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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열 칼럼] 우화(寓話)에서 엿보는 최선의 삶
 
조상열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07/08 [21:02]
▲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문학박사     

 눈앞에 다가온 장마와 삼복 무더위. 코로나19로 마스크맨이 되어야할 판이니 올 여름이 벌써 숨이 막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광풍이 연일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이때 마음의 위안이 될까 하여 가벼운 우화 몇 토막을 적어 본다. 


중국 우화다. 결혼 잔치를 앞둔 진가(陳家)는 가축 한 마리를 잡아야 해서 우선 거위를 불러다가 잡아먹어야 할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거위는 “나는 알을 낳아 번식을 돕는데, 저기 수탉은 알도 못 낳으니 수탉을 잡으시죠.” 진가가 거위를 놓아주고 수탉을 불러 사정을 이야기 하자 수탉은 “나는 새벽을 알리는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데 저기 먹고 놀기만 하는 양이 있지 않습니까?” 양은 “엄동설한을 지낼 수 있는 것은 저의 털 덕인 줄을 잊으셨나요? 

 

그런데 개는 아무것도 주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개가 목소리를 키우며 “이런 배은망덕한 놈들, 도둑을 막아주고 맹수로부터 저들을 지켜준 것이 누구인데! 말(馬)은 많이 먹기만 하고 별로 하는 일이 없는 놈입니다.” 말은 “당신이 멀리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누구 덕입니까? 탈수 있는 등으로 소등과는 다르지요.” 

 

소가 눈을 부릅뜬 채 “내가 없으면 누가 논밭을 갈아 줍니까? 놀고먹고 살만 찌우는 돼지를 잡는 것이 가장 적격이죠.” 이 때  돼지가 소리소리 지르며 강변하길 “멀리 이동하고 땅만 갈면 다인가요, 땅을 기름지게 하는 것은 저희들의 똥 떡입니다.”

 

이렇게 각자의 사정들을 듣고 보니 어느 짐승도 잡을 수가 없었다. 진가는 모든 짐승을 불러놓고 그렇다면 너희들을 다 잡아먹어야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자 다급해진 가축들은 대책회의를 열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먼저 거위가 “날마다 주인의 아침잠을 깨워야하므로 수탉을 죽여서는 안 되니, 내가 죽겠다.”고 자원했다. 

 

수탉도 양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서로 번갈아 돼지에 이르기까지 죽겠다고 자청했다. 이를 지켜 본 진가는 이들의 양보와 배려에 감동하여 마침내 잔치를 하지 않기로 하고 어떤 짐승도 죽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서로의 이해와 양보 없이 자기의 명분과 논리만을 주장하다 보면 모두가 파국을 맞을 것이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로 임하여 상대의 입장을 수용한다면 모두가 살아난다는 공생의 교훈을 주고 있다. 누구든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면 불만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배구공, 축구공, 탁구공, 당구공, 야구공, 골프공이 모여 자신들의 기구한 팔자에 불만 타령으로 열을 올렸다. 먼저 배구공이 “맨날 뺨을 맞고 살아가야 하는 내 팔자가 불쌍하다.”고 한탄했다. 이때 축구공이 “그건 괜찮다. 난 허구 헌 날 발길에 차이면서 살아가는 팔자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놈저놈이 뻥뻥 질러대니 참말로 화가 난다.” 

 

이때 탁구공이 끼어든다. “그런 정도는 약과다. 내 가냘픈 몸매를 주걱 같은 것으로 깎아 치고 내려치는데 얼마나 아픈지 아느냐?” 옆에 있던 당구공이 “그런 정도는 참을 만 하지. 난 날카로운 막대기로 밀어치고, 찍어 치는데 그 때의 고통은...” 야구공이 비웃듯이 “너희들, 휘둘러 대는 몽둥이로 맞아 본적 있느냐?” 

 

여지껏 지켜보던 골프공이 나선다. “여보게들, 그런 정도에 불만을 하다니. 자네들 혹시 쇠몽둥이로 맞아 본적 있는가? 여자나 남자나 막 때려대는데 어떤 놈은 나를 물에다 처넣기도 하고, 숲 속으로 날려 버리기도 하니 기가 막힌 신세라네.”

 

서로가 털어 놓은 불만을 듣고 보니 누구도 편안하고 안전한 운명은 없었던 것이다. 누구나 스스로 처한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기보다는 주어진 운명에 늘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 일반적일 게다. 주어진 운명에 안주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끝없이 도전하고 노력할 때 인생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곳에는 항상 위험이라는 벽이 있고, 그 벽을 넘어설 때만이 성공이라는 결과가 주어진다. 그러나 과욕을 버리지 못할 때는 패가망신이 뒤따른다.  

   

홍만종의 <순오지>에 나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려는 두더지의 이야기이다.

땅속을 파고 살아가는 두더지 가족이 있었다. 그들의 소원은 밝은 세상, 찬란한 태양아래 살아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두더지 총각은 해님과 사돈을 맺고자 해를 찾아가서 청혼을 했다. “찬란한 해님이시여! 두더지인 저는 하늘같은 해님과 결혼을 원하오니, 저의 청혼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자 해님이 “나는 모두가 우러러 보는 찬란한 태양으로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오직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 저 구름이오. 구름만 끼면 나는 꼼짝없이 빛을 잃고 만다오. 위대한 것은 태양이 아니라 구름이니, 구름에게 찾아가 청혼을 해보시구려.”

 

두더지가 구름을 찾아가 청혼을 하자 구름은 “두더지 총각! 우리 구름은 해의 그 찬란한 빛을 가려 버릴 수는 있지만 바람만은 이길 수가 없소. 바람만 불면 우리 구름은 모두 산산이 흩어지고 마니, 우리보다 위대한 존재는 무시무시한 바람이라오.” 두더지가 다시 바람을 찾아가 청혼을 하자 “우리 바람은 구름도 쓸어버릴 수 있지만, 아무리 거센 바람에도 저 밭 가운데 바위는 꿈쩍 하지 않으니, 바위야 말로 우리보다 위대한 존재가 분명하오.” 

 

두더지의 청혼을 듣던 바위는 “우리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꼼짝하지 않지만, 우리 바위 밑에 두더지들은 이길 수가 없다오. 당신네 두더지 떼들이 날마다 바위 밑의 흙을 긁어내면 우리들은 흔들거리다 결국 넘어지고 마니, 우리보다 위대한 존재는 오직 바위 밑에 살아가는 당신네 두더지들이요.” 

 

바위의 말을 들은 두더지 총각은 그때서야 가장 위대한 존재가 자신들이란 것을 알게 되어 부르짖는다. “천상천하에 가장 위대한 존재는 우리 두더지로다!” 신붓감을 찾아다니던 두더지 총각은 결국 두더지 처녀를 얻어 결혼하게 되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有限)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무한(無限)하다. 유한한 생명을 살아가는 인간이 무한한 욕심을 채우려는 유혹을 끊어내지 못한데서 삶은 위태롭고 재앙은 끊이지 않는다. 결국 패가망신은 물론 스스로의 목숨까지도 단축하는 불행한 사태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온 세계가 최악의 위기를 맞아 경제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럴 때 좀 더 여유로운 자가 솔선하여 베풀고 함께 나누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배려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난국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생명을 늘려가는 방법이자 최선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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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08 [21:02]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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