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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89회]
89. 루블랑 펀드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4/27 [18:49]

 

89. 루블랑 펀드

 

앙드레 지드가 스위스로 다시 떠난 며칠 후, 바하마 제도에 존스라는 이름의 한 사업가가 존스컴퍼니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그 다음 날에는 스위스의 루블랑이라는 소규모 증권사 사장 겸 펀드매니저가, 자기 이름을 따서 루블랑이라는 역외 사모펀드를 만들었는데, 존스컴퍼니는 그 사모펀드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루블랑 펀드는 투자를 받은 며칠 후 미국 SEC(증권관리위원회)에 등록하고, 뉴욕증권거래소를 비롯해서 시카고거래소와 뉴욕상업거래소 등 주요거래소 에서 주식 및 각종 파생상품투자에 나섰다.

 

그 펀드의 규모가 작은 까닭에 펀드의 투자방식에 대해서 처음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거래소 직원들이 그 펀드의 거래행태를 조사하다 보니, 다른 펀드와 다른 점은 위험에 대비해서 반대포지션을 취하는 헤지(hedge)를 하지 않으며, 특정 상품이나 주식에 몰빵도 서슴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공격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에 스위스인이 만든 역외 사모펀드 말이야…… 펀드 운용을 이렇게 하다니…… 그 사람 펀드매니저가 맞아?

투자행태를 보아하니 이거 펀드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 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지? 특별히 운이 좋은 사람인가?”

 

“아! 그 펀드……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증권거래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고 어디 월드컵이던가 그 때는 문어 한 마리가 이기는 팀을 기가 막히게 맞췄다는 뉴스도 있었잖아.

하여튼 축구 좋아하는 유럽 놈들은 참 이상하단 말이야.”

 

NYSE(뉴욕증권거래소)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직원들인 Tom과 Jerry는, 루블랑 펀드의 매매행태를 보고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매매행태를 보이면서도 배 가까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투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그런 대화를 나눈 후에도 루블랑 펀드는 여러 번 손해를 보다가 한번에 큰 이익을 보는가 하면, 두세 번 작은 이익을 보다가 한번에 제법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시세 격변이 일어났고, 그날 그 펀드는 무려 20배가 넘는 엄청난 수익을 남겼다. 

 

그 동안의 모험적인 운용이 성공해서 펀드자산이 15억달러 정도로 불어난 상태였는데, 이번의 한방으로 자산이 무려 300억달러에 이르러서, 이제는 증권시장이나 원유선물 등 어디에서도 무시 못할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금융, 무기, 에너지, 식량, 언론(정보를 포함) 이 다섯 가지는 현재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각 다른 분야이면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바, 그것은 하나의 집단이 행사하는 각각에 대한 지배력이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웬만큼 알려진 사실들이지만 그 힘들의 Major에 해당하는 부분은 유태인들이 소유하고 있거나 그들의 영향하에 있으며, 그들은 세상의 다른 어느 집단도 자기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 은연중에 정설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스위스에서 온 콩알만한 펀드 하나가 얼마 전부터 겁도 없이 도전장을 내밀고는, 자기들의 아성에 균열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그날 이전에는 그 펀드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뉴욕증시를 기웃거리는 군소 펀드 중의 하나로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 하루 동안에 유태계 거대 투자은행들은, 뉴욕 증권시장의 선물 옵션 파생상품에서만 거의 10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보았고, 원유 등 현물 파생상품이나 그 밖의 것을 감안할 경우에는, 그 손실액이 무려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들의 자산규모에 비하면 매우 작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만한 금액도 아니었다.

 

그 외에 큰 손실을 입었다고 알려진 곳들은, 주로 냄새가 나는 돈들의 집합체로 추정되고 있고, 유태계 투자은행들과 행동을 같이 해 왔던 조세피난처에 적을 둔 헤지 펀드들이었다.

