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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열 문화칼럼] 복숭아와 무병장수
 
조상열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0/08/26 [11:02]
▲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문학박사  

무병장수(無病長壽)와 불로불사(不老不死). 이는 모든 인간의 가장 큰 소망일 것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 시황(秦 始皇)이 불로초(不老草)를 구하고자 동방의 삼신산을 탐색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삼신산은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 영주산(한라산)을 말한다. 진시황의 명을 받은 탐색대장 서불(徐市)이 5백여 명의 탐험대를 이끌고 동방으로 왔다고는 하나, 최종 귀착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제주도 서귀포에 “서불과지(徐市過之: 서불이 이곳을 지났다)”라는 글귀가 남아있다.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도 서불 일행이 제주에서 약초를 캐서 서쪽 중국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포구라는 뜻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삼신산이 동방의 낙원이라면, 서방의 낙원은 신화 속의 곤륜산을 중심으로 한다. 곤륜산은 황제의 여신 중에 큰 신인 서왕모가 지배하는 산이다. 서왕모의 궁궐에는 불사수(不死樹)라는 나무도 있고, 요지(瑤池)라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다. 매년 3월 3일에는 서왕모의 생일잔치가 천신(天神)들이 초대되어 이곳 요지에서 열리는데, 온갖 산해진미가 진수성찬으로 차려지는 연회로 얼마나 화려하고 성대했던지 요지경(瑤池鏡) 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 

 

신선들이 가장 즐겨 먹는 과일이 곤륜산의 복숭아다. 때문에 연회 음식 중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서왕모가 관리하는 반도원(蟠桃園)산 복숭아이고, 이런 잔치를 반도회(蟠桃會)라고 했다. 반도원 복숭아는 3천년 만에 꽃이 피고, 다시 3천년 만에 열매를 맺는데, 이 복숭아를 한 개라도 먹으면 1만 8천살까지 장수한다고 한다.

 

▲ 복숭아     © 조상열 칼럼니스트

 

반도원 복숭아는 수차례 도둑을 맞은 적이 있었다. 한 무제 때의 동방삭은 원래 세성(歲星)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맡은 별의 정령이었는데, 잠시 인간 세상에 와서 한 무제의 신하로 재담꾼 역할을 한 개그맨이었다. 동방삭은 반도원 복숭아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년 곧 18만년을 살았는데, 여기서 ‘삼천갑자 동방삭’ 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복숭아꽃을 복사꽃이라 한다. 복사꽃 만발한 곳을 환상의 세계 곧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 일컫는 것은 동진(東晋)사람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비롯된다. 도연명은 마흔한 살 때,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예순 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척박한 땅에서 몸소 밭 갈고 씨 뿌리며, 시와 술을 벗 삼아 청빈하게 살았다.

 

그가 꿈꾼 이상향(理想鄕), 복숭아꽃이 만발한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어떤 곳이었는지 말해 주는 내용이다. 서왕모가 살고 있는 곤륜산을 낙원사상으로 승화시킨 사람도 도연명이다.

 

동양의 시화(詩畵), 고사(故事) 등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꽃이 복숭아꽃이다. 그 연분홍빛에는 화가와 시인묵객은 물론이거니와 행락객들도 취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벗어나질 못한다.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의 ‘복사꽃, 오얏꽃 만발한 동산에서 연회를 베풀다.’는 시문에도 복사꽃이 환상적인 무릉도원임을 말해주고 있다.       

 

천하 걸작으로 손꼽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에도 복사꽃이 등장한다. '몽유도원'이란 ‘꿈속에서 도원을 거닐다.’라는 뜻. 안평대군은 평소 좋아하던 신하 박팽년과 꿈속에서 다녀온 '도원'이라는 신선 세계를 안견에게 이야기한다.

 

화가 안견은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듣고 그 황홀한 경치를 사흘 만에 작품으로 완성한다. 하여 ‘몽유도원도’에는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보았다고 한 경치가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펼쳐져 있다. 

 

▲ 도화     ©조상열 칼럼니스트

 

복숭아꽃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나 색정(色情)에 비유되기도 했는데, 여기서 유래한 것이 도화살(桃花煞)이나 도색잡지(桃色雜誌)다. 사주팔자에 ‘도화살이 꼈다’는 말이 있다.

 

도화살이란 여자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여러 남자와 상관하거나 남편과 사별하도록 지워진 살을 말했다. 옛날에는 부정적으로 보았던 도화살이 요즘은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대중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살로 해석한다. 연예인, 유명강사, 예술 작가, 정치인 등이 그러한 직업군일 것이다.

 

지성을 갖춘 도화살은 대중의 인기를 얻어 성공의 토대가 되지만, 지성이 결여된 도화살은 패가망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옛 전설에 의하면 본디 태양은 열 개로 열흘을 주기로 하루에 하나 씩 떠오르게 되어있었다. 요임금 때였다. 장난기 발동한 태양 열개가 한꺼번에 떠오르자 세상은 이글 지글거리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에 천제는 예(羿)라는 신궁(神弓)을 지상으로 내려 보내 지상의 질서를 원상태로 돌리도록 했다. 지상에 내려온 예는 잇따라 활을 당겨 아홉 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렸고, 지상을 위해 한 개의 태양은 남겨 두었다. 

 

그 후 지상에서 살게 된 예는 제자들에게 활쏘기를 열심히 가르쳤다. 제자들 중 방몽(逄蒙)이 란 자의 재주가 그중 뛰어났는데, 방몽은 스승 때문에 자신이 빛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스승을 없애버리기로 했다. 어느 날 방몽은 예가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목에 숨었다가, 복숭아나무 몽둥이로 스승을 때려죽여 버렸다.

 

예의 죽음을 불쌍히 여긴 사람들은 예가 지상세계를 위해 행한 업적들에 감사하며, 그를 귀신의 우두머리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주었다. 복숭아나무 몽둥이에 맞아 죽은 예는 죽어 귀신이 된 후에도 복숭아나무가 무서운 존재였다.

 

이후 사당이나 집안에는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았고,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풍속도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편에 “해마다 역질 귀신을 쫓을 때에는 복숭아나무로 만든 칼과 판자를 사용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복숭아나무가 벽사(辟邪)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온 세계가 코로나라는 괴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최악의 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사람들의 심적 불안이 적지 않다. 복숭아는 행복과 부귀, 무병장수를 상징하고, 역질과 귀신을 쫓는 신성한 과일로 여겨왔다 하니 제철 맞은 복숭아 먹고 건강도 챙기고, 가가호호 문설주에 복숭아 사진이나 복숭아나무 가지라도 하나씩 걸어두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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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26 [11:02]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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