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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조 문화칼럼] 없애야 할 주구사서(酒狗社鼠)
술집의 사나운 개와 부패한 사당의 쥐를 제거해야
 
권해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07/09 [14:25]
▲ 권해조 예비역장성, 한국국방외교협회 고문     

 군주론(君主論)과 제왕학(帝王學)의 성전으로 불리는 중국의 고전(古典), 「한비자(韓非子)」의 제 34 외저설(外儲說)에 ‘악은 자라기 전에 잘라라’란 제목에서 술집엔 개가 없어야한다며, 개(狗)와 쥐(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송(宋)나라에 장(壯)씨라 불리는 사람이 운영하는 술(酒)집이 있었다. 장씨는 대대로 내려오는 술을 만드는 비법이 있어 그 지역에서 소문이 나 있었다. 그 집은 술의 맛뿐만 아니라 넉넉한 마음씨에 술도 후하게 술동이를 가득 채워 주었고 손님맞이에도 정성을 다 했다.

 

당시 장씨 집의 술은 품질도 우수하고 서비스도 훌륭하며 홍보 방법도 좋아 성공 비결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아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은 술이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큰 손실을 본 장씨는 마을에 이름 있는 양천(楊舛)이라는 어른을 찾아가서 물었다. 이야기를 들은 양천은 장씨에게 “혹시 자네 집에 기르는 개(犬)가 사납지 않은가?”하고 물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러 가거나, 어린애들이나 심부름꾼이 술을 사러 갔을 때 개가 뛰어나와 물거나 사납게 위협하면 누가 자네 집에 가겠는가? 이와 같은 송나라 장씨 집의 술집이야기를 통해 통치자의 국정 운영이나 지도자의 조직 운영에 있어서 지도자가 직접 관리하고 곁에 두는 측근들에 대한 교훈으로 사용하였다.

 

도(道)를 깨달은 선비나 현명한 충신들이 법과 원칙을 근거로 군주에게 올바른 통치의 지혜를 알려 주어도, 군주의 측근 대신들이 사나운 개가 되어 주인의 은덕을 외면한 채 충신들을 물어뜯는다면, 이것이 군주의 눈이 가려지고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군주에게 지혜를 가진 현자(賢者)들이 가까이 갈 리가 없다. 그리고 중국 제(齊)나라의 환공(桓公)이 하루는 승상(丞相) 관중(管仲)을 불러 대화를 나누면서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골치 아픈 일이 무엇이요?” 하고 물으니, 관중은 “사당(祠堂)의 쥐(鼠)가 가장 큰 골칫거리며 고민입니다.” 하였다. 대개 사당은 나무골조로 진흙을 발라 만드는데 나무와 진흙사이에 쥐들이 서식하게 된다. 이 쥐를 제거하기 위해 연기를 피우면 나무가 불에 탈수 있고, 물을 뿌리면 흙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사당의 쥐를 없애기 위해 고민한다고 하자 환공도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때 관중은 “지금 군주의 측근들이 밖에 나가면 자신의 권세를 이용하여 백성들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안으로 들어오면 파당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득과 허물을 덮기 위해 군주를 속입니다. 이들을 처벌하자니 군주가 위태하고 그대로 두자니 법이 문란해집니다.

 

마치 사당의 쥐와 같은 부패한 간신들이 참으로 어렵습니다.”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현명한 지도자는 무엇을 하기 전에 개와 쥐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술도 마시고, 편안하게 사당에서 제사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한비자는 사마천(司馬遷:기원전145-86)의 사기(史記) 권(卷)63,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 제3에 기록되어있다. 본명은 한비(韓非)요, 한(韓)나라 왕실소생으로 말더듬이었다. 그러나 문재(文才)가 있어 고분(孤憤), 오두(五蠹), 설란(說難)등 많은 책을 저술하였다. 그의 학설의 중심은 왕이 신하의 성적을 평가하는 형명(刑名)과 법령과 통술법을 포함한 법술(法術)이었다.

 

따라서 그의 사상은 유학(儒者)의 도덕을 배척하고 법치(法治)와 통어술(統御術)을 본령으로 하고 있으며, 사상적 주조(主調)는 부국강병책(富國强兵策)이다. 진시왕(秦始王)은 한비자의 등용을 갈망했으나, 이사(李斯)의 모함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비자 사후에 그의 이론이 천하를 통일하고 통치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지도자들이 측근들의 비리 때문에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차제에 2천 년 전 한비자의 지혜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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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09 [14:25]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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