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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Mr. Nobody [90회]
90. 다보스 재무장관회의
 
이상철 소설가 기사입력  2015/04/29 [18:43]

 

90. 다보스 재무장관회의

 

루블랑 펀드는 두 개의 투자은행을 합계 3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중재자인 미국 재무부 및 두 투자은행 측과의 합의 조건은 이렇다.

 

-2개의 투자은행 파산이 미국 및 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해서, 다음과 같이 강제적인 주식인수 절차를 진행한다.

  

-해당 투자은행들은 당일 현재 상태로 주주 명부를 폐쇄해서 주주를 확정한 뒤, 주주가 확정된 모든 주식을 루블랑 펀드에서 주주 1인당 1만주 까지는 주당 10달러씩에 인수해준다.

 

-이후 초과하는 2만주 까지는 9달러를, 그리고 1만주 단위로 체차적으로 1달러씩 낮게 적용해서 10만주까지 1달러로 보전해 주되, 그것을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10센트씩만을 적용해서, 최소한의 소액주주 보호에 나서기로 한다.

 

-10달러 이하로 급락했을 때 1,000여만주의 거래가 있었던 바, 이를 매도한 자는 선의의 매도자라고 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방법으로 그 차액을 보전한다.

 

-상기의 경우에 해당하는 매수자의 경우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하되, 매수자에게는 매수에 따른 책임이 있고 다른 주식보유자와의 형평성을 감안해야 하므로, 그들에게도 일정부분 손실이 생기게 한다.

 

-상기의 방법으로 주식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모든 구주권은 소각하고, 신주를 발행해서 그 소유권을 루블랑 펀드가 모두 갖는다.

 

루블랑 측은 대변인을 통해서, 이와 같은 소액주주 보호비용으로 추가 지출할 금액을 산정해보니 약 30억달러쯤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발표하면서, 그 것을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소액투자자들의 권익보호에 나서면서까지 M&A를 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의 경우는 미국정부 관계자나 국민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언론에서도 루블랑 펀드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저는 G투자은행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대폭락을 맞게 되어서 거의 절망에 빠져 있었는데…… 비록 손해는 봤지만 루블랑 펀드에서 상당액을 보전해주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하니,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느낌입니다.

 

루블랑 펀드에 대해서는 전혀 유감이 없고 오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루블랑 사장님에게 주의 은총이 가득 하시기를……”

 

이처럼 일부 언론에서는, 재빨리 두 투자은행 주주들을 찾아 인터뷰한 기사들을 내보내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는 유태계 언론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독자들의 눈과 귀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당연했다.

 

여론이라는 것은 순식간에 역적을 애국자로 둔갑시키기도 할 만큼 변덕스럽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당이나 독재자들 그리고 일부 기업 등에서도, 프로파간다(propaganda)를 연구한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여론조작을 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중선동의 귀재였던 나치독일의 선전상 괴벨스를 꼽을 수 있는데, 그는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자꾸 들으면 진실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대중들이 얼마나 귀가 얇은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한다면, 나름 똑똑하다는 지식인들일 지라도 얼마든지 말 잘 듣는 강아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자신한 것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일부 유태계 언론에서는 분석기사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루블랑 펀드가 이익금의 일부를 사용해서 소액투자자들의 손실을 일부라도 보전해준 조치가,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휴머니즘의 발로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 거기에다 비록 원인제공자이기는 하지만, 사태수습방안이 없어서 난감해하던 자신들을 궁지에서 구해준 것으로 받아들인, 미국 재무부 관계자들의 협조까지 기대해볼 수 있어서, 돈키호테 같은 루블랑 펀드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자못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두 투자은행들의 루블랑 펀드로의 인수인계절차가 끝난 며칠 후, 미국과 유럽의 재무장관들은 유명한 스위스 관광지 다보스에서 회동을 갖기로 하고, 그 자리에 루블랑이 참석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그에 대해서 루블랑은 곧바로 수락하지 않고 있다가, 하루 뒤에 대변인 발표를 통해서 답을 보냈는데, 며칠 생각해본 다음에 회의 참석여부를 결정해서 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드 사장님! 제가 그 자리에 참석하기에는 참으로 부담스럽군요.

곤란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사람들이 무슨 질문을 해올 지가 걱정되고…… 또 거기에 대해 일일이 답변을 할 수 있을 지 자신을 못하겠습니다.”

 

“루블랑 사장님!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니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만…… 저는 사장님을 제 사업의 파트너로 맞이하기 앞서서 충분한 조사를 거쳤습니다.

