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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 붕어빵 축제 이대로 좋은가?
지역 특성과 전통과 정체성을 살리는 민 주도의 축제로 거듭나야
 
김승국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1/04/10 [22:22]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지금은 코로나19 시국으로 주춤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축제’라는 명칭을 가진 크고 작은 지역행사가 일 년 내내 열리고 있다. 전국의 축제를 들여다보면 타 축제와의 차별성과 특성이 없는 붕어빵 축제가 너무 많다. 그래서인지 축제를 줄여야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축제가 너무 많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조선조까지는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마을마다 축제가 있었고, 더 나아가 주, 부, 군, 현들처럼 일정 행정 지역 단위의 고을마다 지역 축제가 있었다. 또한, 정월 초, 정월대보름, 단오, 백중, 8월 한가위 세모 등 세시마다 축제가 있었다. 그렇게 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축제가 있었다는 셈이다. 

 

  그 시대에는 마을 축제를 ‘마을굿’이라고 불렀고, 고을의 축제를 ‘고을굿’이라 불렀다. ‘마을굿’은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준비하고 역할분담을 하였고, ‘고을굿’은 마을마다 역할을 분담하여 ‘마을’과 ‘고을’의 안녕과 개인과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함께 즐기던 축제였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을굿’은 한마을이 단위가 되어 행하는 굿으로서 마을 전체의 공동체적 번영을 기원하고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여 행하는 마을 행사로서 유교식으로 지내는 ‘동제(洞祭)’와 무당을 불러서 굿의 형태로 지내는 ‘마을굿’이 있다. ‘마을굿’에는 별신굿, 도당굿, 대동굿, 부군당, 당굿, 산신제, 당제, 당산제 등 명칭이 다양하고 지역별로 굿의 내용에 차이가 크다. 

 

  ‘고을굿’은 원래의 제의적 요소 외에도 그 지역민들에게는 하나의 축제적 행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러한 굿들에는 굿을 주재하는 사제 집단 외에도 남사당채 등 놀이 집단도 한 몫 보기 위해 현장에 몰려들었다. 요즘까지 그 전통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는 축제로서 강릉단오제, 밀양백중제, 은산별신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을굿’과 ‘고을굿’은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말살하고자 했던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의해 금지되고, 통제되어 급기야 단절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우리의 ‘마을굿’이나 ‘고을굿’을 말살하는 데 혈안이 되었던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정작 자신들의 전통축제는 온전히 보전하고 계승하였다. 일본은 우리 ‘마을굿’이나 ‘고을굿’과 같은 내용을 갖춘 축제가 지역마다 있다. 그것을 그들은 마쓰리(祭り)라 부른다. 

 

  일본은 ‘마쓰리’의 전통을 오늘날까지 면면히 계승하여 이제는 지역 축제로서는 물론 더 나아가 세계적인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해방 후 ‘마을굿’과 ‘고을굿’이 일시 복원되는 듯했으나 6·25전쟁으로 다시 단절되는 비운을 맞이하였고, 전쟁 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마을굿’과 ‘고을굿’은 다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였다.

 

  우리 ‘마을굿’과 ‘고을굿’의 기본 정신은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이라 할 수 있다. 즉 모든 주민이 함께하고, 함께 즐기며,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 화합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을 창출해내는 정신을 담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전통연희축제’, ‘구례동편제소리축제’, ‘노원탈축제’ 등 축제의 산파역을 할 때마다 우리 축제의 전통과 정체성을 잊지 않고 늘 염두에 두었다. 

 

  우리나라의 축제는 너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특성과 정체성을 담지 못한 관 주도의 축제, 붕어빵 축제가 많은 것이 문제이다. 축제에 드는 재원 마련에 있어서 ‘마을굿’이든 ‘고을굿’이든 간에 마을 혹은 고을 공동체가 재원을 십시일반 마련하여 축제를 치렀지 관에 의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민 주도의 축제가 가능했다. 일본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관에서 낸 재원을 가지고 축제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원을 낸 관의 입장에서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관 본연의 책무를 잊고 축제에 간섭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관 주도의 축제가 되어 축제의 본질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는 지역의 특성을 담아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이라는 우리 전통 축제 본연의 정신이 담긴 ‘마을굿’과 ‘고을굿’의 정신을 계승하고 구현해나가는 데 충실해야 한다.

 

지역주민이 구경꾼이 아니라 함께 축제를 기획하고, 십시일반 재원을 모아, 함께 축제를 준비하고, 함께 역할을 분담하고, 마을의 안녕과 개인과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함께 기원하고, 함께 주관하며, 함께 즐기어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을 창출해내는 그런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축제가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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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10 [22:22]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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