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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스님의 '오늘의 법문(法門) [144]
심사(心思)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1/04/26 [11:03]

 

▲     © 제운스님 객원칼럼니스트

 


심사(心思)
과춘개미화 過春開未花
아모거부차 我母去夫嗟
어차피유월 於此彼流月
청심호운가 淸心好運加
 
봄이 지나가지만 아직 꽃은 보이고
울 엄마 집나간 지아비 탄식하네
어차피 세월은 흐르는 것
마음 맑히면 좋은 기운 더하리.
 
계절은 시간이요. 그것은 덧없음이다. 덧없음이 덧없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희망이 있음을 아직 꽃은 보이고’(開未花). 울 엄마 집나간 탄식은 여성으로 엄마로서 잃어버린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인지도 모른다.


덧없는 세월 생각, 생각 머물지 못하고(念念不定) 명도 연장할 수 없고(命不可延) 때도 기다려주지 않는다.(時不可待) 이것이 세월인데 마음 한번 바로세우면 인생은 행복해질 수 있다.(好運加)
 
인간은 생명체로서는 가장 수승하고 완전하다 할지라도 불교의 시각으로 보면 미완의 중생일 뿐이다. 윤회(輪迴)하기 때문이다. 불생불멸(不生不滅) 열반(Nirvana)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추구하고 얻으려 하는 그것이 완전하다고 하긴 어렵다. 완전하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시각의 단면일 뿐이다.

 

인간이 제아무리 잘 달린다하여도 들에서 노는 짐승들에 비하면 족탈불급(足脫不及)이요, 인간의 몸이 아무리 민첩하다 해도 나는 새의 시각에선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인간은 누구나 세월을 비껴갈 수 없어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고 보면 아직도 최고의 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최고의 순간도 최저의 순간도 판단에 따라 이해될 뿐이다. 달리 말하면 인생을 살만큼 살았다 해도 부족하고 아쉬워하고 껄떡이게 된다. 분명한 것은 그것을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며 제각기 달리 판단한다는 것과 같다.
 
요즘같이 다사다난하고 변화무쌍한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대로 변화무쌍했고 현재는 현재대로 변화무쌍하다. 그것은 변화한 것 같지만 무엇도 변화하지 않았다. 변화했다면 비유로 하나의 재료를 보다 다양하게 요리를 해먹는 정도다생각해보라 신라시대 사람들이 요즘 사람과 무엇이 다른가? 만약 신라인이 지금의 경주에 왔다면 현재로 살 것이요, 현대인이 과거로 돌아가면 과거로 살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심사(心思)에 있다. 현재를 살아가더라도 심사를 과거에 두면 그는 과거인이요, 과거인일지라도 현재에 심사를 두면 그는 현대인이다. 쇠붙이가 하늘을 난다 해서 세상이 변했다 보지 않는다. 인간은 과거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나라마다 내려오는 관습에 따라 음식을 손으로 먹기도 수저로 먹기도 한다. 이렇게 먹든 저렇게 먹든 다 같은 인간이다. 문제는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 그것이 문제다.


스스로 이만하면 됐다는 판단을 해서 행동하다 큰코다치는 일이 있고, 이 만큼이면 충분하다고 여기다 예상치 못한 일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다 가지려거나 다 채우려거나 다 됐다는 생각은 금물일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사회는 스스로가 남보다 우월하다고 여겨 우쭐대다 망신을 당하거나 높은 지위를 얻었다고 남을 업신여기다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인간은 가치가 미덕이라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심사에 달렸다. 가슴속에 열정이 많은 사람은 희망이 크고 가슴속에 즐거움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반대로 가슴에 슬픔을 쌓아 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또 달리 가슴에 욕심이 채워져 있으면 늘 껄떡이지만 가슴을 텅 비운 사람은 어떤 환경에 처해도 거리낌이 없다.

 

육조단경(六祖壇經)에 불사선불사악(不思善不思惡)이라는 말이 나온다. “선도 악도 생각지 말라는 말로서 육조대사가 5조 홍인으로부터 법을 받아 그 신위로 발우와 가사(스님들 공양 그릇과 法衣)를 가지고 멀리 도망치다 그를 좇아와 뺏으려는 반대쪽 스님들에게 바루와 가사를 놓아버리고 내뱉은 말이다.


세상에는 절대치는 없다. 그러하기에 무엇을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있다. 선이다 악이다 하는 이분법에 빠지기 보다는 선악(善惡)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남은 어떨까?

 


제운스님/시인 선화가

해인사 출가, 동화 법주 범어 통도사 등 수행
문인화가, 평론가 석도륜 선생 사사
개인전 : 서울경인미술관, 양평친환경박물관 등 4회

저서 : 너는 금생에 사람노릇 하지 마라, 달마산책, 오가밥상,
그대 안에 수미산도 다 놓아버려라, 채근담, 산사의 주련,
내 마음의 이야기,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여행,
산문의 향기,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시선일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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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26 [11:03]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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