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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조 칼럼]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
 
권해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1/04/10 [22:08]
▲ 권해조 예비역장성, 한국국방외교협회 고문     

어느새 2021년(辛丑年) 봄도 무러익어간다. 그러나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요즘 구청복지회관에서 실시하는 한문강의도 인터넷 줌(zoom)으로 듣고 있다.

 

엊그제 배운 채근담에서 ‘마음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란 글을 보고 문득 원효대사의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一切唯心造)’란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제 배운 내용은 중국 명나라 때 홍자성(洪自誠)이 지은 「채근담(菜根譚)」 후편 48항이다. 마음이 흔들리면 활 그림자도 뱀으로 보이고, 누운 바위도 엎드린 호랑이로 보이니, 이 속에는 모두 살기(殺氣)뿐이다. 생각이 편하면 석호(石虎)도 갈매기로 삼을 수 있고, 개구리 소리도 음악으로 들리니 가는 곳 마다 참된 작용을 보게 되리라.

 

이것은 진서(晉書)  「악광전(樂廣傳)」에 ‘활 그림자가 뱀으로 보인다’란 고사(故事)가 있다. 악광이 하남(河南)에서 벼슬살이를 할 때 손님을 맞았는데 한번 다녀간 뒤로 오랫동안 오질 않았다. 악광이 그 까닭을 물으니  “전에 주시는 술을 받아 마시려 할 때 문득 술잔 속에 뱀이 있는 것을 보고 몹시 징그러워 그 술을 마시고 병이 났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악광은 그 말을 듣고 문설주 위에 걸어둔 활이 술잔에 뱀처럼 보였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도 “술잔을 놓고 손님에게 술잔 속에 무엇이 보여요?”라고 물으니 전에 본 그대로라고 하여, 뱀이 아니고 활 그림자라고 설명하자 그제야 오랫동안 앓던 병이 나았다.

 

다음은 사기(史記)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나오는 고사이다. 이광(李廣)이 어느 날 사냥을 하는 데 덤불속의 돌을 호랑이로 잘 못보고 활을 쏘았는데 활촉이 돌을 뚫고 들어갔다. 이광이 달려와서 자세히 보니 호랑이가 아니고 돌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자기가 한 일이어도 신기하게 여긴 이광은 다시 바위에 화살을 쏴보았으나 튕겨나갈 뿐 들어가질 않았다.

 

또한 진서 불도징전(佛圖澄傳)에  ‘석호(石虎)도 갈매기를 잡을 수 있다’라는 고사가 있다. 이는 석호는 세도가 당당하고 몹시 사나워 사람들은 호랑이처럼 무섭게 여겼다. 그러나 석호도 불도징의 높은 덕 앞에는 감복하였다. 이 말을 듣고 지도림(支都林)이 불도징은 석호의 갈매기로 삼았다고 평하였다.

 

또한「열자(列子)」에 해구(海鷗)라는 말이 나온다. 갈매기를 좋아 하는 사람이 매일 갈매기와 함께 놀았다. 그에게는 수백 마리 갈매기가 겁 없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갈매기를 잡아주면 같이 놀겠다고 하여 갈매기를 잡으러 바닷가에 갔으나 갈매기는 하늘을 빙빙 돌면서 내려오지 않아 잡지 못했다. 

 

그리고 남사(南史)  「공규전(孔珪傳)」에 ‘개구리 소리로 고취(鼓吹)를 당할 수 있다’란 말이 있다. 공규는 세상일에 관심이 없이 산림에 묻혀 살았다. 뜰에는 풀이 우거지고 그 속에는 개구리가 울었다.

 

왕안(王晏)이 찾아와  “그대는 진번(陳蕃)이 되려하오?” 물으니 공규는 웃으며 대답하기를  “내 개구리 소리를 양부(兩部)고취(鼓吹)로 삼소이다.” 하며 왕안이 고취를 울려 들려주려다가 공규가 “그대의 음악이 저 개구리소리 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고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심기가 어지러우면 사물이 흔들이기 쉬워 활의 그림자도 뱀으로 보이고, 심기가 편안하면 호랑이도 갈매기로 여길 수 있고, 개구리 소리도 음악으로 들을 수 있으니 모든 것이 마음먹게 달려 있다고 할까? 

 

이 말은 일찍이 신라고승 원효(元曉: 617-686) 대사가 당나라로 유학 가던 길에 해골 바가지 물을 통해 득도(得道)한  “모든 것이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一切唯心造)”는 사상과도 일치한다.

 

원효대사는 설총(薛聰)의 아버지로 태종무열왕 둘째사위의 아들이다. 속성은 설(薛), 아명은 신당(新幢), 이름은 사예(思禮), 출가이름이 원효이며 시호는 대성화쟁국사(大聖話諍國師)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책상 앞에 앉아 지금부터 1300여 년 전에 훗날까지 수많은 민초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준 신라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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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10 [22:08]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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