고자 레인저 부대의 밀러 대위를 지휘관으로 한 총 8명의 구출팀을 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최전선으로 보냅니다. 결국 임무는 완수하지만 모두 전사합니다.

 

 모든 세리와 죄인들이 말씀을 들으러 가까이 나아오니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수군거려 이르되 이 사람이 죄인을 영접하고 음식을 같이 먹는다 하더라.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 비유로 이르시되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찾아다니지 아니하겠느냐.

 

 또 찾아낸즉 즐거워 어깨에 메고 집에 와서 그 벗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말하되 나와 함께 즐기자 나의 잃은 양을 찾아내었노라 하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와 같이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아홉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누가복음 15:1-7)
 
어쩌면 예수께서 하신 수많은 비유 말씀 중 가장 위대한 비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마리의 양을 찾기 위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그냥 둔 채 그 한 마리를 찾으러 간다는 건 그 한 마리의 가치(값이 아닌)가 아흔 아홉 마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겠지요.

 

세리든 죄인이든 한 인간으로서의 소중함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한 예는 다시없을 것입니다. 성경에 이 구절이 없었다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과 같은 영화는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지요. 인간 존중, 가치 존중의 인식 공유 없이는 언뜻 공감하기 힘든 이상한 전쟁영화에 불과하겠습니다.

 

▲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 중인 교민들을 태운 2차 전세기가 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교민 가족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중국 우한 폐렴 사태로 귀국 못하고 있는 교민들을 귀국시키기 위한 1,2차 전세기가 다녀왔습니다. 헌데 탑승자 우선순위가 좀 이상했습니다. 무증상자가 우선입니다. 하여 증상자나 발열로 의심 받은 교민들은 탑승을 못하고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그 심정이 어땠을지는 안 당해본 사람이 어찌 알겠습니까? 환자나 의심환자부터 먼저 귀국시켜 빨리 치료받게 해주는 게 도리겠습니다.

 

중국당국에서 증상자를 가려 출국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그건 자기네 국민들에게나 할 수 있는 조치이지 외국인, 더구나 본국에서 전세기로 데려가겠다는 걸 막는 건 어불성설이지요. 어차피 치료는 고사하고 진료‧수용‧치료도 감당 못하고 있을 바에야 원한다면 외국인부터 얼른 출국시켜줘야 하는 게 도리겠습니다. 우리 정부도 강력하게 중국정부를 설득하고 재촉해서 단 한 명의 교민 환자가 있어도 특별전세기 보내는 것을 마다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깟 한 마리 양은 버려두고 아흔 아홉 마리나 잘 지키자? 라이언 일병은 버려두고 와라? 한 마리 찾으려고 아흔 아홉 마리를 들판에 내버려두고?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멀쩡한 8명의 전사가 희생을? 인간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절대 이해가 안 되지요.

 

가치란 그런 겁니다. 계량화‧수치화 할 수도 없고 비교‧대체 할 수가 없습니다. 일등과 일류, 품질과 품격, 가격과 가치의 차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않고서는 결코 선진시민사회로 진입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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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01 [19:56]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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