그들 역시 여느 투자은행들처럼 옵션매도를 통해서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야금야금 갈취해왔다.

 

“에릭! 웬일이야?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다 데려오고…… 혹시…… 복권이라도 당첨된 거야? 그래 얼마짜리야?” 

“복권은 무슨…… 제니! 놀라지 말고 내 말 잘 들어…… 우리 이제 부자 되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혹시…… 무슨 나쁜 짓 한 건 아니지? 하긴 에릭 당신 같이 착한 사람이 그런 일을 할 턱이 없지…… 그래 어떻게 된 일이야?”

 

“사실 당신한테는 아직 말을 안 했지만 이제껏 증권투자에서 손해만 보다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배팅한 옵션투자에서…… 놀라지마! 무려 20배짜리가 터졌지 뭐야! 혹시 꿈이 아닌가도 생각되고…… 너무나 기뻐서 가슴이 막 터질 것 같아.”

 

여느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돈을 갈취해가던 자들이 크게 당한 반면, 개미들 중에 에릭이라는 사람처럼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나타났다.

 

이렇게 되자 큰 손해를 본 유태계들은 정보조직을 동원해서 루블랑 펀드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는데, 조사결과 존스컴퍼니는 특별히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여러 나라의 자금들을 끌어 모았고, 그렇게 모은 자금들을 루블랑 펀드에 몽땅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존스컴퍼니가 돈을 끌어 모았는가도 당연히 조사에 들어갔지만, 조사하기가 까다로운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아랍계 자금들이라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밝혀낼 수가 없었다.

 

또한 루블랑 펀드의 투자 행태를 보니 비상식적일 정도로 공격적 투자성향을 보여왔는데, 이번에 어쩌다가 요행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밖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은 그 펀드의 행보를 앞으로는 주의 깊게 살피기로 했다.

 

루블랑펀드의 투자행태는 대성공 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무지막지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는데 다만 달라진 점은, 그 펀드를 추종하는 무리에는 일반 투자가들에 이어 일부 기관투자가들까지 가세했다는 것이다.

 

펀드들은 자산운용을 할 때 일반적으로 리스크 헤지를 기본으로 하는데, 이번에는 이름 자체를 00 Aggressive Fund 라고 지어서, 노골적으로 공격형 펀드임을 내세운 곳이 등장했다는 것을 보면, 그 동안 상당히 보수적이었던 증권업계에서 이번 일로 인해, 얼마만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에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친 루블랑 파와 반 루블랑파로 완전히 편이 갈라져서, 더 이상 유태계자본들의 들러리나 서지는 않겠다는 독립파들이 제법 많이 등장했다는 것도 또 다른 변화라면 변화였다.

 

아무튼 이처럼 공격과 방어가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파생상품 시장은 전례 없이 규모가 확대되어 버렸고, 웩더독(wag the dog)이라고 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시장, 즉 파생상품이 증권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 한참 동안 지속되었다.

 

루블랑펀드의 매매에서는 그 후에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이익과 손실이 교차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한번 증권시장에 제법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이날 루블랑은 펀드의 모든 포지션을 정리했는데, 결과를 보니 거의 3배에 달하는 이익이 생겨서 총자산이 천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의 결과가 증권시장에 준 충격은 엄청났다. 워낙 큰 손실을 입은 까닭에 유태계 거대 투자은행 두 곳이 지불불능상태에 빠질 거라고 알려졌고, 그 사실이 퍼짐과 동시에 그들 주가가 순식간에 곤두박질 치기 시작해서 10센트 이하까지 밀려 내려갔다.

 

“오! 주여! 우리에게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이런 비명이 입에서 저절로 나올 만큼 사람들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의 악몽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제 또다시 세계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생겼다고 절망하기 시작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매수세가 거의 실종된 가운데 주가들이 일제히 급락하자, 급히 써킷브레이커를 발동시켜서 모든 매매거래를 일시 정지시켜버렸다.

