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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칼럼] '나는 대한민국이 아프다'
백선엽 장군 친일파 논란에 대한 변명
 
신성대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0/07/15 [19:50]
▲ 신성대 논설위원     

백선엽 장군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파? 


일본군 출신이면 다 친일파인가요? 그렇다면 백선엽이나 박정희는 친일파가 분명합니다. 그러면 동경제대 와세다대 나온 유학파들도 모두 친일파 아닌감? 김수한, 윤동주… 이름 있는 사람치고 친일파 아닌 사람 있던가요? 그렇게 친일파가 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일장기에 경례시키고, 기미가요 부르게 하고, 천황만세 시키고, 신사 참배시킨 교사들은 물론 그렇게 시키는 대로 따라한 학생들도 친일파이지요. 죽도록 농사지어 군량미로 갖다 바친 농부들도 따지고 보며 친일파지요. 왜 불 지르고 만주로 건너가 독립투쟁하지 않았느냐고요? 친일을 한 경중에 따라 다르다고요? 헌데 그런 기준 누가 정했나요?

 

까놓고 말해서 친일이 어때서요? 이미 나라가 없어졌는데! 살기 위해 몸부림 친 게 무슨 죄입니까? 독립운동 안한 게 죄인가요? 독립을 예상하지 못한 게 죄인가요? 친일파를 따지자면 자신들의 안녕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나라를 천황에게 헌납한 왕족들이 진짜 친일, 아니 매국노들이지요. 그에 따른 백성이 무슨 죄입니까? 요즘 친북 주사파 토착빨갱이는 죄가 없습니까? 친미‧친러‧친중은 죄가 안 되고 친일만 죄가 됩니까? 백선엽을 친일파라고 거품 물고 삿대질하는 사람들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은 일제 때 무얼 했기에 그렇게 떳떳하답니까? 모두 독립투사들이었던가요?

 

일제 때 지식인들을 모두 친일파라 한다면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대학가는 사람, 군관학교 가는 사람, 경찰학교 가는 사람, 사범학교 가는 사람… 각자 살 길 찾아 간 것뿐입니다. 모두가 노예처럼 부역만 하고 살 순 없잖습니까? 그들이 다 친일이면 독립군 몇 명 빼고 한반도에 살던 사람은 죄다 친일파지요.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그들대로, 지식인들은 그들대로 나름 민족이 처한 현실과 민족이 살아나갈 길을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지요.

  

그때는 그때대로 적군이라면 독립군이라 해도 때려잡는 게 군인본분이지요. 일본군이든 독립군이든 그게 군인다운 겁니다. 고구려가 망하고 당나라 장수가 된 고선지와 그의 아버지 고사계는 만고의 역적입니까? 6.25전쟁에서 잘 싸우고 죽지 못한 것이 무슨 죄입니까? 한국전쟁 때 그렇게 잘 훈련된 일본군장교 출신 대부분이 남쪽에 있지 않고 북쪽에 있었더라면 대한민국은 그때 바로 공산화 되었겠지요. 물론 통일도 되었겠지요. 그렇지만 우린 지금까지도 북한처럼 동물농장에 살고 있겠지요. 

 

한국인의 역사관은 족보관

 

역사를 미처 소화하지 못한 속 좁고 찌질한 백성이 한심한 것이지요. 역사는 제집 족보가 아닙니다. 제 마음대로 지우고 뜯어고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가 역사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비추어 앞날의 방향을 잡아나가고자 역사를 철학하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건 비겁입니다.

 

그 무엇보다 역사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걸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독립운동하는 사람이나 친일했던 사람이나 서로 원수로 여겨 싸우며 죽이지 않았습니다. 각자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자신의 운명대로 살다간 것뿐입니다. 그걸 왜 그 시대와 상관없는 후대가 현재(한참 미래)의 가치관을 잣대로 판단하고 심판한단 말입니까? 신도 그런 짓은 안합니다. 오만하고 무지하고 몽매한 짓이니까요. 

 

‘사자명예훼손죄’까지 만들어 헐뜯기 하는 민족입니다. 곧 ‘조상명예훼손죄’까지 만들어 낼 겁니다. 과거사청산? 적폐청산? 누가 보면 굉장히 역사를 존중할 줄 아는 민족인 줄 오해하겠지요.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현재가 자신 없고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심리를 이용해서 히틀러 나치즘이 생겨난 거고,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습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말한 그 상태와 너무도 똑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러시아나 중국 북한보다 한참 철지나 늦게 겪고 있을 뿐입니다. 

 

역사에 무슨 선악이 있겠습니까. 역사엔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역사든 과거사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름다운 겁니다. 억지로 미화시키는 건 못난 짓입니다. 역사를 한풀이나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삼는 건 사악한 짓입니다. 내 탓 네 탓 따지고, 조상 탓 하는 인간치고 변변한 놈 못 봤습니다. 과거사 논쟁, 친일파 논쟁은 우물 바닥에 우글우글 개구리 침뱉기에 다름 아닙니다. 만인에 의한, 만인을 위한 만인의 침뱉기! 그렇게 해서 우리에게 남는 게 뭐가 있을까요? 거울같이 깨끗한 역사? 우리 세대는 지금 현재가 우리 역사입니다. 그리고 후대를 위해 좀 더 좋고 넓은 길을 닦아놓고 가는 겁니다.

  

  兒不嫌母醜 犬不嫌家貧 

  아불혐모추 견불혐가빈 

 

  자식은 어미가 못생겼다고 미워할 수 없고, 

  개는 집이 가난하다고 싫어할 수 없다. 

 

  -명(明) 서아(徐啞) 

 

역사는 무정하지만 더 없이 냉정합니다. 일본군 백선엽 소위 혹은 중위, 일본군 박정희 소위 혹은 중위를 친일파라 하는 것에는 굳이 반대할 생각 없습니다. 허나 백선엽 장군, 박정희 장군은 친일파가 아닙니다. 1945년 8월 15일 이후 대한민국 땅에 ‘친일파’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가 꿋꿋하게 질기게 살아남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인입니다. 그게 있는 그대로의 역사입니다. ‘토착왜구’도 없습니다. ‘토착빨갱이’가 있을 뿐입니다. 아무렴 그들도 동포입니다. 그마저도 통일되면 다 없어집니다.

 

아무려나 ‘이 또한 지나가리니!’ ‘참고 견디면 누구에게는 기쁨이, 누구에게는 지옥 같은 고통이, 또 누구에게는 깊고 긴 슬픔의 날이 오리니!’ 대홍수가 밀어닥치고 있습니다. 하늘을 봐야 세계관이 열려야 합니다. 그래야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를 소화하지 못한 민족은 미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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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15 [19:50]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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