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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칼럼] 거지 같다
 
양승진 기자 기사입력  2020/02/20 [11:47]
▲ 양승진 기자    

세상에 거지 같은 일이 많다 보니 급기야 실시간 검색어에 ‘거지 같다’는 말이 올라왔다.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주로 ‘거지 같은’의 꼴로 쓰여, 남을 업신여기고 욕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 또는 거칠고 교양이 없으며 난폭하다는 뜻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지난 9일 충남 아산 전통시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찬가게 주인이 한 말은 무슨 뜻일까. 이날 문 대통령은 반찬가게 주인에게 "좀 어떠신가"라고 묻자, 해당 상인은 "(경기가) 거지 같다. 너무 장사가 안 된다"고 했다.

여기에서 거지 같다는 ‘경기가 거지 같다, 장사가 안 돼 거지 같다’는 뜻이지 문 대통령이 거지 같다는 표현은 아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다” “주인장 마음씨가 고약하다”면서 반찬가게 상호와 주소, 주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등 신상 털기까지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안타깝다”는 표현으로 결국 중재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그분이 공격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셨다”고 소개하며, 당시 분위기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전혀 악의가 없었다. 오히려 당시 (대화할 때) 분위기가 좋았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또 "거지 같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장사가 안 된다는 걸 요즘 사람들이 쉽게 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서민적이고 소탈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반찬가게 주인이 문 대통령에게 “경기가 최악이에요”라고 했다면 지지자들이 발끈했을까. 아마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듯하다. 결국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거지 같다’는 표현은 ‘문 대통령이 거지 같다’ 또는 ‘정치를 거지 같이 한다’ ‘대통령이 거지 같이 그것도 모르냐’하고 생각한 듯하다.

물론 반찬가게 주인은 무슨 뜻으로 이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 속마음은 본인 외에는 모른다. 단지 청와대 대변인의 말처럼 서민적이고 소탈한 표현을 한 게 그렇게 된 것이지, 이참에 대통령 공격 좀 해보자고 나선 건 아닌 듯하다.

오히려 반찬가게 주인은 유명인사가 됐다. ‘거지 같다’는 표현 때문인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인지 가게를 보러오거나 반찬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아침에 만든 반찬이 오후 2~3시 무렵엔 다 팔릴 만큼 이 가게 만큼은 그야말로 거지 같은 경기를 무색케 하고 있다.

어쨌거나 거지 같다는 표현은 분명 좋은 뜻은 아니다. 문 대통령을 향한 극성 지지자들의 행태도 옳은 건 아니다.

그간 문 대통령은 극성 지지자들의 행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찬가게 주인을 대변해주라는 것만 있었지, 이번 일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단지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경쟁을 더 흥미롭게 하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다. 2018년 1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선 “저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뭐가 진짜 거지 같은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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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20 [11:47]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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