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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 문화기획자들에게 드리는 충고
 
김승국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1/02/08 [13:56]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요즘 들어서 나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나이가 든 탓 일 것이다.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파란만장했다. 마치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다. 오랜 세월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다 보니 거칠 역할은 대부분 다 거친 것 같다. 고등학교 습작기부터 시(詩)를 쓰기 시작하여 문단 등단을 거쳐 지금까지도 시를 쓰고 있다.

 

시집 몇 권을 내었으나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였다. 20대에는 한 때 연극을 한답시고 동분서주한 적도 있었다. 본격적인 문화예술계 활동은 70년대 국내 최고의 품격을 자랑하는 예술·건축 종합잡지 ‘공간(空間)’의 기자 생활부터로 볼 수 있다.

‘공간’은 우리나라 현대 문화예술사를 새로 쓴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이자 ‘공간그룹’을 이끌었던 고 김수근(1931~1986) 선생이 창간한 전문잡지이다. 당시 ‘공간’은 우리나라 건축계의 인재들을 직원으로 채용하여 건축계를 선도하면서 굵직굵직한 건축 설계 일을 도맡아 하였으며. ‘공간사랑(空簡舍廊)’이라는 소극장을 운영하며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을 선도하였다.

 

2년간의 짧은 기자 생활이었지만 ‘공간’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은 내가 예술계에 활동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공간’에서 일하던 시절에 그곳에서 ‘김덕수 사물놀이’와 공옥진의 ‘병신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오태석의 1인극 ‘약장수’가 만들어지고 오늘날의 현대무용의 기반이 그곳에서 만들어 졌다. 오늘날 문화기획자의 대부로 알려진 고 강준혁 선생도 당시 나와 함께 ‘공간’에서 일을 함께 하였다.

 

그 후 모 예술고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하여 적지 않은 세월동안 훈장 노릇을 하였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주 전공이 영어영문학에서 국악이론과 예술경영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도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교직 생활을 그만 둔 후 ‘(사)전통공연예술연구소’를 창설하여 중앙정부나 지역의 굵직굵직한 각종 연구용역 사업을 맡아 수행하였고 공연사업도 맡아 주관해 본 적도 있었다.

 

그 후 지역 문화재단이나 문예회관의 CEO로도 일을 해보았고,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 대표도 거쳤다. 문화예술관련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전통연희론, 민속학 개론, 예술경영, 예술행정, 문화콘텐츠 등 여러 강좌를 맡아 강의도 해보았고, 정부의 전통예술 진흥정책 수립에도 참여해 보았다.

 

국악 분야에 많은 연구를 하였기에 무형문화재위원으로서 무형문화재 종목 발굴이나 종목지정, 그리고 예능보유자 인정 일을 지금도 하고 있다.

 

 또한 국가주도의 축제뿐만 아니라 지역 축제의 산파역을 맡기도 했고, 직접 예술 감독을 맡아 축제를 주도해 보기도 하였다. 웬만한 일은 다 거친 셈이다. 이제 또 다시 어떤 중책을 맡아보겠다고 나선다면 노욕(老欲)으로 비춰질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

 

이제는 내가 새로운 무엇을 맡기 위해 나서기 보다는 후배들이 중책을 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나에게 어울릴 것이며 옳은 일일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학을 졸업해 나오는 문화예술 관련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인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 인재라면 그들이 두 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조력하며 살려고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내가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젊은이들과 공유하는 일에 무게 중심을 두며 살려고 한다.

 

그간 젊은 문화기획자들이나 관련 학과 대학 학부생들이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 나는 아래와 같은 요지의 충고를 해주었다. 오랜 문화현장에서 내가 체득한 경험에서 나온 충고이니 참고해주기를 바란다.

 

♦기획

· 문화기획자로서의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가져라.

· 문화기획자의 길은 배고픈 길이다. 돈을 벌고 싶으면 하루라도 빨리 떠나라.

· 자신이 실행한 모든 프로그램의 만족도와 인지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라.

· 고객의 마음을 읽고, 동료의 마음을 읽어라.

· 동료와 늘 소통하고, 공유하고, 협업하라.

· 예술의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라.

 

· 내가 하고, 만드는 모든 것이 브랜드이다.

· 고객에게 감동을 주어라.

· 단골 고객을 기억하고, 극진히 모셔라.

· 내년에 할 일은 올 해 기획하라.

· 수익성에 앞서 공익성을 생각하라.

· 예술가들은 우리가 섬겨야 할 왕이다.

 

· 예술가들을 벗겨 먹으려 하지 마라. 반드시 정당한 대우를 해주어라

· 손해를 보더라도 신의를 지키고, 약속을 목숨 같이 중히 여겨라

·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하라.

· 부하 스텝들을 칭찬하라. 아니면 내보내라.

