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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조 칼럼] 식목일과 팔십종수(八十種樹)
 
권해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1/04/01 [11:58]
▲ 권해조 예비역장성, 한국국방외교협회 고문     

오는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식목일은 음력으로 청명, 한식 절후와 거의 겹쳐 예로부터 나무심기에 적합한 시기로 여겨왔다. 울창한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풍수피해 예방, 공기청정, 종이공급 등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식목일은 해방 후 무분별한 벌채로 산림훼손과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자 우리강토를 푸르게 가꾸자는 취지로 1949년부터 식목일을 공휴일로 정해서 실시하다가 국민 참여도가 저조하여 공휴일은 폐지하였다.

 

그러다가 1961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설정하여 2005년까지 범국민적 행사로 지속되다가 2006년부터 공휴일은 다시 폐지되었다.

 

오늘은 식목일을 앞두고 옛 말을 되새겨 본다.

박목월 선생의 수필 「씨뿌리기」에 호주머니 안에 은행 열매나 호두를 넣고 다니며 학교의 빈터나 뒷산에 심는 노교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달리는 것을 보겠느냐고 하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 하고 대답했단다. 여러 해 만에 학교를 다시 찾으니 키 높이만큼 자란 은행나무와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를 보게 되었다.

 

예로부터 ‘나이 예순에 나무를 심지 않는다(六十不種樹)’란 말도 있지만, 고려말 송유(宋愉:1388-1446)는 70세에 고희연(古稀宴)을 하면서 귤(柑子) 열매를 선물로 받아 그 씨를 거두어 심게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그는 10년 뒤에 귤열매를 먹고도 10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조선조 육조판서를 두루 역임한 황흠(黃欽: 1639- 1730)이 80세에 관직에 물러나 고향에 와서 하인을 시켜 밤나무를 심게하였다. 그러자 이웃사람들이 웃으며,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나무심기(八十種樹)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하니까 황흠이 대답하기를 “심심해서 그런 걸세 ! 자손에게 남겨준대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라고 하였다.

 

황흠이 10년 뒤에도 건강했고 그때 심은 밤나무도 밤송이가 열렸다. 그는 이웃을 불러 말했다. “자네 이 밤 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서 한 일이 나를 위한 것이 되었구먼... ”하였다 한다.

 

또한, 송천필담(松泉筆譚)에 의하면 조선 전기 문신 홍언필(洪彦弼:1476-1544)의 아내가 평양에 세 번 갔다. 어려서 평양 감사를 했던 아버지 송질(宋軼)을 따라갔고, 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 갔으며, 세 번째는 아들 홍섬(洪暹)을 따라 갔다.

 

아내로 처음 갔을 때는 장남삼아 감영(監營)에 배를 심었고, 두 번째로 가서는 그 열매를 따 먹었다. 세 번째 갔을 때는 재목으로 베어 다라를 만들어 놓고 돌아왔다, 이들 세 이야기는 너무 늦은 때는 없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것이 아닐까?

 

오늘 하루를 유익하게 보낸 사람은 하루의 보물을 파낸 것이고, 오늘 하루를 헛되이 보냄은 내 몸을 헛되이 소모하고 미래의 보물을 심지 않았다는 것으로 큰 손실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예순만 넘으면 노인 행사를 하며 공부도 놓고 일도 안하며 그럭저럭 살다 죽을 날만 기다려 왔다. 오늘날 100세 시대에는 맞지 않을 이야기 일 수 있다.

 

속담에 ‘1년 후를 보려면 봄에 곡식의 씨를 잘 뿌리고, 10년후를 보려면 나무를 심고, 100년후를 보려면 사람을 키우라’란 말이 있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란다. 설사 그 열매는 먹지 못한들 어떠랴? 결코 늦은 나이는 없다.

 

지금부터 무엇이든지 시작해보자. 오늘은 식목일을 앞두고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옛 성현들의 이야기를 성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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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01 [11:58]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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