그런 다음 거래소 관계자들이 거래 재개 여부 검토에 들어갔는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되자 당일은 임시휴장하고 다음날 개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미국 SEC(증권관리위원회)는 루블랑 펀드에 대한 불공정매매여부 조사에 착수했으나, NYSE가 오랫동안 조사한 자료에서도 그 펀드와 관련해서 아무런 범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조사를 중지하고 후속 대책마련에 치중했다.

 

한편 이날 루블랑 펀드는 월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률대리인을 내세워서, 조건만 맞으면 파산위기에 있는 투자은행 두 개를 모두 인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 비췄는데……

이는 그렇지 않아도 그에 대한 처리문제로 고심하고 있던 미국 재무부와 SEC 관계자 들에게, 비록 병 주고 약 주는 격이지만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루블랑 펀드가 확연한 범법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그 펀드가 거둔 모든 수익은 정당한 것이고,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경제가 염려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환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루블랑이 사람들의 우려를 덜어주는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하니, 관계 당국에서는 예상되는 최악의 국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개장을 불과 30분 정도 남겨두고 있던, 뉴욕과 5시간 시차가 나는 런던 증권거래소 등 유럽의 거래소들은, 증권시장의 안정을 위한 긴급조치라는 이유로 개장시간을 오후 1시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어찌되었든 파국만은 피하고 보자는 쪽으로, 유럽의 증권 당국자들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날 오후에 개장된 유럽의 증권 시장은,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장중에 상당히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장 막판에 주가지수가 많이 반등해서 파국만은 피할 수 있었다.

문제가 되었던 두 개의 거대 투자은행들이, 미국시간으로 그날 저녁때 루블랑 펀드에 피인수 되는 것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리먼부라더스 파산 사태 때는 그 처리에 시일을 질질 끌다가 결국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갔었는데, 이번에는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미국 재무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전례 없이 신속하게 M&A가 성사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보도해서,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루블랑의 인수조건은 미국정부 입장에서 볼 때는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 투자은행들의 부채를 탕감해달라는 요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부실기업들의 처리과정에서 꼭 등장하는 것이 부채탕감 요구였고, 그 때마다 국민들의 세금을 엉뚱한 곳에 낭비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는데, 이번에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해당 투자은행들과 그곳의 대주주들에게 압력을 행사해서, M&A가 빨리 성사되도록 촉구하고 그 외에 소액투자자 권익보호에 다소 기여한 것이 전부였다. 

 

유럽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자, 그 보다 열 시간 정도 늦게 증권시장이 열린 아시아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도쿄증시의 경우는 투자심리 불안으로 장중 내내 요동치다가 -2%에 마감했고, 홍콩증시와 상하이증시는 그곳 특유의 대륙적인 기질이 작용한 까닭인지 보합으로 끝났다.

 

그리고 한국의 증권시장은 처음 개장해서는 2% 정도 하락 출발했지만, 10시쯤에는 보합 수준을 회복하더니 오후 들어서는 가딘사가 주가 상승을 이끌어서, 결국 +1%로 마감하는 강세 장을 기록했다.

 

이번 일로 인해 자기 조국 스위스에서도, 그런 회사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작은 증권사 사장이었던 루블랑은, 긴급 여론조사 결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1위에 꼽혀서, 가문의 영광을 넘어 유럽이 자랑하는 초 거물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목할만한 일은, 루블랑 펀드가 인수한 두 개의 투자은행에서는 파산우려소식이 전해진 것과 동시에 펀드 해지요청과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루블랑 펀드에서 그 은행들 인수의사를 비치자 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그쳤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수가 확정 되었다는 신문보도 이후에는, 전일 했던 펀드 해지 신청을 무효화 시켜달라는 요청과 함께, 거꾸로 펀드에 가입하겠다는 사람들로 그 은행들의 모든 점포가 북새통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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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4/27 [18:49]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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