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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칼럼] 통쾌한 것으로 치면 나훈아가 대통령감
"국민이 힘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다"
 
양승진 기자 기사입력  2020/10/04 [20:00]
▲  양승진 기자

•2018년 김정은 초청 거절 "스케줄 바빠서"

•이건희 파티 불참 "공연보려거든 표 끊어라"

•1996년 오사카 공연 "독도는 우리 땅" 외쳐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사전행사로 열렸던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수 나훈아를 초청했다. 하지만 그는 가지 않았다.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 위원장이) 오라고 요구했던 배우들이 오지 않았습니까. 나훈아라든가(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도 장관은 “(당시에) ‘스케줄이 있다’고 답하니, 저쪽은 사회주의 체제라 국가가 부르는데 안 온다니 이해가 안 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테스형'을 부르고 있는 나훈아.     © 박익희 기자

 

나훈아는 불참 이유에 대해 “평양 공연을 하기 위해 우리가 선물을 들고 북한 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2010년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에 나훈아 얘기가 나온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 파티에 연예인, 클래식 연주자, 패션모델들이 초청됐는데 가수의 경우 2~3곡을 부르고 3000만원 정도를 받았다. 이를 거절하는 가수는 거의 없지만 나훈아는 예외였다고 한다. 그는 “나는 대중 예술가다.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며 거부했다.

 

1996년 오사카 공연에서는 ‘독도는 우리 땅’을 외쳤다. 나훈아는 ‘쾌지나칭칭나네’를 부르기 전 관객들에게 먼저 주문한다. “내가 하는 대로 해주이소. 그럼 오늘 밤새도록 할테이까네” 하며 “누가 뭐래도 우리 땅.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했다. 후에 이 일로 일본 우익단체와 야쿠자들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자 나훈아는 그 협박범에게 “죽이려면 죽이삐라”하고 말했다. 

 

2020년 9월 30일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추석 민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는 국민과 대중을 위해 최선을 다할지언정 힘 있는 자의 지시, 권력자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는 언제나 단호하게 거절했기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거침없는 메시지를 던졌다. 

 

KBS를 향해선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역사책에서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 없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이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위정자'라는 말은 '위선의 정치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됐다. 그의 발언은 이후 수많은 언론사와 정치인들로부터 호평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훈아는 자신의 발언 취지에 대해 굳이 변명도 해명도 하지 않았다.

 

단지 나훈아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의 발언을 절대로 편집하지 못하게 했다는 걸 보면 분명 작심하고 한 말이 틀림없다. 만 73세 가수 나훈아가 대한민국 국민을 들었다 놨다. 

 

통쾌한 것으로 치면 이미 대통령 감이다. 

 

나훈아는 소크라테스를 ‘테스 형’이라고 부른 신곡에서 이를 함축한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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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04 [20:00]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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