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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북한산 산행기(1)
등산을 통해 삶의 지혜와 섭리를 배우다
 
박익희 기자 기사입력  2021/06/08 [23:57]

조국을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을 추념하기 위해 만든 날이 현충일이다. 머리 숙여 잊지 않겠다고 묵념을 하고 감사를 드린다.

 

나는 며칠 전 현충일날 고교동창 3명과 북한산 등산을 가기로 했다. 이날 수원 광교중앙역에서 신분당선을 타고 성복역에서 이순록님과 합류하여 양재역에서 지하철 3호선으로 갈아탔다. 불광역 2번 출구에는 등산객들이 북적인다. 30분 전부터 나온 김사자(철권)님을 만나 그의 인솔 하에 북한산의 늠름한 암산을 조심스럽게 애무했다.

 

▲ 국립공원 북한산의 향로봉 비봉, 승가봉, 원효봉, 보현봉 등이 보인다    © 박익희 기자

 

산은 우리를 그저 말없이 받아들이고 포옹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산이 좋고 산을 사랑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를 통해서 나는 자연의 섭리를 배웠고 계절이 순환하며 변하는 자연의 빛깔을 알기 시작했고 산을 사랑하며 나의 하체와 심장이 튼튼해지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체득하며 감사했다.

 

여태까지 나의 영육의 건강을 유지한 비결은 오직 산을 사랑했기 때문이고 산을 닮아가고자 노력한 시간 때문이라 고백한다.

 

때로는 만용으로 무리를 해서 조난(遭難)을 당했고, 눈속 깊은 계곡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겼고, 식수부족으로 혼미해진 적도 있었고, 플래시를 가져가지 않아 한밤중에 개고생을 했지만 그때마다 대자연은 나의 무지와 무례함을 일깨워주고 겸손해야 함을 가르쳤다.

 

▲ 6월의 신록이 푸르고 싱그럽다    © 박익희 기자

 

때로는 명산대찰과 천하절경인 대자연 속에 만든 거대한 유적에 숙연해지고 그 의미를 새겼다.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하늘과 땅과 인간의 조화를 생각했었다. 우리가 배우고 익히고 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조물주의 위대함에 경의를 드렸다. 이런 경이로운 명승지의 유적을 볼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렸다. 시대와 함께 명멸해간 위대한 인물의 이름과 업적을 곱씹어보며 공부를 하게 하였고,  나의 영혼을 살찌우고 윤택하게 만들었다. 

 

나는 높은 산을 등산하며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은 것을 알았고, 대자연에 뭇생명이 서로 의지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산속에서도 서로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저마다의 체력과 정신력을 가늠해야 했다.

 

▲족두리를 쓴 산신령 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  족두리봉 모습    ©박익희 기자

 

 만용은 동행한 친구까지 불안하게 하고 산행을 망치게 만드니 서로가 조심하고 알맞게 산행을 즐겼다.

 

 자연스럽게  '도법자연(道法自然)'과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생각했다. 원리도 잘 모르면서 외람되게 '天人地의 조화'라는 시그널을 만들어 부착했고, 휴일이면 무조건 산에 가는 남자로서 가정을 멀리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깊은 산 옹달샘에서 물을 길어서 마셨고 차를 좋아 하는 아내는 차를 끓이며 물맛이 좋다고 평을 했다. 

 

▲ 북한산에서 바라본 일산 방향    © 박익희 기자

 

 깜깜한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에게도, 휘영청 밝게 빛나는 달님에게도 감사를 했다. 때로는 짐승 소리에도 가슴 졸였고 갑자기 푸드덕 날으는 새소리에도 놀랐지만 옆에는 친구가 있어 든든했었다.

 

아름드리 거목을 만나면 괜시리 숙연해져서 한번씩 안아보고 좋은 기(氣)를 받았고,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이 모두가 감탄했을 위용과 말없이 서있는 모습에 오래도록 장수하기를 기원했다. 

 

대자연은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순리를 가르쳐주었고, 만물이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사는 화엄사상을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자연은 말없는 스승이었고 지혜의 샘이 었다. 시간은 늘 엄정했고 시간관리는 필요했다. 자연과 친하며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안분지족(安分知足) 해야함을 알았다. 

