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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사진향기] 할머니를 젊고 예쁘게 찍을 수 있나요?
 
최병관 사진가 기사입력  2020/06/13 [10:41]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빗소리를 듣기 위해 현관 밖으로 나갔다. 산 아래 R 한의사님께서 별장용으로 지은 건물인데 황토와 목조로만 지었다고 했다. 전면이 탁 터진 들판이고 집 뒤로는 능선이 고운 해발 351m의 숲이 우거진 산이다.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쏟아지는 빗소리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비 가리개에 쏟아붓는 빗줄기의 소리는 도시에서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였다. R 한의사님은 사진에도 많은 관심과 지식이 풍부해서 자연스레 사진 얘기를 주고받았다. 준비해 간 사진을 노트북으로 보여드렸더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컴퓨터에서 조작한 게 아니냐고도 했다.

옆에 있는 P기자가 사전에 나에 관해서 R 의사와 많은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사진은 오직 카메라 하나만으로 찍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P 기자는 나를 몇 번이나 동행 취재를 했기 때문에 내 사진에 관해서 믿음이 확실하지만 R 한의사님이 믿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R 한의사님이 동석한 60대 중반의 두 분을 가리키며 저 할머니를 젊고 예쁘게 찍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머뭇거림 없이 할머니를 미스코리아로 찍을 수는 없으나 젊고 예쁜 여자로 찍을 수 있다."라고 했다. 당장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두 분이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그러면 비를 맞고 서있는 가로등을 대보름달로 찍어서 보여드리겠다고 했더니 모두 의아해했다.

곧바로 비를 맞고 서있는 가로등을 달랑 카메라 하나만으로 찍어서 즉석에서 보여줬더니 R 한의사님은 물론이고 모든 분들이 탄성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요술쟁이라고도 했다. 그 순간 정말 내가 요술쟁이가 된 듯했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게 쏟아졌다. 보령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 비 쏟아지는 깜깜한 밤에 오직 카메라 하나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     © 최병관 사진가

 

▲     © 최병관 사진가

 

* 정원에 퍼붓는 빗줄기

▲     © 최병관 사진가

 

▲     ©최병관 사진가

 

 * 정원 앞 가로등 하나가  비를 맞으며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     © 최병관 사진가

 

* 그 가로등을 대보름달로 찍어서 보여주었더니 요술쟁이라고 했다 

▲     © 최병관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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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13 [10:41]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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