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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칼럼] 문화예술계의 취업난, 이대로 좋은가?
졸업과 동시에 백수 신세로 전락해 버리는 현실, 타개책은 없는가
 
김승국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1/05/03 [18:01]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얼마 전 모 문화관련 기관의 심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심의가 끝나고 심의위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문화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화제 삼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모 명문 예술대학 교수께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탄식하듯 털어 놓았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교수님들께 자신의 장래나 진로에 대한 상담을 곧잘 청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일은 찾아보기 힘들고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것 같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느끼기에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당신들이 우리들의 장래에 대하여 무슨 답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라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교수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년 거듭되는 일이지만 올해만 해도 자신의 대학에 3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자살을 하였다”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자살의 이유가 무엇이냐?”는 좌중의 질문에 “학생들이 졸업 후에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 답하면서 “미술계열 학생만 하더라도 졸업 후에 0.0001%의 학생만 자신의 전공 영역으로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지, 나머지는 졸업과 동시에 백수 신세로 전락해 버립니다. 타 계열 예술계 대학생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는 것이었다. 

   

  정말 답답한 일이다. 사회에는 순수예술을 전공한 예술계 졸업생들이 일할 만한 자리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순수예술을 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업 작가나 공연예술가로 살아가야 하는데, 피땀 흘려 만든 그들의 작품이 정당한 가격에 적당한 수로 팔려야, 혹은 그들의 공연예술을 정당한 관람료를 지불하고 보아 주는 관객들이 있어야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1년 1월 병고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숨을 거둔 고(故) 최고은 작가의 외로운 죽음이 계기가 되어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어 예술인들에 대한 처우와 복지가 개선은 되었지만, 여전히 순수예술을 하는 작가들은 춥고 배가 고프다. 고(故) 최고은 작가의 마지막 남긴 쪽지는 아직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1층 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정말 면목 없고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

 

  순수예술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은 살기 위하여 발버둥 치다 한계점에 다다르면 자신의 예술을 포기하고 진로를 바꾸게 된다.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못하다. 

 

▲  고(故) 최고은 작가의 마지막 남긴 쪽지   © 경기데일리

 

  순수예술은 예술의 샘과 같은 것이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맑게 해주고, 순수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원천이다. 순수예술이 쇠약해지면 당대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각박해진다. 물론 대중예술도 함께 병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생력이 악한 순수예술은 당연히 국가가 보호, 혹은 육성해 주어야 한다. 국립은 물론 광역 및 기초 지자체 단위로 지금 보다 더 많은 국공립 예술단체를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한편, 제도권 학교 학생들과 광역, 혹은 기초지자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교육 인력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재원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예술을 지망하려는 학생들에게 ‘예술의 길은 험난하며 배고픔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예술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저학년부터 사회의 예술현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 및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고, 재학생들이 다양한 직종으로 진로를 변경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그에 대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복수 전공 선택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길은 외줄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갈래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서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예술계 대학 재학생들이 교수님들에게 마음을 닫아버린 것도 제자들의 미래를 위하여 나서지도 않고, 아무것도 해주는 것도 없는 교수님들에게 실망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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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03 [18:01]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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