 

때로는 성철스님의 명언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진리를 우습게 여겼다. 왜 고승이 하나마나한 말은 왜 할까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말이 진짜 진리라는 것을 나중에 저절로 알았다. 산이 물이 되고, 물이 산이 되면 뒤죽박죽으로 혼용무도한 세상이 된다. 진리가 통하지 않고, 상식이 비상식이되고 정상이 비정상이 된다는 이치를 늦게서야 알았다. 

 

▲  족부리봉에서 암벽을 타는 모습을 여성 산악구조대원이 지켜보고 있다.  이 구조대원 덕분에 단체 사진을 찍었어요. 고맙습니다.   © 박익희 기자

 

새해 해돋이를 보려면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고, 해지기 전에 산을 내려와야 안전했다. 이런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를 동반한다는 것을 자연은 조용하게 가르쳤다.

 

발 아래 행.불행이 갈리는 순간을 여러 번 목격했다. 걸음걸이 마다 조고각하(照顧脚下)를 해야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친구와 동행하라!"는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여행을 통하여 자유가 소중한 가치임을 알았고, 가족과 친구가 나를 지키고 우리를 지키는 원천임을 알았다. 계절마다 변하고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나는 관화미심(觀花美心)을 배웠고, 깨끗하게 흐르는 물을 보고 관수세심(觀水洗心)을 생각했다. 

 

▲ 북한산 산행을 함께한 대구고 14회 친구들     © 박익희 기자


절대로 자연을 해롭게 하지 않으려고 아니 온듯 다녀갈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자연이 들려주는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에 취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머물러 있기도 했다. 때로는 아득하게 멀게 보이는 목표점에서 '눈은 멀고, 발은 가깝다'는 명언을 새기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세상사 시작이 반이다'라는 등산을 하면서도 실감한다.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렸고, 정상에서 조망하는 산하의 싱그러움과 호쾌한 기분과 시원한 바람 속에 나는 살아있음에 천지신명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정상은 언제나 내려와야 하는 곳이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은 정상에 도달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겪는 온갖 체험의 누적이고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  착박한 바위틈에서 식물과 꽃피운 양지꽃에 벌 한마리가 날아와서 굴을 빨고 수정을 하네요.  이 얼마나 놀라운 신비인가요?     ©박익희 기자

 

옷을 벗은 나목이 삭풍한설을 이기고 봄이면 피어나는 새순과 연한 잎새와,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생명의 신비를 맛보았고,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 모습에서 어떻게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조물주가 창조한 본래의 모습, 태초의 모습을 지키는 것이 하나 뿐인 지구를 살리고 모든 생명체가 사는 길임을 깨달았다. 이처럼 삼라만상 대자연은 사계에는 엄정한 순리와 질서가 담겨있음을 알았다.   

 

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산의 소중함을 깨닫고 옹달샘에서 끝없이 샘솟는 시원한 물을 마시며 생명수의 고마움을 생각했다. 물을 마실 때마다 고마움에 음수사원(飮水思源)과 생명의 존엄을 저절로 알게됐다.

 

▲  북한산 북쪽 능선에서 이순록님     © 박익희 기자

 

모든 생명은 유한할 것이지만 나는 오늘을 함께한 친구와 내 영혼에 함께한 모든 이에게 감사와 축복을 전하고 싶다. 세상살이 힘들고 지치면 산을 오르며 자업자득과 인연의 소중함을 새겼다.

 

대자연 속인 산에 오면 나는 한없이 겸손해지고 착해진다.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과 피부를 간지럽히는 산들바람에도, 이름 모를 새소리와 꽃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산을 닮고 싶었지만 산은 될 수 없기에 내 아호를 산을 빌린다는 뜻에서 차산(借山)으로 했다. 

 

좋은 의미에서 해, 달, 돌, 거북, 두루미, 사슴 등의 십장생과 자연에 영원한 해를 끼치는 신십장생인 플라스틱, 비닐, 스치로폼, 온갖  폐기물, 오염물 등의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운동을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구기동 소재의 옛날민속집에서  산행을 함께한 대구고 14회 친구들, 사진 왼쪽부터  필자 박달마, 이순록, 김사자(철권)    © 박익희 기자

 

오늘의 산행을 마치며 언제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다닐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오늘 하루 산행에 동행한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하산주와 식사는 구기동 소재의 옛날민속집 본점(02-379-7129 /주소: 서울 종로구 진흥로 469)에서 맛있게 했다.

 

친구야! 조만간 또 만나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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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6/08 [23:57]  최종편집: ⓒ g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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