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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조 칼럼] 존 볼턴 보좌관의 회고록 파장
 
권해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06/30 [13:47]
▲ 권해조 예비역장성, 한국국방외교협회 고문      

그동안 이슈화되었던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John Bolton)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이 지난 6월 23일 발간되면서 그 파장도 커지고 있다.

 

이 책의 발간을 앞두고 백악관은 570면에 해당하는 내용 중에 415여 곳의 수정 삭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했지만, 미 법원은 “출간을 해도 된다.”며 미 정부의 금지요청을 기각했다. 책이 발간되자마자 판매량도 아마존 베스트 1위에 오르고, 우리나라도 예약 판매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통상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들은 대통령 직무수행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회고록 발간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번 회고록 출간으로 그동안 금기시(禁忌視)시 되었던 성역이 무너지자,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과의 대화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고 하지만, 볼턴 보좌관은 제법 꼼꼼히 기록한 것 같다. “있을 수 없는 외교기밀 폭로”라는 비판도 무릅쓰고 발간한 것은 어느 역사학자의 말대로 외교관들에게는 ‘악몽(惡夢)’이지만 역사가에겐 ‘꿈의 사료(史料)’가 될지 모른다.

 

존 볼턴은 미국 외교계의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다. 아버지 조지 H.W.부시 대통령 때 발탁되어 아들 W.부시 대통령 때 국무차관, 유엔 대사로 북핵문제를 다뤘다. 2002년 이라크, 이란, 북한 3개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제재하는 일에 참여했다.

 

그리고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8개월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하면서, 작년 북-미 간 하노이 회담에서 선(先)핵 폐기 후(後)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꺼내들어 북한을 당황케 해 협상을 결렬시킨 장본인이다.

 

▲ 존 볼턴(John Bolton)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표지     © 박익희 기자

 

볼턴은 이 책에서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러시아, 이란,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한반도 등에 대한 외교정책 현안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특히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는 김 위원장 요구로 참모들과 아무 상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한미군사훈련 중단 발표를 하는 등 김 위원장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어리석은 실수를 범했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에게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브루클린 다리’를 판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북미 비핵화 외교에 대해선 ‘한국의 창조물’이며, 한일 갈등도 문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 책임을 돌리는 등 우리 정부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앞세워 한국방위비 분담금 증액압박을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도 책 내용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볼턴이 “자기비판이 결여돼있다”는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평가와, 지금 트럼프가 동맹국 관계, 인종차별 문제 등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데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워라.”는 북측의 태도를 보면서 볼턴의 주장이 옳다는 긍정적인 평가 등 찬반양론이 크게 갈리고 있다.

 

6월 21일자 뉴욕타임스(NYT)는 “제발 사지 말되 폭로를 무시하지는 마셔요”라는 주제의 논단에서 이미 당시 언론을 통해서 일종의 예측으로 제기되었던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스런 부적합”을 증명한데 불과하다는 평가를 하였다. 그러나 이번 11월 재선 도전에 이상한 행동을 못하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하였다. 또한 6월 22일자 NYT에 로저 코헨(Roger Cohen)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 국무성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논단에서 폼페이오를 배신자로 비난하였다.

 

이번 폭로로 피해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미 국무성이라며,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일관성 없이 “눈먼 독수리같이 날아다녔던” 원인이 국무성의 역할 부재라고 비난하였다. 데이비드 생거(David E. Sanger)도 “책자는 분쟁을 선호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보였다”라는 주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을 상당히 강하게 다루는 한편 모종의 딜(Deal)을 만들었던 이중성을 보였으며, 볼턴은 대 이란, 대 북한의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극우파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요청에 의해 2018년 6월 20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실시하였고,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의 노후화된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행위로 유엔 안보리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려는 속임수에 말려들지 않고 노딜(No Deal)을 한 것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이 책은 북한과 이란에 대해 협상과 유엔안보리 제재를 통해 정상국가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으며, 북한은 지난 1년 반 동안 협상 기간 중에 핵무기를 2배로 만들었고, 이란도 2015년 핵협상 당시의 핵 농축물질 수준으로 환원된 것이 대표적인 증거라고 지적하였다. 이 점에서 볼턴 보좌관이 주장한 순차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에 반대하며 북한과 이란에 협상의 딜(Deal)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한 것은 높이 평가하였다.

 

특히 지난 6월 23일자 NYT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북한 김정은과 대면하여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을 했지만, 그들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볼턴의 책이 이를 증명한 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이 책의 발간으로 한미 간의 시각차이도 많으며, 한미 관계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본다. 먼저 비핵화 문제이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설명하면서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다고 했으나,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북한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핵우산 보장까지 제거하는 내용이다.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처음부터 잘못된 동상이몽(同牀異夢)이었다. 다음은 종전선언 주장이다. 볼턴은 “김정은은 원치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원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김정은의 아이디어라 알았는데 통일 어젠다를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의심했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2019년 북미 판문점 회담 때 문 대통령의 참석 논란 등 우리 정부와 관련된 증언내용이 많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적(schizophrenic) 생각’이라고 비판한 대목과 북-미 회담이 ‘한국정부의 창조물’이라는 주장도 논란의 대상이다. 책 발간을 앞두고 백악관이 수정 삭제 요구를 한데 이어 우리 정부도 6월 22일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 비서관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상당부분 왜곡 하고 있다”고 하면서 한미 정상 간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했다.

 

물론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이 사실왜곡으로 볼턴 자신의 입장에서 기술한 망언으로 보고 있지만 한미 관계의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무엇보다 한미관계 신뢰회복과 공동의 대응전략에 집중해야 하며, 국가 간 협상에서 비핵화 없는 한반도 운전자론이나 중재론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볼턴의 외교협상과정의 폭로는 공직자 출신으로서 재임 중에 있었던 기밀을 세상에 알리는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책 내용의 진위를 떠나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졌던 일부 내용들이 알려져 국익에도 득실이 있겠지만 이제 정상궤도로 돌아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책, 통일과 공동번영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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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30 [13:47]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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