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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칼럼] 정책의 종합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김성윤 주필 기사입력  2020/06/05 [22:26]
▲ 김성윤 주필, 단국대 전 법정대학장 정치학 박사     ©

1955년 중화인민공화국 마오쩌둥의 지시로 “4가지 해로운 것을 제거하는 운동”(除四害 /除四害運動)이 전개되었다. 당시 참새만을 때려잡는 걸 따로 타마작운동(打麻雀运动/打麻雀運動)이라고도 한다.

 

모택동은 1955년 농촌에 현지 지도를 나갔다가 때마침 지나가던 참새 떼를 보고 검지로 참새를 가리키며“참새는 해로운 새[害鳥]다”라고 교시하였다. 그 지시가 있은 지 며칠 후, 마오쩌둥과 14개 성의 당 서기들은“전국농업발전강요(全國農業發展綱要)”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농업발전을 위한 정강을 포고하게 된다.

 

정강은 전체 40개로 이루어졌으며 제27항이 바로 제사해(除四害)다. 즉 4종류의 해로운 것을 제거하자는 운동의 시작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사해는 중국 인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모기, 파리, 쥐 그리고 참새다. 이 4가지 해로운 것을 제거하겠다는 마오쩌둥의 의지는 1958년 10월에 전국적인 '제사해(除四害) 운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중 참새가 가장 많이 잡혀 죽었다. 그러자 먹이 사슬이 붕괴되어 참새의 먹이였던 해충과 모기 그리고 파리들이 극성을 부리게 되었다.

 

이와 함께 농작물에 해충이 번식됨으로써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쉽게 말해 만만한 참새가 타깃이 되어서 해를 끼치는 것을 제거하자는 운동이 참새 제거 운동으로 둔갑되었다. 급기야 참새가 소탕되면서 나머지 삼해(三害)는 오히려 숫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그 이유는 참새가 사라진 만큼 참새가 먹어야 할 모기, 파리 숫자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참새는 추수기에는 곡식을 훔쳐 먹는 해로운 새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추수기가 아닌 평소에는 농작물과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각종 곤충과 벌레들을 많이 잡아먹고 사는 이로운 새다. 마오는 이점을 간과하여 국가적 정책오류를 유발했다.

 

1958년 한 해 동안 참새 2억 1,000만 마리가 포획당해 거의 멸종의 위기에 이르자, 참새가 잡아먹고 살았던 애벌레와 메뚜기 등 각종 해충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  잡은 참새를 달구지에 매달고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중국 인민들. 일일전과(一日战果)란 글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저 많은 참새를 단 하루 만에 잡았다. 이런 짓을 전 대륙에서 1958년 한 해 동안 계속되었다.   © 경기데일리

 

엎진 데 덮친 격으로  생태계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중국 역사에 길이 남을 대 흉년이 발생하였다. 그렇게 해서 공식 발표 2,000만 명, 학계 추산 최소 3,000만 이상, 최대 4,500~5,000만 명의 기록적인 아사자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정책적 오류가 일사천리로 발생하게 되었는가? 바로 정책 과정에 통제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 국가에서의 정책 과정은 일반 대중들의 요구와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검토 그리고 언론이 그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국가 정책으로 채택된다. 

 

하지만 독재국가의 경우 독재자의 즉흥적인 말 한마디에 의해서 정책이 결정되고 철회되기 때문에 정책의 오류를 제때 막을 길이 없다. 견제와 균형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정책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독재 국가일수록 '실적주의'와 '서류상 데이터'로 정책의 성패를 판가름하기 때문에 전시행정과 서류 숫자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실적압박이 없고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1년에 참새는 00만 마리, 파리와 쥐는 00만 마리' 이런 식으로 기준점을 설정한 후 구제 운동을 전개했다면 이러한 정책오류는 사전에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 사례는 1인 혹은 극소수의 권력자들이 철저하게 상명하복으로 운영하는 독재체제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위험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독재자의 아마추어리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 나라의 주요 정책은 반드시 국민의 여론 수렴과 사회적 공론화, 격렬한 논쟁, 교차검증과 국회의 동의와 입법을 거쳐서 정책으로 채택하고 집행해야 한다. 집행과정에서도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발견된다면 즉시 수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정책학의 개론만 보아도 나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반환점을 통과해 이제 2년 여의 임기를 앞두고 있다. 그사이 시행했던 주 52시간제와 탈원전 문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원자력 발전소가 사라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전력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3차 추경 예산을 의결함으로써 올해 들어서만 국가 부채는 99조 원 늘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9년 37%에서 43.5%로 급상승하게 됐다. 국민 1인당 추가 빚 부담이 188만 원이나 된다. 4인 가족이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받았지만, 나랏빚을 752만 원이나 떠안아야 한다. 이래서 지원보다는 기업을 살리는 정책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나라의 부가 탄탄하단 독일도 최저임금의 삭감과 탄력근로를 정부 여당이 준비하는 이유는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독일 여당인 기민·기사당 연합이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 쪽을 택하고 있지 않은가? 법인세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제안서까지 마련했다. 왜 그런 정책을 쓰려고 하는가? 지원금을 나누어 주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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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05 [22:26]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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