· 꼼수를 쓰지 마라. 정직한 대화와 정면 돌파는 후환이 남지 않는다.

 

· 일류 기획자는 직접 하지 않고 남의 힘을 쓰며, 남의 머리를 쓴다.

· 멘토를 섬겨라. 멘토가 없는 사람은 고아이다.

· 늘 메모하라.

· 자기 자신의 경력 관리를 하라. 이력서를 꾸준히 써나가라.

· 자기 자신에게 부족한 점은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보완하라.

·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다.

 

· 기획 일기를 써라.

· 행사를 마치면 미진한 부분은 신속하게 정리하여 다음 행사에 반영하라.

·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공모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하라.

·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 취득에 관심을 가져라.

· 공연 및 전시 기획을 할 때는 반드시 환경 분석을 한 후 전략을 기획하라.

·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일이 꼬여 있을 때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라.

 

· 해외 진출 전통 공연 및 전시는 전통적인 것 중에서 세계적인 보편성 있는 작품을 기획하라

· 모든 진행사항을 문서화하라.

· 기획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료하게 작성하라.

· 공공기관의 지원 사업 공모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라.

· 잘 나가는 예술단체의 제안서를 입수하여 스터디하라.

 

· 대기업에서 주관하는 문화예술 후원 사업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라.

·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에 회원가입(개인, 단체)을 하고 입력방법을 스터디해라.

·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활용하라.

·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주목하라.

· 지역 예술가 및 주민들의 일을 도와드리는 일이 문화관련 공공기관 직원이 할 일이다.

 

♦제작

· 고객의 목마름에 응답하라

· 관객을 탓하지 마라. 관객은 귀신 같이 명품을 알아낸다.

· 좋은 공연, 좋은 작품을 많이 봐야 좋은 공연, 좋은 작품을 만든다.

·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자에게는 원치 않아도 돈과 명예가 찾아온다.

· 고정 관념을 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라.

· 인접 장르의 사람들과 어울려 기(氣)를 받고 협업하고 상생하라.

· 나만의 색깔을 갖자.

· 작은 작품이라도 명품을 지향해라.

 

♦홍보

· 구슬이 세말이라도 홍보가 안 되면 헛것이다.

·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라. 인맥은 진정성에서 형성되며 곧 재산이다.

· 남의 말을 경청하고 겸손 하라.

· 홍보는 그대가 기획한 것의 품격을 결정한다.

· SNS를 잘 활용하라.

· 세상의 변화를 파악하라. 신문은 선생님이다.

· 신문의 문화면은 문화예술 트렌드 파악에 좋은 참고서다.

· 기자별 기사 성향을 파악해 두어라.

·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잘 축적해둬라.

 

♦마케팅

· 고객에게 스마트폰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 같은 장르의 사람들은 대부분 적이며 경쟁자며, 뒷담화의 명수들이다.

· 아는 것이 힘이다. 문화관련 법령을 스터디 해라.

· 문화예술 소비자의 니즈를 통계자료와 설문조사를 통하여 정확히 파악해라.

 

아울러 문화기획자로서 모범적인 생을 살다간 강준혁(1947~2014) 선생이 문화기획자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남긴 글도 함께 소개한다. 나도 강 선생의 글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참고가 될 것이다.

 

강준혁 선생이 강조한 문화기획자 자세 

· 예술을 사랑하라. 그리고 예술가를 존중하고 아껴라.

· 자신의 기획이 예술을 훼손시키고 예술가를 소모시키는 일이 되지 않게 하라.

· 기획하고자 하는 일을 완벽히 이해하고 가치를 인식하라. 모든 손실은 분명하지 않은 의도에서 비롯된다.

· 기획함에 있어 사회와 나라, 그리고 세계에 이익이 되게 하라. 이를 버릴 때부터 길은 비뚤어지게 마련이다.

 

· 기획함으로 이름을 빛내려 하지 마라. 진정한 명예란 결코 쫓는 사람에게 붙들리지 않는다.

· 자신의 발전을 항상 꾀하라. 그러나 지식에 빠지지는 마라. 지식이 부족하면 보충하되 과잉하거든 신중하라.

· 앞서가는 예술가를 가까이 하라. 그러나 무모한 예술가는 멀리하라. 앞서감과 무모함이 백지 한 장 차이임을 항시 기억하라.

 

· 대중과 목마름을 같이 하라. 대중의 취향을 탓함은 대체로 질적인 면에서의 결함이나 홍보의 실패를 감추려는 짓이다.

· 과정을 완벽하게 하라. 실제가 완벽해 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남이 할 일을 자기가 하려 하지 마라.

· 매스미디어를 매수하려 하지 마라. 그보다 항상 매스컴을 돕는 마음을 가져라.

 

비평가에게 아부하거나 또는 그들을 매수하려 하지 마라. 이에 넘어가는 비평가의 글은 결코 참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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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08 [13:56]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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