 

조사해본 결과 사장님은 인문 예술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듣게 되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관심을 많이 가졌던 일은, 사장님께서 평소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면서 항상 성실하게 살아오셨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증권시장에서 정직하고 성실한 것이 장점으로만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장님은 고객들에게나 이웃들에게 항상 성실했습니다만, 회사는 그 동안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사장님의 투자종목 선정이나 거래방식에서, 지나치게 원리원칙을 고수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입니다.

아시겠지만 증권시장에는 각종 술수가 난무하기도 하는데, 거기에서 원리원칙만을 고수하다가는 고객들이 원하는 수익을 만족시켜주기 어렵고, 때로는 교활한 작전세력들에게 이용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저와 함께 펀드를 운용하는 동안에, 원칙과 변칙을 적절히 조합해서 사용할 경우에는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셨으니, 그만하면 취약했던 부분도 다 보강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사장님의 학식과 인품이라면, 얼마든지 각국의 재무장관들을 압도해서 분위기를 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장담합니다만…… 사장님은 분명히 그들의 지지와 협조를 끌어낼 것이고, 그들을 장차 우리 루블랑 펀드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앙드레 지드는 마치 최면술사들이 최면으로 의식화를 시키는 것처럼, 루블랑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해발 1,500m가 넘는 산간지역에 위치한 스위스 다보스는, 유명한 스키휴양지이며 컨벤션 도시이다.

매년 세계의 정 관계와 재계의 지도자들이 모여서, 일주일 동안 세계경제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토론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지역으로 우리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금년 초에 있었던 세계경제포럼에 이어, 지금 이 도시에 또다시 전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또 한번 세계경제위기가 닥칠 뻔 했다가, 가까스로 그것이 수습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까닭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데다가, 루블랑이라는 특별한 인물이 회의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각 언론사에서 더욱 많은 기자들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각국 재무장관님들의 기조연설을 마치고, 다음은 이번 회의에 특별히 초빙된 분으로, 바쁘신 중에도 귀중한 시간을 내주시어 기꺼이 참석해주신 루블랑 사장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이런 발표가 있자 지금까지 하품을 해가면서 각국 장관들의 기조연설을 듣던 기자들이, 눈을 빛냄과 동시에 귀를 연단을 향해 쫑긋 세웠다.

 

“방금 사회자님께서 분에 넘치게 소개해 주신 루블랑입니다. 평범한 기업인에 불과한 저를 이 영광된 자리에 초청해주신 의장님과 각국의 장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몇몇 친한 지인들이 저에게 이런 제안을 하더군요. 이제까지 제가 견지해왔던 인생철학이나 생활습관 그리고 투자방식의 틀은 물론이고, 모든 고정관념이나 죄의식에서 조차 벗어나서, 법규에 위반되지만 않는다면 수단방법에 구애됨이 없이 제가 가진 재주를 마음껏 발휘해보라고 말입니다.

 

그들은 또 이렇게 권유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힘을 얻었을 때 그것을 함부로 사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제가 의문을 표하자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힘이라는 것은 마물과도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망각하거나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조금이라도 힘을 가지면 그걸 사용하고자 안달을 한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큰 힘을 가진 맹수들은 약한 동물을 사냥해서 먹이로 삼더라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자기 동료의 것이라도 빼앗아서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향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이제는 빈부의 격차가 자칫 인간사회를 붕괴에 이르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낳게 만들고 있다.

 

세계의 많은 뜻있는 사람들이 빈부격차의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세상을 위해서 누군가 거기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빈부격차의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저에게 한번 나서보지 않겠는가 라고 권했습니다.

 

그들은 또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과거에 힘으로 약한 사람들을 억압했던 자들이 전혀 반성도 하지 않고, 또다시 그 힘을 과시하려 들고 있는데 누군가 나서서 그것을 억제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여기에 독일의 장관님께서도 계십니다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독일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피해를 본 국가나 국민들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래서 피해를 본 국가나 국민들도 이제는 독일을 진정한 이웃이며 친구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똑 같은 전범 국이면서도 일본의 경우는 완전히 다릅니다. 일본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피해 보상은 커녕 진정한 사과도 하지 않았고, 과거에 형식적으로나마 했던 사과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부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경제력이 강하다는 것을 앞세워서 힘으로 주변국들을 압박하면서, 다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려고 준비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타겟을 일본으로 결정했습니다.”

 

루블랑의 연설이 가져온 반향은 엄청났다. 전세계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그를 칭송한 반면 일본은 초상집으로 변했고, 도쿄증시는 장이 개장되자마자 폭락해서 곧바로 써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다.

 

루블랑의 말 폭탄 하나가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을 완전히 짓이겨 놓고 있었다. 이날 오전에 긴급히 소집된 일본 각료회의에서는, 사실을 확인할 겸 루블랑이 잘못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말솜씨가 뛰어난 관방장관을 스위스로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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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4/29 [18:43]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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